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광역화 시대" - 한우진 교통평론가

경기도 방면 지하철 연장 효과 극대화를 위한 방안


서울지하철 노선들은 1기, 2기, 3기로 나눌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중에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기 노선(1~4호선)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2기 노선(5~8호선)은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노선이 시 외곽으로 나가는지의 여부이다.
 
순환선인 2호선은 논외이지만, 개통 당시부터 인천과 수원으로 가던 1호선은 말할 것도 없고 3호선은 일산선과 직결하여 고양시로 가고, 4호선은 과천-안산선과 직결하여 과천, 안양, 군포, 안산, 시흥시로 향한다. 좀 더 넓게 본다면 경의선은 3호선 대곡에서 연장되는 노선, 분당선은 3호선 수서에서 연장되는 노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기 지하철의 적극적인 광역화 노력과 달리, 2기 지하철은 이 부분이 취약했다. 차량기지 위치 때문에 개통 당시부터 성남시로 진출한 8호선만 예외로 하면, 타 노선들은 모두 서울시계(市界)에서 끊기는 형태였다. 수도권이 점점 팽창하면서 광역교통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오히려 나중에 지어진 지하철이 광역교통에 더 소홀했던 모순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굳이 자기 돈을 들여 경기도로 나가는 전철을 건설할 필요가 없었고, 정부는 경원선, 중앙선, 경의선 등 기존선 개량 광역철도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2기 지하철의 이러한 불편함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다행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광역교통 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경기도도 그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1기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연장을 통한 서울지하철의 경기도 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도시철도의 광역화이다.
 
현재 추진 중인 서울지하철의 경기도 연장 사업들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경인선과 함께 달리며 수요가 높았던 7호선 연장은 사업이 조기에 추진되어 이미 2012년 개통 후에 현재 잘 운행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7호선 연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부평구청~석남 연장 구간을 추가로 착공하여 공사 중에 있기도 하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인천 2호선과 환승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4호선 연장인 진접선과 5호선 연장인 하남선이 이미 공사 중이고, 8호선 연장인 별내선은 공사 시작을 앞두고 있다. 시스템상 별도 노선이긴 하나, 실질적으로 9호선의 연장선 역할을 하게 될 김포도시철도도 현재 공사가 착착 진행 중이다.

 
이같이 현재 2기 지하철들은, 그동안 시계에서 끊겼던 반쪽짜리 노선이라고 불렸던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적극적인 경기도 방면 연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서울지하철 노선들의 경기도 방면 연장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효율적인 운행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 것들을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로 저비용 운영을 실현해야 한다.
지하철은 원래 교통수요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효과적인 교통수단인데, 시 외곽으로 나가면 아무래도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5호선 연장선이 향하는 하남시는 인구가 적은 편이고 상수원 보호구역 같은 규제 때문에 인구가 크게 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비록 진접 쪽의 인구가 급등세라고는 하나, 인접한 서울 북동부에 비하면 인구밀도가 낮은 곳으로 향하는 4호선 연장 진접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렇게 수요가 크지 않아 수입이 늘기 어려운 실정에서 지속가능한 지하철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건설과 운영단계에서 다양한 비용절감 대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넓은 공간의 마련은 공조, 조명, 청소 등 유지비의 증가를 불러오므로 신중해야 한다. 기초 지자체들이 과다하게 큰 시청 청사를 마련하여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이용객에 비해 턱없이 큰 지하철 역사도 지양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역 운영체계도 필요한데, 무작정 기존 체계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수준이 유지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근무방식이나 조직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연장구간이라는 노선 특성상 이들 노선에는 기존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열차가 그대로 운행되겠지만, 역 운영 등은 경기도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도시철도의 서비스의 핵심인 열차운영에 대해 주도성을 가지지 못하면서, 역 운영에서도 적자가 쌓여만 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설 단계부터 향후 운영체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여 세심한 계획을 세워두어야 한다. Value Engineering의 시행은 기본이다. 아울러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위탁운영 외주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나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등에서 사용 중인 방식으로서 전문 철도운영사가 최저가 입찰을 통해 참여함으로서 운영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둘째로 연장 구간 특성에 맞는 서비스 유지 방안을 실현해야 한다.
 서울지하철이 경기도로 나가서 운행하는 구간은 낮은 인구밀도와 적은 교통 수요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곳에서 대용량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운영하려면 수송력이 과다 공급되기 쉽다. 특히 연장이라는 운행특성상 편성량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수송력 과다 공급의 원인이 된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차 운행횟수를 줄여서 낮은 수요에 맞게 낮은 수송력을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현재 운행 중인 7호선 연장 구간에서는 모든 열차가 부평구청까지 가는 게 아니라, 온수행과 부평구청행을 1:1로 운행함으로써, 7호선 연장 구간인 온수~부평구청안의 열차운행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수송력을 절반으로 낮추어, 서울시 바깥은 낮은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잠정적인 열차운행계획에 따르면 4호선 연장 진접선도 이런 방식이 된다고 한다.
 
