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하는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 그리고 빨라지는 조기 수령 증가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 1년새 13% 뚝

청춘 세대는 ‘국민연금 환불론’ 주장

日, 일하는 노인의 연금 감액 기준 완화

 

   “열심히 일하면서 꼬박꼬박 연금 낸 사람만 호구되는 세상.” “지금까지 낸 돈, 이자는 안 받을 테니 제발 원금만이라도 돌려주세요.” “이래저래 국민연금은 안 낼수록 유리합니다.”

 

국민연금 관련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반응들이다. 청춘 세대는 ‘국민연금 환불론’까지 내세우는데,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할수록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고액 받게 되면, 건강보험료 부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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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임의가입’ 추이로 가늠할 수 있다. 임의가입이란,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이 노후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희망해서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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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는 연일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주부·학생·군인 등 임의가입자 수는 지난 2021년 40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지난 4월 35만명까지 주저 앉았다.

 

‘안 내고 안 받겠다’는 거리두기 행태는 국민연금 민심 설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달 중순 [왕개미연구소]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30~60대 전업주부 1045명에게 ‘국민연금 임의가입‘ 의향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4%가 ‘가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남녀 직장인 823명에게는 퇴직 후에도 국민연금에 계속 돈을 넣겠느냐고 물었는데, 응답자의 65%가 ‘납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노후 버팀목이어야 할 국민연금이 왜 이런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린 걸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숨어 있는 3가지 허점이 국민들의 자발적 가입 의욕을 꺾고 있다고 말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에겐 정부가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하는데, 인센티브는커녕 오히려 미가입자들을 더 우대하니 박탈감을 느끼고 가입 동기도 약화되는 것”이라며 “연금 제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왜곡이 생긴 곳은 바로잡는 등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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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젊어서 노세노세족(族)만 이득?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은 매달 32만3180원씩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받는다. 젊을 때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어도 자격만 되면 손에 쥘 수 있다. 올해 기준 노인 656만명이 받고 있는데, 이를 위해 23조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기초연금 예산은 매년 늘어 2050년엔 122조원까지 불어난다(보건사회연구원).

 

기초연금은 처음 제도가 도입됐던 당시(2008년 기초노령연금)만 해도 월 10만원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치를 때마다 복지 공약으로 등장하더니, 40만원(윤석열 정부 공약, 부부 합산 64만원)까지 높아지게 됐다. ‘대선=기초연금 10만원 인상’이 국룰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기초연금은 탈락한 사람은 물론, 돈을 받고 있는 사람까지 불만을 터뜨리는 요상한 제도다. 기초연금을 못 받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젊어서 노세노세했는데도 잘 놀았다고 국가에서 돈까지 준다”고 강하게 비난한다.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돈을 더 넣었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공돈 주는데 괜히 정부 말만 믿고 허리띠 졸라 매면서 꼬박꼬박 냈다”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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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기초·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때문에 불만이다. 연계감액은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올해 기준 약 49만원)를 초과하면 기초연금을 최대 50% 삭감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모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복지 혜택이어서 특정인이 과다 수급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 수급 중인 노인 291만명은 “국민연금은 내가 열심히 일해 불입한 돈으로 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국가 세금으로 주니까 재원의 성격과 출처가 완전히 다른데 왜 상호 연계해서 감액하느냐”고 불만이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는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으로 최대 50% 손해보고 연 2000만원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평생 탈락에 연금액 50%는 건보료 부과 대상으로 잡힌다”면서 “연금을 더 들라고 장려하진 못할망정, 여기저기서 뜯어갈 궁리만 하니 국민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국민연금에 연계된 다양한 제도들이 가입자들을 불리하게 만들어 국민연금 기피 현상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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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2️⃣“아, 속았다” 국민연금 맞벌이의 절규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과 똑같이 ‘공적연금’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같은 그룹이라고 해도 국민연금은 다른 공적연금과 비교해 불리할 때가 많다.

 

노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받다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할 때가 대표적이다. ‘중복 급여 금지 조항’에 따라 남은 배우자는 본인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유족연금 중에서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 즉, ①‘배우자 유족연금(20년 이상 가입시 원래 연금의 60%, 내 연금은 소멸)’과 ②‘내 연금+유족연금의 30%’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 만약 ①배우자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내가 60세까지 낸 수천만원은 헛돈이 되고 만다. 결론적으로 부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최대 혜택을 누리려면, 평균수명 넘어서까지 오래 살면서 백년해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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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국민연금 역차별 논란은 공무원연금과 비교할 때 생긴다. 국민연금 맞벌이 부부는 부부 중 한 명이 공무원인 부부에 비해 유족연금 산정시 불리하다. 국민연금 부부나 공무원 부부나 생전엔 같은 연금액을 받았어도, 사별 이후엔 부부간 연금 격차가 수천만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남편과 아내가 각각 월 150만원, 월 50만원씩 연금을 받고 있는 부부를 예로 들어 보자<아래표 참고>.

 

부부가 국민연금 커플인 경우, 남편 사망시 아내는 남편 유족연금과 본인 노령연금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 이 경우엔 내 연금이 사라지니 억울해도 남편 유족연금(90만원)을 고르는 것이 ‘본인연금+유족연금 30%’(77만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그런데 남편이 국민연금 수급자이고 아내가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내 연금 50만원에 남편 유족연금(원래 연금의 60%=90만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금액이 140만원까지 커진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간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게 당연한데, 정부는 제도 개선에 손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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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괜히 재취업했나봐”... 일본은 기준 완화

“일하지 말고 놀라는 것밖에 더 됩니까? 왜 소득과 연계해서 국민연금을 제한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소득과 상관없이 연금은 내가 부은 돈이니까, 조건 없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퇴직 후에 일해서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이 깎이는 것도 원성의 대상이다. 수령 기간 중에 소득이 일정액 넘게 생기면 국민연금은 최대 50% 감액된다. 커트라인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이 기준인데, 올해는 월 286만원(근로소득+사업소득)이 기준선이다. 즉 월 286만원 이상 세후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이 깎이기 시작한다. 감액 기간은 최장 5년이다.

 

이 제도는 특정인에게 과다한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1988년 국민연금 초기에 도입됐다. 하지만 수명이 길어지고 국민연금만 갖고서 생활하기 어려워진 작금의 상황에서 과거에 정한 기준이 합당한 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령화 선배국인 일본의 사례도 참고가 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국민연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고령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제도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관련법을 개정했고, 연금 감액 커트라인을 종전 28만엔(약 258만원)에서 47만엔(약 433만원)으로 높였다. 즉 노후에 일해서 버는 돈 47만엔까지는 연금을 깎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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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 12만8000명이 늙어서도 일한다는 이유로 연금에서 1906억원이 깎였다. 소득으로 인한 국민연금 감액을 피하려면 연금을 정상 시점보다 미뤄서 받는 연기연금(최대 5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연기연금을 신청해 고액을 받게 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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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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