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호 女소장이 말하는 '뒷모습 예쁜 아파트'란


현대건설 1호 女소장이 말하는 '뒷모습 예쁜 아파트'란

박인주 디에이치 포레센트 현장소장,


"좋은 아파트 짓는게 기술자의 양심"


     올해로 입사 24년차의 박인주(사진·47세) 현대건설 디에이치포레센트 현장소장은 사내 '첫 여성 소장'이자 '최연소 소장'이다. 


지난해 5월 디에이치포레센트 현장 소장으로 발탁될 때 나이가 46세. 남자 선배들을 제치고 여성으로는 처음 소장자리에 오른데다 하자보수를 관리하는 CS(고객만족서비스)센터에서의 발령이라 파격적인 인사로 회자됐다.


현장 소장은 건설업의 최전방인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이다. 건설회사에서는 '꽃'으로 비유된다. 현장 경험과 높은 기술 이해도는 물론 조직 역량 관리까지 보유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박인주 현대건설 디에이치 포레센트 현장소장 / 사진제공=현대건설


"신입사원 면접 때 질문이 생각나요. 현장소장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왜 소장만 하라고 하냐 중역도 할 수 있다 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웃더라고요."  


박 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엔지니어는 극히 적었다. 여성 직원은 기술직으로 입사해도 대부분 본사 업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현장에 발을 내디뎠을 땐 안전화가 남성용밖엔 없었다. 화장실도 갖춰있지 않았다. 여직원이 일명 '작업반장'으로 불리는 노련한 현장근로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우려도 컸다. 


박 씨가 현장에서 맡은 일은 협력업체에 발주를 주고 계약대로 잘 이행됐는지 점검하는 공무업무다. 박 소장은 "처음에는 소통 과정에서 여자라고 무시하나 싶어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지만 결국은 성별을 떠나 서로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풀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주어진 업무보다 범위를 넓혀서 일해보고 직접 부딪히며 노하우를 쌓다 보니 경력과 연륜이 쌓였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을 비롯해 아산정책연구원, 목동 하이페리온 아파트 등이 박 소장의 '작품'이다. 


박 씨는 "처음 맡았던 현장인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은 다 짓고 난 이후에도 계속 찾아갔어요. 물이 새진 않는지 살피고 또 살폈죠. 제가 지은 건물인데 오점이 돼선 안 되잖아요."




아파트 준공 후 생긴 민원을 처리해주는 CS센터를 자원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자보수와 관련된 입주민의 고충을 응대하려면 수시로 폭언을 견뎌야 하고, 성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박 소장을 한 단계 성장시킨 원동력이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매개체가 됐다. 


"좋은 아파트를 지어 고객의 자산을 10년, 20년 동안 책임지는 것이 기술자의 양심이란 걸 깨달았어요. 앞모습만 예쁜 것이 아니라 준공이후 뒷모습까지도 예쁜 집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훗날 브랜드와 명성이 되는 게 아닐까요."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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