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하기 힘든 철근일만 10년


조옥순씨

건설현장의 '젊은언니', 

"힘 있는 한 일하는 게 기쁨"


   최근 여성들의 경제참여가 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철근 가공일을 하고 있는 여성근로자 조옥순가 딸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하지만 건설업만큼은 여성을 향한 진입 문턱이 여전하다. 특히 일선 건설현장에서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올해 환갑을 맞은 조옥순(여·사진)씨는 건설업에서 보기 드문 현장파 여성인력이다. 조씨는 매일 아침 5시면 아침 식사를 간단히 챙겨 먹고 집을 나선다. 그가 일하는 곳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조씨는 새벽 어스름을 뚫고 30~40분 차를 직접 운전해 현장으로 가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밖에서 일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조씨는 실제 현장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언니'로 불린다. 


그가 하는 일은 건설현장에서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철근 가공이다. 아파트의 뼈대가 되는 철근을 정해진 크기와 모양대로 절단기와 절곡기를 이용해 가공하는 일이다. 철근 하나의 무게가 수십㎏에 달해 작업이 쉽지 않을뿐더러 부상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절단기로 철을 자를 때면 불꽃과 쇳가루가 얼굴에 튄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을 뜨기조차 힘든 작업이지만 조씨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뿐이다. "최근 TV에서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프로가 인기던데 나 역시도 얼굴 전체를 복면으로 가리고 눈만 내놓고 일을 한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다.


조씨는 철근 가공일만 경력 10년의 베테랑이다. 건설 현장 밥을 먹은 지는 20년이 넘었다. 맨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여자라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현장에 들여보내 주지 않는 게 마냥 서럽기도 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조씨는 "현장소장들이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일을 시키지만 반나절만 지나면 이내 일 잘한다고 칭찬하기 일쑤"라며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고 털어놨다.


두 자녀를 다 출가시키고 쉬어도 될 나이지만 조씨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조씨는 "일부러 나이 많은 여자를 찾는 곳은 많지 않겠지만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을 경쟁력으로 이를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철근 가공일을 한다는 것은 베테랑인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초에는 철근을 나르던 지게차 운전사의 실수로 철근에 깔려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3개월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에게 병원은 갑갑한 공간일 뿐이었다. 


조씨는 퇴원과 동시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힘이 다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게 '건설현장의 젊은 언니' 조씨의 작은 바람이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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