[프롤로그] 펭귄 박사와 떠나는 남극 펭귄마을 탐험...남극 관문 호주 호바트(Hobart)


여기는 호주 호바트, 남극상륙 준비할 게 산더미!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


    조선비즈 김태환 기자가 극지연구소의 김정훈 펭귄 박사 연구팀과 함께 약 한 달간 남극 펭귄마을을 찾아갑니다. 


11월 4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 남단 태즈메이니아주의 항구도시 호바트에서 남극 여정의 막을 올립니다. 새해 창간 10주년을 맞는 조선비즈는 이번 취재를 통해 지구 환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최전선에서 펭귄의 생태와 우리나라 극지 과학자들의 모습을 전달합니다.




한국에서 9178km 떨어진 호주 남단태즈메이니아 주의 항구도시 호바트. 시드니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경유해 만 하루가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호바트는 김정훈 극지연구소 펭귄 박사와 남극 출발을 약속한 장소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일기는 구름 가득한 하늘과 청명함을 번갈아 선보인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로 가기 위해 들른 관문 도시 호주 호바트의 공항 /호바트=김태환 기자




사전에 받은 주소를 보고 공항 택시를 탔다. "당신의 비행은 어땠나요?"라고 묻는 택시기사의 얼굴에 여유가 넘쳤다. 그러나 택시 미터기를 보자 마음에서 여유는 사라졌다.


호바트 시내로 진입하는 길이 막히기 시작한 것. 택시기사의 말에 따르면 호바트는 오후 4시부터 ‘러시아워’다. 1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 별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는 문화라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공항에서 출발한 지 20여분 만에 연구팀을 만났다. 약 한 달간 김정훈 박사와 야생포유류 전문가 김종우 박사, 박성섭·김용수 연구원, 김우성 인천대 생명과학부 학생과 남극 여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한 달간의 남극 여정을 함께 할 식구가 생겼다.


남극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 호주 호바트는 거리에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는 조용한 도시다 /호바트=김태환 기자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 ‘이글 넥’ 해변 /호바트=김태환 기자




호바트 도착 2일째. 기다림의 연속이다. 7일부터 남극에 가기 위한 비행기가 배속되는 데 현지 날씨에 따라 출발 시각을 가늠하기 어렵다. 남극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펭귄 연구팀은 호바트에서 대기하는 동안 남극에서 생활하기 위한 피복을 받고, 남극 해양생물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 교육을 받는다. 쓰다만 휴지조각 하나 남극에 남겨서는 안된다.


연구팀은 현지 펭귄마을에서 먹을 냉장 음식들도 준비한다. 사전에 국내에서 냉동식품을 화물로 부쳤다. 하지만, 육류 등은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보관하기 용이하다.


호바트는 안면 종양으로 인해 멸종 위기를 겪고 있는 태즈메이니아데블(작은 곰 처럼 생긴 주머니고양이과 포유류)이 유명하지만, 극지 과학자들에게는 남극으로 가는 첫 관문 역할을 한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로 가는 최단 경로는 호주 호바트에서 시작한다. 세종 과학기지로 갈 때는 남미를 통하지만 장보고 기지가 있는 로스해 연안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로스해 연안은 남극 해양생물의 보고(寶庫)라고 불린다.


호바트 시내 중심에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이하 카밀라) 사무국도 있다. 카밀라에 가입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25개국은 남극 내 불법어업 활동을 막고 해양생물을 이용한 과학적 기여를 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호바트는 항구도시로 남반구 해양을 다니는 선박의 나들목이다. /호바트=김태환 기자




8일 새벽 4시. 드디어 남극 입성의 날이다. 새벽부터 모여든 각국의 극지연구소 대원들로 호바트 국제공항은 붉게 물들었다.


이날 펭귄 연구팀의 새벽 이른 잠을 깨운 화두는 ‘28kg'다. 호주 호바트에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싣을 수 있는 1인당 무게다.


특히 장보고 과학기지를 벗어나 펭귄 둥지 옆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젊은 연구원들은 연구 장비에서부터 개인 생활 물품, 의복, 식자재 등 짐이 한 보따리다.


이내 곧 공항 카운터 옆 화물의 무게를 재는 저울 앞에서는 연이은 탄식 소리가 들린다. 예상보다 초과한 무게에 다들 놀란 눈치다.


호바트에서 출발하는 펭귄 연구팀 6명의 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불필요한 짐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 불현 듯 구원의 손길이 날아왔다.




"나는 3kg 비어요.", "여기 빈 공간 있어요." 같은 비행기로 남극에 들어가는 연구원들이 자신의 가방 속 빈자리를 내어준 것. 남극으로 들어가는 길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남극에 들어가기 위해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호주 호바트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호바트=김태환 기자

조선비즈 호바트=김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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