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공사, 노후 열수관 연일 사고 불구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예산 2.6배 배정

난방공사, 노후 열수관 연일 사고 불구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예산 2.6배 배정


올해 노후 열수관 예산 192억

백석역 사고 뒤 "내년엔 1000억"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최근 3년간 노후 열수관 유지·보수·교체 예산의 3배가 넘는 돈을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는 난방공사가 관리하는 20년 이상 된 노후 열수관에서 뜨거운 물이 유출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열수관 2164㎞ 가운데 20년 이상 된 열수관은 686㎞(32%)에 달한다.




   지난 12월 4일 오후 8시43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

   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이번 온수관 파열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 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화상 등의 부상     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독자제공)뉴시스/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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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난방공사가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열수관 관련 예산은 173억원이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4.2배인 721억원이었다. 올해 노후 열수관 관련 예산은 192억원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2.6배인 495억원이었다. 난방공사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노후 열수관 교체 등에 예산 546억원을,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는 3.3배인 1809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매출 구성과는 정반대다. 난방공사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 1~3분기 매출 1조7218억원 가운데 열수 등 공급 매출은 39%인 6743억원인 반면 신재생 전기 매출은 0.4%인 67억원에 불과했다.


난방공사는 백석역 사고 발생 9일 만인 지난 13일에야 "연간 200억원 수준인 열수관 유지·보수 예산을 내년부터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백석역 열수관 파열 사고는 난방공사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노후 열수관 유지·보수와 교체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난방공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신규 사업이기 때문에 신규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난방공사는 지난 10월 '폐광지역 재생에너지 협력사업'으로 강원도 정선군 함백탄광에 1㎿(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착공했다. 또 전남에도 63㎿ 규모의 육상 풍력발전소를 내년 상반기 준공한다. 내년에도 강릉과 삼척 등 폐광지역 재생에너지 협력사업에 2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난방공사는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열을 아파트 단지와 상업용 건물 등에 공급하기 위해 1985년 설립됐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정부 방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난방공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으면서 노후한 열수관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 4일 발생한 백석역 사고는 노후관에 대한 사전 점검과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난방공사는 지난달 고양시 전체 열수관을 대상으로 사용 가능 연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양 지역 341㎞ 열수관 중에서 백석역 열수관을 비롯해 10%인 34.1㎞가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대 수명이 '0년'이 안 되는 위험 1등급으로 분류됐는데도 사고 때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관 교체 예산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예산


난방공사는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20년 넘는 노후관 전 구간(686㎞)에 대해 긴급 점검을 진행했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지열(地熱) 차이를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서울 여의도·상암·반포(78곳), 서울 강남·송파·서초(18곳), 경기 분당(49곳)·고양(24곳)·용인(15곳)·수원(7곳), 대구(12곳) 등 전국 203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자체 점검 결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지역도 16곳에 달했다. 난방공사는 23일 현재 위험 지역 16곳 가운데 9곳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2곳은 열수관 누수가 발견돼 열수관을 교체했다. 2곳은 점검을 진행 중이고, 누수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열수관을 교체 중이다. 4곳은 굴착을 진행 중이고, 나머지 1곳은 굴착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곽대훈 의원은 "백석역 열수관과 같은 공법으로 매설돼 사고 위험성이 있는 443개 지점에 대한 보강 또는 교체 공사가 내년 3월 말이나 돼야 완료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여전히 언제 또 유사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5/20181225001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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