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국힘 모습 [김영환]

 

 


안타까운 국힘 모습
2022.01.13

지난 6일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가 윤석열 자당 대선 후보를 공격해온 이준석 당 대표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마련하자 이 대표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분노한 의원들의 입에서 '사이코패스'란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윤 후보는 “모두 내 책임”이라며 그를 포용하고 ‘원팀’을 외쳤습니다. 이제 정신 차리고 잘 할지 모르겠습니다. YTN과 리얼미터의 1월 10~11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내부 갈등 해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해소'가 26.6퍼센트인데 반해 '미해소'가 63.3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치과의사인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은 “수술 가위를 뱃속에 그냥 넣고 꿰맨 것과 같다”며 미봉책에 탄식했습니다. 비난이 빗발칠 때 여러 유튜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90퍼센트 이상이 대표의 퇴출을 요구했죠. 그러나 당규대로 처리하자면 두 달도 안 남은 대선에 시간도 없고, 내친다면 여당과 이 대표 등의 내부 총질로 온갖 책임을 후보에게 뒤집어씌우는 뉴스로 매스컴이 도배질할 테니 달리 묘책이 없었을 듯합니다.

​정치를 잘하려면 적과 동지를 잘 분간해야 한다고 합니다. 작년 6월, 3전 3패 선거 전적의 36세 이준석이 4선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물리쳐 야당 대표가 되자 민주당은 폭풍 환호했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은 씁쓸하기도 했을 겁니다. 당원 투표에선 나 후보가 이기고 30퍼센트 비중의 여론조사에서 졌으니까요. 정당은 이념을 같이 하는 동지들의 결사체인데 당의 결정에 혼합물을 섞었으니 극심한 분란을 겪는 게 아닐까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기성 정치인 뺨치는 수법이다. 당과 후보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준석 대표는 '싸움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준석 대표는 대법관들 앞에서 실시한 4·15총선 재검표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무수한 부정선거의 증거들 앞에서도 ‘부정선거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주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거의 30년간 국내 최고 선거사범 수사 전문가인 저에게 ‘악성 종양’이라고까지 말했다. 그의 행동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보다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공격한다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민경욱 전 의원은 4·15총선 부정선거 투쟁을 ‘음모론’이라고 주장한 이준석을 “좌파 첩자’라고까지 규탄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1년 12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하버드 출신으로 저소득층의 자녀를 무료로 과외 공부시키는 조직의 대표였던 그의 수업을 참관하고 발탁했답니다. 이 대표는 당선되자 “내가 당 대표로 성공해서 그분이 '인재 영입 잘했구나,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구나' 평가를 받게 하고 싶다", 사면 되자 “사과까진 아니더라도 유감을 표명하라”는 식으로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처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말도 했지만, 이는 탄핵에 앞장섰던 트라우마를 덮자는 변명처럼 들립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줄 알았던 60대 이상에서의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여권의 기도(企圖)대로, 박 대통령 사면이 수사 주요 책임자였던 그의 부정적 측면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지하게 된 우익들을 교란하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인지 모릅니다. 1원 한 푼 안 먹은 ‘국정농단’ 정치 재판과 친북 좌익정권의 국정 파탄을 불러온 탄핵의 갈등이죠. 이제 유권자들을 위해, '탄핵의 강'에 대해 윤 후보나 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는 대선 TV토론에도 등장하겠죠.

최근 이 대표의 성 추문 의혹도 돌출했습니다. 유튜브 가세연은 2013년 이준석 대표가 성 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정치자금부정수수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 대표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습니다. 김민전 교수는 이 대표를 비판했고 국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인 김소연 변호사는 당이 성 상납 의혹을 용인한다며 탈당했습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성핵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간 이 대표는 아이디어는 보여줬으나 대장동게이트나 공수처 사찰 등에 강한 투쟁력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2030이 결혼 못 하고 아이를 안 낳는 주요 원인인 미친 집값 폭등은 문 정권의 극히 중대한 실정이죠. 2030에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음)’의 절망을 안겼지만 2030의 대표라면서 이를 풀어줘야 할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애늙은이처럼 젊은 결기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2018년 5월 환갑을 며칠 앞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병원에 실려 갈 때까지 단식투쟁하여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특검을 쟁취했죠.

 

 



​이준석 대표가 됐을 때 비대위를 꾸리자는 말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그의 궤적을 보아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대하는 건 자유지만 무턱대고 프랑스의 슈퍼 엘리트 마크롱 대통령과 비교하는 건 매스컴의 근시안이었습니다. 마크롱은 대통령실 부실장,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을 거쳐 신당을 창당하여 39세인 2017년 대선에 출마해 승리했습니다. 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가미되었을 인물과 비교할 바 아니죠.

​이준석 대표의 말은 속도가 너무 빠르고 내용도 찌뿌드드한 느낌을 받습니다. 수락 연설에서 밝힌, "비빔밥 고명" , “만들어가는 역사에 지분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이승만)
“중단 없는 전진”(박정희)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안창호)
“내로남불”(박희태)


메시지는 투명해야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윤석열은 명료한 이 말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정권교체가 걸려, 국운을 심대하게 좌우할 대선을 앞두고 후보 사랑보다 자기 정치에 강한 당 대표를 둔 것은 야당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50%를 넘나드는 국민에게 불행입니다. 매스컴과 여론으로 정계에 호출됐지만 정치 무경력으로 불안했던 윤 후보는 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죠. 중요한 당 대표가 0선의 약체이고 정체성도 불투명하니 후보에게 이중의 불행입니다. 경선 주자들도 원희룡 전 제주 지사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구경꾼 내지 공격자로 먼발치에 있죠. 송영길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뛰는 원팀 민주당과 너무 다릅니다. 뒤에서 돕는다는 말도 있지만 "우익은 분열로 망한다"는 경구가 기억납니다. 교수신문의 2021년 사자성어가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다.’는 뜻이라니 절묘한 선정입니다.

 


야당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면 국민의 삶을 바꿀 자유민주체제, 시장경제 회복을 향해 한 덩어리가 되어 분골쇄신하는 배수진과 공명선거 투쟁이 필요합니다. 돈과 조직과 노력이 부족합니다. 당락이 걸린 후보가 거센 애국의 바람을 선도해야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국민은 방관자가 아니죠. 후보는 물론, 당도, 이준석 대표도, 경선 출마자들도 대선 결과에 정치 생명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 텐데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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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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