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스템, IoT로 보완해야


재난 시스템, IoT로 보완해야

박춘욱 경북대 건축안전기술연구소 교수


   2016년 9월, 천년고도 경주를 뒤흔든 진도 5.8 규모의 지진은 그동안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라 믿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진'이라는 재난을 TV나 영화가 아닌 바로 이웃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일로 인식되게끔 한 바 있다. 그리고 경주지진이 잊혀 지기도 전인 지난해 11월 2017년도 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다시 진도 5.4의 중등 규모의 지진이 다시 그 인근인 포항을 덮쳤다. 포항 지진은 경주지진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연약지반 위에 위치한 포항의 지리적 특성에 의해 더 많은 재난피해와 이재민을 낳았다.

 

포항지진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포항지진이 남기고 간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포항 흥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진이 휩쓸고 간 지역은 건물균열, 필로티 건축물 등 취약건물 중심 붕괴 위험 등으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들의 각자의 생활터전으로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진이 언제 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노후 건축물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기반시설물 등에 대해 하루빨리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기존 인력기반 안전관리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시설물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은 육안점검에 기반한 상태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점검자(기술자)의 경험과 기술 수준에 따라 상이한 평가가 수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계측센싱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 실시간 시설물관리는 밀리세컨트 단위의 진동계측과 초정밀 균열감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육안점검 중심 시설물 진단의 한계극복이 가능하며, 24시간 365일 중단없는 시설물 계측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시설물 관리기관의 시설물 상시통제 역량 향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진 대비 관점에서의 사물인터넷 기반 시설물 관리의 가치는 지진에 따른 신속한 시설물 내하력 저하 파악과 더불어 반복지진에 대한 내진 보강 등 지진 후속 대응을 위한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시설물 관리 미래핵심 기술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통적 구조물 내하력 진단기술인 비파괴 검사 이외 광섬유, 계측센서 등을 이용한 상시계측 모니터링 구축이 대형 건축물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진대비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일본의 경우 대형 지진 등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위험 사전감지 및 IT 기반의 가상 모델링, 시뮬레이션 기술에 대한 R&D 투자와 함께 안전진단 모니터링 사업예산으로 SOC 인프라 전체 예산의 20%를 배정해 두고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중단없이 이행해 나가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 국가계측시스템(NMS21) 전략을 수립하여 표준계측 분야의 정부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같은 영연방 국가인 호주는 ICT 융합연구센터인 NICTA를 중심으로 교량 및 노후 건축물 모니터링 시스템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장대교량, 터널, 댐 등 SOC 시설물, 대형빌딩 등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이뤄지고 있으나, 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노후건축물, 필로티 구조물 등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체계 적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이다.


정부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시설물 관리를 기존 진단/점검 중심에서 시설물 성능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그 대상에 3종 시설물을 포함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자체들 역시 지역 내 시설물 안전관리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대구시의 경우 지난해 1월 KT와 미래형 ICT 융복합 산업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핵심과업으로 대구시 관내 주요 노후 시설물을 대상으로 KT의 광통신 인프라와 무선 IoT 기술을 이용한 시설물 안전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진재난발생시 지진재해정보가 실시간으로 위치와 피해규모가 파악됨으로써 조기에 구조 인력 및 장비 등을 투입할 수 있으며 미래의 재난대응시스템표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기존 1차 산업영역으로 여겨지던 시설물 안전관리 분야가 5G 통신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공학 영역으로 전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10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파도가 우리 사회를 그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고, 그 파도는 시설물 관리 분야에도 거세게 몰아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현실적 문제가 되어버린 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위협 앞에 우리는 그간 우리가 익숙해 왔던 관행과 타성 그리고 기득권적 편협성를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질서와 시스템적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또다시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닥칠지 모르는 지진재난에 대한 현실적 대비책이 될 것이며, 매번 반복되는 인재(人災)성 재난에 대한 때늦은 후회를 마감하는 길일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