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서울’과 ‘100세 인생’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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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서울’과 ‘100세 인생’

2019.10.15

오랫동안 귀에 익은 ‘1,000만 서울’이라는 이 낱말이 어쩌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에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기사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31년 전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1,000만 인구를 달성한 수도 서울은 내국인만의 인구로는 3년 전에 이미 1,000만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급증하는 외국인 거주자 덕분에 총인구수는 1,000만대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작년 말에 1,004만9,607명이었던 서울 인구가 곧 천만 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청 직원 말을 인용한 이 기사의 내용이었습니다.

서울 인구가 줄기 시작한 것은 분당, 판교 등 서울 근교의 경기도 새 개발도시로 전출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 현상인 저출산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서울 거주 외국인 수는 역대 최고인 28만3,984명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은 2000년에 약 64만이었다가 2018년에는 약 32만으로 격감하여, OECD 국가 중 최저출산율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총인구수는 금년 8월 기준으로 약 5,18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으나, 이것 역시 외국인 거주자 덕택이라 합니다.

저출산으로 생기는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우선 교육계의 고충을 들 수 있습니다. 학생 수가 급감하여 시골 외딴 곳 초등학교의 폐교가 늘어나는 한편 대학에도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염려합니다. 얼마 전 한 신문은 2년 뒤 38개 대학이 문을 닫게 될 정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원 학생 수의 감소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이 정도 될 거라는 보도였습니다.

이렇게 신생아 출생 수가 격감하는 데 반비례하여,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약 141만 명으로 인구의 14.4%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UN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가 되는 사회를 ‘고령사회’로 지정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입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소개한 UN 인구기금의 금년도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5%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통계청 자료에는 전라남도의 65세 이상 인구가 22.3%로 가장 높고 경북이 19.8%, 전북이 19.7%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금년 8월 현재, 100세 이상 인구는 1만9,776명으로 남자가 4,733명, 여자가 1만5,043명이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약 두 배 증가한 숫자라 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9월 셋째 월요일을 ‘경로(敬老)의 날’ 공휴일로 정하고, 매년 9월에 100세 이상 노인의 숫자를 발표합니다. 금년 통계에 따르면, 9월 15일 현재 100세 이상 고령자는 작년 숫자보다 2,014명이 증가해 6만9,785명이었습니다. 이 중 여자가 88.1%로 최고령자는 여자가 115세, 남자는 113세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1963년에 100세 고령자 표창제도를 시작하여 순은(純銀)으로 된 기념배(記念盃)를 선사했으나 2016년부터는 고령자 수가 너무 많아 순은 대신 은으로 도금된 기념배로 바꿨다고 합니다. 1963년에 153명에 불과했던 100세 고령자 수가 반세기 동안에 400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고령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일본다운 이야기입니다.

일본 인구는 201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금년 9월에 발표된 일본 정부 통계국 추산에 따르면 외국인을 포함해 1억2,615만 명이라 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약 146만의 외국인 노동자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이며 10년 가까이 매년 인구가 줄고 있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인구문제 연구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더 간단하게 할 목적으로 정부는 지난 연말 입국관리법을 개정하였습니다만, 이것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외국인 노동자는 5년 동안 약 34만5천 명에 불과할 거라고 학자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흐름이 계속되면, 일본 인구는 곧 1억 이하로 감소하며, 2042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4,000만에 달하고, 2065년에는 총인구가 8,8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국립 인구문제연구소가 추산하였습니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런던대학 폴 몰랜드(Paul Morland) 박사의 '인구로 풀어 본 세계사(원제목: The Human Tide, 부제목: How Population Shaped the Modern World)'가 발간되어 인구문제 연구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역사 흐름을 인구로 풀어 본 이 책에는 영국의 앵글로색슨 민족 인구가 급증하며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세계 제1의 강국이 되는 과정, 이를 뒤쫓은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의 대두, 그리고 러일전쟁 승리 후 일본이 세계 인구 대국으로 가세하는 과정 등이 서술되어 일본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인구감소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닐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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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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