사실 더 좋은 것은 시계(市界)의 역에서 열차를 쪼개서 앞쪽은 시외(市外)로 가고, 다시 돌아온 열차가 시계 역의 남아있던 열차와 합쳐져서 도심으로 돌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외 구간에서 수송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내역과 시외역의 운전시격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고밀도 운전을 하는 도시철도에서 이렇게 빠른 분리통합운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선지를 시계 중간종착역과 시외 종점역으로 나누어 교대로 운행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보편적이기는 하나,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도심행 열차 기준으로 시외 종점에서 출발한 열차와 시계의 역에서 출발한 열차의 혼잡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운영기관에서는 이 같은 열차간 혼잡도 불균형은 인정하면서도, 어차피 운행을 하다보면 승객들이 늘어나고 시간적으로 승객이 섞이다보면 열차간 혼잡도 차이가 금방 줄어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이렇게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열차간 혼잡도 차이는 계속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혼잡도가 높은 앞 열차(시외역 출발)와 혼잡도가 낮은 뒤 열차(시계역 출발)가 함께 도심으로 달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예: 7호선 도심방면의 경우 시외역은 부평구청역, 시계역은 온수역) 혼잡도가 높은 앞 열차는 승객이 많아 가속이 힘들어지고, 승객의 승강시간도 커진다. 이 때문에 지연이 발생하면 다음 역에 좀 더 늦게 도착하고, 승강장에는 그 늦은 만큼의 더 많은 승객들이 쌓여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혼잡도가 낮은 뒤 열차는 이런 문제가 없으며 평소처럼 달린다. 결국 이렇게 되면 시외발 열차와 시계발 열차가 교대로 함께 달릴 때, 가운데의 시계발 열차를 기준으로 앞쪽 시외발 열차와는 가까워지고, 뒤쪽 시계발 열차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국 시외발 열차는 승강장 도착이 늦어져서 더 많은 승객을 태워야하므로 혼잡은 더욱 심해지고, 지연도 늘어난다.
 
이렇듯 한번 혼잡도 불균형이 발생하면 열차간 간격이 차이나기 시작하면서 혼잡도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발생을 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가까운 종착역과 먼 종착을 이원화해서 운행하는 많은 노선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7호선 온수발/부평구청발, 분당선 죽전발/수원발 등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노선에서는 열차가 제시간보다 늦게 오고, 그 열차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외역발 열차이다.

