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투자결정委 절반 `국민연금 미가입자`...:국민연금 수익률 뒷전 우려"


4개 위원회 82명중 41명은
사학·공무원연금 수급대상

     국민연금 투자 의사 결정을 지휘·자문하는 기구의 구성 위원 절반은 국민연금 '비수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의 위원들은 국민연금이 아닌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였다. 이처럼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이 조기 고갈되거나 수익률 악화를 겪더라도 자신의 노후자금과는 무관한 인물이 절반씩이나 참여하는 데 대해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국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연금재정 관련 4개 위원회 구성 위원 82명 중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41명(5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가 아닌 위원들은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다.

[출처 = 연합뉴스]

개별 위원회별로는 실무평가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전체 구성 위원 중 국민연금 수급자가 채 절반을 넘지 못했다. 기금 관리와 운용에 대해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하는 실무평가위가 20명 위원 중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가 8명으로 비율이 가장 낮았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관할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14명 중 6명)와 기금 투자정책에 대해 검토·심의하는 투자정책전문위(17명 중 8명)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 구성 위원 중 비수급자가 절반에 달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거버넌스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가 아닌 위원 중 16명은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로 확인됐다. 전체 위원 중 20%에 정부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25명의 위원들은 사학연금 수급 대상자로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대학 교수들이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 수익과 자신의 노후가 무관한 위원들의 경우 국민연금 투자 의사 결정에서 수익률을 차순위로 미루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에 따라 혜택을 주거나 수익률이 부진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관련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또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악화돼도 가입자가 다른 연기금으로 갈아탈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연금 운용 결과에 책임을 묻고 교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사과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연금 규정에는 목표 수익률 설정 기준이 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보다 근본적인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선을 주문했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그 산하 전문위원회에 금융 전문가를 자처한 교수들이 들어와 있지만 투자 관련 필드(현장)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부터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는 이사 12명 전원이 민간 경제·금융전문가로 구성됐다. 12명 중 9명(75%)이 금융회사나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고, 나머지 3명 역시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교수와 변호사 출신으로 구성하고 공무원은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김승희 의원은 "각종 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해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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