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 감별법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친구란 '도움이 되는 사람' 남한 경제력, 

북한에 도움되지만 북한은 무슨 도움 줄 수 있나 


대통령과 여지없이 한데 묶인 국민

잘못 사귄 친구와 얽힌 운명마저 나눠 져야 하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단체 카톡방에서 나눈 대화들 때문에 커리어를 송두리째 날려버렸으니 말이다. 평소 시시덕거리던 친구들끼리 돌려보던 동영상이 이렇게 큰 범죄로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버닝썬 사건의 불똥을 맞고 퇴출된 가수들 이야기다. 그중에는 고질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올린 '적극 가담자'도 있지만, 그저 친구 놀이에 장단을 맞추다 중범죄를 나눠 가진 이들도 있다. 그중 어느 가수는 아버지가 평소 "저런 친구랑 놀지 말라"고 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모님 말을 들었으면 재능도, 커리어도 지금쯤 무탈했을 것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라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친구 요청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개 멀끔한 외모의 내-외국인인 이런 낯선 사람 중엔 금전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이 섞여 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SNS 시대에는 친구 잘못 맺었다가 패가망신하는 길도 여러 갈래다.


북한과 대화하기를 정권의 사명처럼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을 수식하는 단어로는 '대변인'말고도 많았다. '운전자'로 시작했다가 '중재자'가 되었고, '촉진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게 중재자니 촉진자 행세 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돼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이 말을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창조적으로 해석했다. "근본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선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은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북한의 '좋은 친구'임이 분명하다.


소위 '베프'가 있는 친구는 가까워지기 쉽지 않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국제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가 삐걱거리는 이유도 알고 보면 간단하다. 북한의 허물에는 침묵하고 친분을 드러내니 미국이며 일본이며 다른 친구들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상대가 어떤 친구냐, 또 그 우정의 근원이 어디에 있고, 본질이 무엇이냐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친구'를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나. 친구란 평등한 관계에서 가능한 일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끌려다닌다면 그건 친구가 아닌 주종 관계다. 남한과 북한은 과연 수평적 관계인가.


친구인 척 친구 아닌 친구 같은 관계 속에 사는 많은 현대인을 위해 나쁜 친구를 감별하는 법이 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친구,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친구, 자기중심적인 친구, 남들 앞에서 창피를 주거나 놀리는 친구, 만나고 나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친구, 좋은 일이 있을 때 기뻐해주지 않는 친구, 비밀을 역으로 이용하거나 퍼뜨리는 친구는 나쁜 친구다. 만약 스스로 나쁜 친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이런 체크리스트도 있다. 1 신뢰할 만하지 않다. 2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3 필요할 때 없다. 4 돈이 없다. 5 상대방의 과실을 오래 기억한다. 6 늘 자기중심적이다. 당신은 어떤 친구인가?


지금 정부와 북한은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친분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친구가 손에 쥔 나쁜 무기를 버리고, 국제사회로 걸어 나오도록 설득했으면 좋겠다.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는 친구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게 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서 그들을 낫게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지금 정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 아니던가.


그러나 함께하기 어려운 나쁜 친구라면 그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현명하다. 나쁜 친구와 관계를 끊는 방법으로 '나는 너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밝히거나, 관계가 사그라지기를 기다리거나, 연락하지 말라는 조언이 구글에 떠 있다.


'노무현의 친구'로 정치에 첫발을 디딘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에 친한 사람이 많아 보인다.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허물에 눈감고 명예와 책임이 따르는 중책을 나눠 주는 건 국가의 공적 재산을 횡령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세상에는 친구보다 타인이 훨씬 더 많고, 국가는 그보다 더 크고 복잡하다. 단톡방이나 페이스북은 탈퇴하면 그만이지만 선택할 여지 없이 한데 묶인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 사귄 친구 때문에 벌어지는 운명까지 오롯이 나눠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9/20190419032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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