그리고 그 열차를 보내고 다음 차가 오면 정착 그 열차는 앞 열차보다 더 빨리 도착하고 차내 혼잡도 훨씬 덜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시계역에서 출발한 열차이다. 혼잡한 열차와 덜 혼잡한 열차가 붙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열차간 혼잡도 차이가 발생하면 고객 서비스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 일단 승객들은 더 심한 혼잡을 체험하게 되므로, 해당 노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다. 그러다보면 운영사에서는 수송력을 높여야 하는 데 피크 혼잡도를 기준으로 수송력을 늘리다보면 낭비가 생긴다. 평균 전력보다 피크 전력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열차간 혼잡도를 균등화시키는 게 급선무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혼잡도를 기반으로 한 고객 안내와 운전 사령이 필요하다. 현재 운전사령실에서는 차내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승객들도 이번 열차와 다음 열차의 혼잡도를 알지 못하므로, 이번 열차가 혼잡하더라도 무조건 결사적으로 차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다. 다음 열차가 혼잡하지 않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혼잡은 어쩔 수 없고 빨리라도 가려면 일단 타고 보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혼잡도 불균형이 더 심해진다.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의 특성상 도심 방면 열차는 시계중간역 발과 시외종점역 발이 1:1로 운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지 말고, 정보시스템과 관제시스템을 보완하여 열차간 혼잡도의 차이를 최소화시키는 운영을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령실에서는 혼잡열차 뒤에 덜 혼잡한 열차가 따라 붙었을 때 둘 간의 간격 조절을 지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시계의 중간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애초에 평균 운전시격에 비해 앞쪽 혼잡열차에서 좀 더 떨어져서 운행을 시작하게 한다면, 열차간 혼잡도의 조기 균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시외역발-4분-시계역발-4분-시외역발’식으로 시계역에서 출발했다면, 이것 대신 ‘시외역발-5분-시계역발-3분-시외역발’ 식으로 일부러 간격을 불균등하게 출발시키는 것이다. 차내가 덜 혼잡한 시계역발 열차가 평소보다 1분 만큼 승강장에 더 쌓인 승객을 흡수하도록 하여 조기에 혼잡도 균형화를 달성할 수 있다.
 
승객들에게도 행선안내게시기 등을 통해 이번열차와 다음열차의 혼잡도 정보를 알려주면 열차간 혼잡도 균형화에 도움이 된다. 승객들을 강제로 차단하는 커트맨을 운영하는 것보다, 승객들 스스로 다음열차를 선택하게 해주는 이 방식이 더 인간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연장 구간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하남선, 별내선 등이 경기도에서 최초로 직접 건설하는 광역철도이다보니, 경기도 고유의 이미지를 해당 노선에 지나치게 투입하려는 욕심이 들 수가 있다.
 
시내버스만 해도 서울시 버스와 경기도 버스의 도색이 다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노선처럼 직결운행을 하는 연장 노선의 특성상 서울시와 경기도의 다른 디자인 콘셉트와 안내체계 등은 승객들에게 혼란을 줄 뿐이다.
 
굳이 고유의 디자인을 개발하려고 세금을 추가로 쓰는 것보다 서울시가 사용 중인 공공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분명 연장노선인데 여기는 서울시, 저기는 경기도 하면서 구분되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수도권 통합요금제는 버스와 지하철의 운임을 통합하면서 대중교통혁명을 일으켰다. 운임체계가 그러하듯이 안내체계를 비롯하여 사용자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기존 지하철과 최대한 일치시키는 게 지하철 연장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이 부분은 9호선과 별도 노선으로 건설 중인 김포도시철도에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비록 김포도시철도의 시스템이 소형도시철도인 경전철이긴 하나, 기능상으로는 9호선 연장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공급자 위주의 시각으로 시스템과 소속이 다른 것을 따지지 말고, 수요자 중심의 시각으로 승객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 시스템이 변동되더라도 승객은 한 노선을 이용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포도시철도의 김포시청역에서도 보훈병원이라는 행선지를 보고 싶고, 9호선의 종합운동장역에서도 한강신도시역이라는 행선지를 보고 싶다. 안 그대로 도시철도는 자가용보다 환승이 불편한데 안내체계마저 분리하여 이러한 환승불편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늘어나는 광역교통 수요 흡수에 2기 지하철이 제 역할을 못하다가, 이제 하남선, 별내선 등 경기도가 건설하는 광역전철이 건설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특히 모든 것을 당시 철도청에 의존하던 1기 지하철 때와 달리 이번 2기 지하철 연장은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1기 지하철 이후로 오랫동안 서울지하철 연장이 없다보니 서울지하철이 시외로 나가면 무조건 철도청(현 코레일)이 운영하고 전기는 교류 AC 25kV에 좌측통행을 쓴다는 고정관념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새 노선들은 경기도 직접 건설하는 것들이 많으며 운영에도 더욱 깊숙이 참여한다. 이 같은 경기도의 의무와 노력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위탁하므로 열차운행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노선 길이도 얼마 되지 않는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경기도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직접 건설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기도를 비롯한 관계당국 등은 현재 추진 중인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들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비용절감과 수송서비스 개선방안,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에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우진 (인터넷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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