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프라의 급속한 노후화...곳곳서 '경보음'



서울 주요 인프라 반세기

메트로 전동차 절반 이상 20년 넘어

5년간 도로 함몰 4천건 육박


서울시,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물 30% 가까이  

"나름대로 점검·보수 계획 세우고 있지만, 

언제나 예산 불충분"


  서울이 급속히 노후화하고 있다. 1970년대 고속성장 시기 속속 들어선 주요 기반시설은 어느덧 사용 기간이 반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 텐던 파손으로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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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에서 시설 파손이 발견돼 한동안 교통이 통제된 일은 단적인 사례다. 해빙기 안전점검 중에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하철, 도로, 교량, 하수도에 이르기까지 주요 시설에 걸쳐 다방면으로 벌어지는 중이다.


 


사고 끊이지 않는 서울 지하철…25년 넘은 노후 전동차도 600량

1974년 개통한 '천만 시민의 발' 서울 지하철은 올해로 개통 44년째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보유 전동차 1천954량 가운데 21년 이상된 전동차는 1천184량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들의 평균 사용연수는 16.9년에 이른다.


2호선이 500량으로 가장 많고, 4호선 418량, 3호선 150량, 1호선 64량 순이다.

평균 사용 연수로는 4호선이 21.2년으로 가장 오래됐고, 1호선 19.4년, 2호선 17.3년, 3호선 11.3년 등이 뒤따랐다.


특히 1989∼1992년 도입돼 25년이 넘은 노후 전동차도 600량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89년 도입한 1호선 64량과 2호선 78량은 사람 나이로 치면 29살이나 된다.


지난달 잠실새내역 사고 당시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 지하철 1∼4호선 20년 이상 사용 전동차 현황


이 때문인지 최근 서울 지하철 사고는 1990년대 지어진 5∼8호선보다는 낡은 1∼4호선에서 집중됐다.


2014년 5월에는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가 추돌해 477명이 다쳤고, 지난해 1월에는 4호선 한성대∼성신여대 구간에서 전동차가 고장 나 승객 8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달에는 1990년 11월 생산한 28년된 전동차가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물론 기관사 과실 등 다른 요소가 개입했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안전사고 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잠실새내역 사고 전동차는 2015년 9월 부품을 해체해 들여다본 뒤 다시 조립하는 '전반검사'를 거쳤고, 지난 연말과 지난달 '월상검사'와 '일상검사'도 각각 통과했다.


수차례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전동차와 시설 노후화로 인해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 15년으로 정했지만, 점점 늘어나다가 2014년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도입된 지 20∼30년 된 전동차라도 고장이 날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고 수명을 연장하며 운행하고 있다.


김철수 한국교통대 철도차량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8일 "사람의 혈관이나 신경 문제가 겉으로는 보이지 않듯이, 전동차의 전기적 문제도 밖에서는 잘 알 수 없다"며 "이런 것들이 잘못돼 사고의 원인이 된다면, 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차 노후화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며 "사고가 난 뒤 후회하지 말고 이전에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 곳곳 뚫리고 패이고…원인은 낡은 하수관로

서울의 도로 인프라는 1970∼1980년대 들어 급속도로 건설됐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며 자동차 전용도로인 올림픽도로와 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망이 갖춰졌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번듯한 도시로 성장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곳곳에서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사소한 균열부터 포트홀, 울퉁불퉁 패임까지 곳곳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노후 하수관이나 동공으로 인한 도로 함몰은 특히 안전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도로 함몰 사고 4건 중 3건은 하수관로 문제 때문이다.


송파구 신천동 싱크홀 사고 출처 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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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송파구 신천동에 발생한 가로 1.2m, 세로 1.4m, 깊이 1.4m 규모 도로 함몰도 하수관로 문제였다. 하수 박스와 하수관 접합부 사이 틈이 벌어지고, 이를 통해 흙이 관로로 유입되며 땅이 꺼졌다.


서울에서 도로 함몰 사고가 5년간 연평균 771건 발생했는데 이 중 하수관로 원인이 74%였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도로 함몰 사고가 총 3천857건인데 하수관로 문제가 2천853건이다. 특히 2012∼2013년에는 하수관로 원인 비중이 89%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하수관로 절반이 설치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5년 기준 하수관로 1만 581㎞ 가운데 49.7%에 달하는 5천260㎞가 30년이 넘었다.


시 관계자는 "30년 이상 하수관로가 매년 200∼300㎞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하수관로를 정비하지 않고 50년을 흘려보내면, 앞으로 도로 함몰 비율이 무려 14배 이상 뛸 것으로 추정한다.


30년 이상 한강 교량 9개…"서울 도로시설물 30%가 노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31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은 뒤 정부는 교량 안전 관리를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최고 목표로 두고 산업화에 열을 올리던 시기, 설계·시공·관리를 모두 부실하게 해 겪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반성이었다.


이후 부실시공·관리는 줄었지만, 교량 연령이 해마다 높아지고 차량 통행이 급증하면서 교량에 피로감이 더해져 안전 관리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30년이 넘은 한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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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강에 놓인 교량은 21개다. 이 가운데 건설한 지 30년이 넘는 다리는 성산대교와 한강대교를 비롯해 9개다.


고가차도(96개), 일반교량(478개), 지하차도(149개), 터널(42개) 등 서울시·자치구가 관리하는 도로시설물 1천156개 중 안전등급 C∼D인 시설은 56개다.


지난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떨어진 시설은 일반교량 5개, 지하차도 7개 등 13개이고, B에서 C로 떨어진 6개 등 총 19개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반면, 철거 후 전면교체, 보수 등으로 등급이 높아진 곳은 5개에 불과했다.

교량 등 시설물은 문제가 생기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2월에는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돼 한 달 동안 차량 통행을 전면 중단하고 원인 조사와 보수 작업을 벌였다.


조사결과 교량의 힘줄 역할을 하는 강연선이 부실시공 등으로 부식돼 끊어지면서, 심각할 경우 교량 붕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는 지적이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는 이 같은 지적에 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교량 14곳을 특별 정밀점검했다.


시 관계자는 "교량이나 지하차도 등 시의 도시기반시설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물이 30% 가까이 되는 실정"이라며 "나름대로 점검·보수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언제나 예산이 충분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이태수 기자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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