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는 김치, 과학적으로 먹는 방법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2013년 12월5일 ‘김치와 김장문화’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프랑스요리, 지중해요리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비춰 김치가 무형유산에 오른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우리의 경우 ‘김장문화’에 방점이 찍혔다.

 

당시 우리가 제출한 무형유산 등재신청서에도 “김장문화의 좁은 의미의 공동체는 가족이나 친족,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단위의 품앗이 조직이다. (중략) 김치와 김장문화와 관련된 공동체는 지역의 차이, 사회·경제적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포괄한다”고 신청 취지가 적혀 있다. 하지만 김치는 과학적으로도 물려받을 만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김치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부산대 연구팀은 올해 8월 한국식품영양과학회가 발간하는 <약용식품저널>(JMF)에 대장암을 유발시킨 실험쥐들에게 김치 추출물을 먹인 결과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p53, p21)의 발현이 증가하는 등 대장암 발암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또 우석대 오석흥 교수 연구팀이 숙성시간에 따라 배추김치가 인간 위암세포 증식을 얼마나 억제하는지를 연구해 올해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보고한 결과를 보면, 46시간 동안 익힌 뒤 보관한 김치는 30일째 암세포 억제 효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30일이 지나면 효능은 줄어들었다.

 

또 익히지 않고 바로 보관한 김치는 암세포 억제 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밖에도 배추김치나 김치찌개를 먹으면 김치의 부재료에 포함돼 있는 비타민B·C, 베타카로틴, 칼슘, 철, 포타슘 등에 의해 위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또다른 연구팀이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으로 분석한 결과 발효된 김치에서 기능성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 42종의 물질 가운데 스티그마스테롤 등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 12종, 클로로겐산 등 항산화 물질이 6종 확인됐다.

 

하지만 짠 음식과 위암 발생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염분 농도가 높은 김치가 위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고하는 논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현주 세계김치연구소 대사기능성연구단 선임연구원은 “김치의 섭취는 김치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에 의해 위암 예방 효과가 있는 반면 발효 때 발생하는 질소류와 높은 염분 농도에 의해 위암을 촉진한다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아직 논쟁 중이어서 체계적이고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에 대한 한의학 쪽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한국 김치의 과학적 우수성 규명>에서 김치 원료의 사상체질별 적합성 여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사상체질학의 거두인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 등 체질식품 전문가 21명의 연구 성과 분석을 토대로 김치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47종의 식품에 대해 사상체질별로 적합한지를 분류해놓았다.

 

적어도 3명 이상의 의견이 일치할 때만 적합·부적합 판정을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소음인과 태음인 등 음인에게는 무가, 소양인과 태양인 등 양인에게는 배추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별로 보면 소음인에게는 무·마늘·생강 등 28종이 적합하고 배추·오이·셀러리 등 8종은 부적합했다.

 

태음인에게는 무·고추·가지 등 27종이 적합, 배추·생강·미나리 등 6종이 부적합이었다. 소양인의 적합 원료는 배추·양배추·오이 등 20종, 부적합 원료는 마늘·생강·고추 등 8종이었다. 태양인의 적합 재료는 배추·파·양배추 등 13종, 부적합 재료는 무·마늘·고추 등 11종이었다.

 

이들 체질별 적합 원료들을 단맛(감미), 신맛(산미), 쓴맛(고미), 매운맛(신미) 등으로 구분했을 때 네 체질 모두 감미 원료가 가장 많았고, 나머지 가운데 소음인은 신미 원료, 태음인에는 고미 원료, 소양인에게는 산미와 고미 원료, 태양인에게는 신미 원료가 많았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이 인체장모델시스템을 구축해 실험한 결과, 같은 양의 김치를 먹을 때 김치만 먹으면 김치와 고기를 함께 먹는 경우보다 생존하는 김치유산균의 수가 10배 정도 더 많았다.

 

인체장모델시스템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9m의 관을 본뜨고 입과 위, 십이지장, 대장 등 각 지점에서 분비되는 각종 분비물을 똑같이 모사한 뒤 24~38시간 정도 걸리는 소화시간을 똑같이 적용한 인공시스템이다. 이는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 함량이 많아 적당한 산도를 유지하려 위에서 더 많은 소화액이 분비돼 유산균을 죽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장을 담글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 소금 절임이다. 최근에는 소금 절임 과정이 기계화돼 ‘표준적인’ 김치 만들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김치 절임 기계는 크게 배추 자르기, 일정 농도의 소금물로 절이기, 세척하기로 나뉜다. 수작업으로 절일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배추 중간 부분을 잘 절이는 것이다.

 

절임기계에서는 소금물을 일정시간 넣었다 빼는 염수순환식 절임법과 대형절임조 위에 호이스트(소형 화물을 옮기는 권양기)를 설치하고 배추를 구멍 뚫린 통에 담아 일정시간 절임조에 담갔다 빼는 호이스트식 절임법을 써 배추가 고루 절게 한다. 절임배추 생산량은 2002년 4000톤에서 2011년 2만1840톤으로 5.5배가 증가했다.

 

김장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치의 저장이다. 김치 유산균은 처음 김치를 담갔을 때 1㎖당 1만개 정도이지만 익어가는 과정에 최대 1만배까지 늘어난다. 김치를 영하 1도 정도로 유지시키면 시원한 맛을 내는 류코노스톡균의 경우 1㎖당 1000만개 이상이 4개월까지 산다.

 

우리나라는 겨울철(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땅속 30㎝ 지점의 평균기온이 영하 1도다. 김장독을 묻는 이유다. 김치냉장고는 여기에 착안해 간접냉각 방식을 사용하는 일반냉장고와 달리 직접냉각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일반냉장고는 냉장고 온도가 올라가면 찬 바람을 팬으로 불어넣는 방식인 반면 김치냉장고는 냉각 파이프를 직접 냉장실 벽에 부착해 온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일반냉장고는 30분 동안 문을 열어놓으면 온도 차가 20도 이상 나지만 김치냉장고는 2~5도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온도 유지에 유리하다.

한겨레  | 작성자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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