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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2천년? 3천년? 오락가락 도동항 향나무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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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나무 (측백나무과) Juniperus chinensis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 동편 암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고색이 창연한 향나무의 모습입니다. 수령이 약 2,000년에서 3,000년으로 설왕설래하는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입니다. 높이 4m, 둘레 2m, 경상북도 지정 보호수로서 척박한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천년의 세월이 거듭하는 동안 울릉도를 말없이 지켜보아 온 울릉도의 상징 노거수(老巨樹)입니다.

울릉도의 특이한 식물상을 보기 위해 몇 차례 울릉도를 탐방하곤 해오다가 올봄에는 두 차례나 다녀왔습니다. 울릉도 가는 뱃길이 매우 빨라지고 편리해진 덕분입니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울릉도 항로에 쾌속선이 본격 운항하여 항행 시간이 3시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더하여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강릉 간에 경강선 KTX가 개통되어 서울에서 울릉도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진 덕분입니다.

강릉의 안목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로 가는 3시간여 여정은 항시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날의 일기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출항한다고 해도 먼바다 풍랑의 세기에 따라 뱃멀미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울릉도행 배를 타는 순간부터 항시 설렘과 기쁨이 가득합니다. 울릉도에서만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해안 암벽과 지형, 귀한 야생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릉도 면적(72.9 ㎢)은 우리 국토 전체의 0.07%밖에 안 되는 작은 섬입니다. 울릉도는 대략 250만 년 전 신생대 3, 4기에 화산작용으로 생성된 곳이라 합니다. 내륙과는 다른 지형·지질과 독특한 이중화산 형태를 이루고 있어 국가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섬입니다. 또한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독특한 지형에 난대림과 온대림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환경에 따라 이 작은 섬에는 무려 650여 종의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중 섬개야광나무, 섬시호, 섬현삼 등 전 세계에서 오직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만도 30여 종에 이르고 있습니다. 울릉도는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도 신기하고 새롭기만 한 한국의 갈라파고스입니다.

울릉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내륙 항구는 강릉, 묵호, 후포, 포항입니다. 전에는 내륙에서 울릉도에 가는 배가 입항하는 중심 항이 도동항이었지만 지금은 후포에서 출발한 배는 사동항에, 강릉에서 출발한 배는 저동항에 입항합니다. 강릉에서 출발한 배를 타면 맨 처음 반기는 명물이 저동항 촛대바위입니다. 울릉읍 저동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저동항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이 절경이라 합니다. 그러면 도동항에 입항할 때에 맨 처음 시선을 끄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별로 다를 수는 있지만 아마도 도동항 동편 암벽 위에 우뚝 서 있는 향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동항에 내려 동편을 바라보면 암벽 위에 솟아난, 양쪽으로 줄이 달린 향나무가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이 향나무가 국내 최고 수령(樹齡)이라 합니다. 한때는 수세(樹勢)가 왕성했지만, 긴긴 세월에 닳고 닳아 이제는 인간이 받쳐준 가녀린 두 줄에 의지하고 있는 노거수(老巨樹)의 초라한 모습입니다. 울릉도에 올 적마다 궁금한 것이 이 향나무의 수령입니다. 과연 이 향나무의 수령은 얼마나 될까? 이곳 주민마다, 인터넷에 올려 있는 자료마다 2,000년에서 4,000년까지 설이 다양합니다. 이곳에서 관광가이드 겸 택시기사를 하신다는 분의 말씀은 X레이 투시 검사 결과 2,500년으로 판명되었다고 자신 있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실한 그 답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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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 2천년, 3천년으로 설왕설래하는 도동항 동쪽 암벽 위 향나무 모습

향나무는 높이 약 20m까지 자라는 교목입니다. 새로 돋아나는 가지는 녹색이고 3년생 가지는 검은 갈색입니다. 7∼8년생부터는 비늘 같은 부드러운 잎이 달리지만, 새싹에서는 잎사귀에 날카로운 침이 달려있습니다. 꽃은 단성화이며 수꽃은 황색으로 4월과 5월에 피고 열매는 구과(毬果)로 원형이며 흑자색으로 다음 해 9~10월에 익습니다.

향나무는 잎이나 줄기에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제사 때 향을 피우는 용도로도 쓰였으며 향료 또는 고혈압, 심한 복통, 곽란 등의 치료제로 쓰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원예 품종으로 개발해서 들어온 가이스카 향나무와 달리 향이 좋아 향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였으며 조각, 가구재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을 만드는 데 귀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을 비롯해 울릉도와 일본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상나무, 노송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옛날 우리 시골 동네 우물가에는 꼭 향나무가 몇 그루씩 있었다고 합니다. 임금들 제례에 사용하기 위해 심었다는 천연기념물 제194호 창덕궁 비원의 향나무는 수령이 750년이라고 합니다.

도동항의 향나무 수령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울릉군청의 홈페이지(www.ulleung.go.kr) <문화관광>을 봐도 3,000년과 2,000년으로 각각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광가이드/ 울릉읍 /울릉도 향나무》에는 ‘행남해안길 초입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인 울릉도 향나무가 서 있다. 높이는 4m에 불과하지만, 수령은 무려 3,000여년이나 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레저&스포츠/행남해안 생태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에는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로 수령이 약 2,000년으로 높이 4m, 둘레 2m, 경상북도 지정보호수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최근 경북 모 지방지의 보도 자료(2019.01.28.)를 검색해보니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최병기 연구관 외 4명이 도동항 향나무 수령 측정을 위해 다녀갔다. 이번 방문에는 노거수 연령 측정 권위자인 서정욱 충북대 교수도 참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거수는 천공(나무를 뚫는)을 통해 나이테를 측정할 수 있지만, 도동항 향나무는 이 작업에서 측정이 어려워 시료를 채취해 나이를 측정·연구 중이다. 결과는 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동항 향나무는 비공식적 측정으로 지난 2013년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측량 결과 2천300살로 추정됐다. 만약 2천년이 넘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수령이다.」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쓴 기자님에게 E-메일을 보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를 문의하였더니 친절하게도 다음과 같은 답신이 왔습니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조사를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아직도 도동항 향나무 수령은 오락가락, 오리무중입니다. 확실한 것은 100년 인생인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길고 긴 세월을 이겨 내 온, 아직 살아있는 나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 길고 긴 세월이라 100년 인생살이에 10년, 20년이 중요하지 장구한 지구 역사의 세월에서 보면 2천년이건 3천년이건 그게 그것인 모양입니다. 긴 시간과 공간의 시각으로 보면 그게 그것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짧은 눈으로는 좀 더 확실하고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 속성이 아닐까? 긴 안목과 담대한 거인(巨人)의 시각으로 보면 ‘삼척항’이나 ‘삼척항 인근’이 거기서 거기로 다를 게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짧은 인생의 단견(短見)으로 2천년인지 3천년인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아직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습니다.

(2019. 6월. 울릉도 도동항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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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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