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신한류 모색하다

건설, 신한류 모색하다



#1 중동서 불가능하다던 공사기간 내 완공 "똘똘 뭉쳐 극복했죠" 

#2 인재·시스템·지원 삼박자로 '新중동특수' 기대

#3 아라비아해를 관통하는 '도하의 기적' 

#4 "중동·동남아 넘어 미주·아프리카로…기회의 땅 많다" 



#1 중동서 불가능하다던 공사기간 내 완공 "똘똘 뭉쳐 극복했죠" 


4년간 건설 담당 장관 5번 바뀌어 

정부 근무 짧아 오전에 업무 마쳐야 

공기 맞추자 현지언론서 특집 보도 




"도하링크는 중동에서는 매우 드물게 공사기간 내 완공한 프로젝트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GS건설의 쿠웨이트 도하링크 사업장을 총괄하는 오진만 현장소장.


GS건설의 쿠웨이트 도하링크 사업장을 총괄하는 오진만 현장소장(사진)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공기를 제때 맞출 수 있다는 것에 높은 자부심을 표했다. 오 소장은 직장생활 35년차이자 해외공사를 네번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는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직접 차를 몰고 현장을 누비며 공사 진행 상황을 최종 점검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인터뷰 내내 5초 간격으로 터져나오는 잔기침은 지난 4년간의 쿠웨이트 생활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했다. 




오 소장은 중동, 특히 쿠웨이트에서 정치ㆍ종교ㆍ문화적 특성상 공기를 맞추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의회의 정부사업 견제, 이슬람 특유의 보수성, 노동에 소극적인 자원 부국 특유의 문화 등으로 공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것. 오 소장은 "쿠웨이트는 왕정국가이면서도 의회가 발달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힘이 강하다"면서 "이들의 정부 견제로 장관 등 유관기관 수장의 수명이 짧은 편인데, 지난 4년간 쿠웨이트에 있는 동안 건설 부문을 담당하는 장관이 다섯번이나 교체됐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는 전체 인구 450만명 중 쿠웨이트인이 30%(136만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외국인이다. 쿠웨이트인은 대부분 정부 주요 기관의 상급자로 일하는데 점심시간 직후 대부분 퇴근한다. 공사와 관련해 협의하거나 인허가 등을 받으려면 오전 단 몇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 


여름철 5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도 오 소장에겐 고역이었다. 근로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무더위 기간(5~9월)의 작업은 해가 넘어간 늦은 오후부터 새벽까지 이뤄졌다. 야간작업은 안전사고가 잦은 시간대여서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고 생산가능인구도 적은 편이어서 자재와 장비, 인력을 수급하는 데 있어서도 타 사업장과는 다른 사전준비가 필요했다. 오 소장은 "쿠웨이트에서 생산하는 시멘트와 철근, 강관을 제외한 모든 원재료와 이와 관련된 장비들은 중국이나 유럽 등 외부에서 수입했는데 항상 서너달의 충분한 선행기간을 뒀다"며 "인력도 그때 그때 충원하기 보다는 미리 인도 등 현지로 가 체력테스트와 비자발급 등을 거치면서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했다"고 강조했다. 




악조건이 워낙 많아 공사 초기 발주처와 감리단 측에서도 공기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지체 보상금과 각종 페널티를 물게될 것이라는 으름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GS건설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자 쿠웨이트 방송국이나 지역언론 등에서 도하링크 현장을 특집으로 다루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오 소장은 "여러 장애 요인이 있었음에도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 직원들이 하나같이 똘똘 뭉쳐줬기 때문"이라며 "도하링크 현장에서 값진 경험을 얻었으니 다른 현장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아시아경제 ] 




#2 인재·시스템·지원 삼박자로 '新중동특수' 기대 


   국내 건설업계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 몇년간 건설업계 호황의 배경이 됐던 저금리와 규제 완화는 금리인상과 규제 강화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버티고 있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 시점,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할 곳은 해외다. 그간 쌓은 경험과 보장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강화, 건설업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물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유럽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 저가 수주를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ㆍ동남아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등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재와 시스템, 지원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아시아경제는 중동,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주요 해외 건설 사업장을 현지 취재하고 심화되는 경쟁 속 한국건설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유가급락·中저가공세로 

중동 발주시장 갈수록 위축 

국제유가 2년 후행 건설경기 

올보다 내년 회복세 기대 


기술력·가격만으론 수주 한계 

단순 EPC프로젝트 방식 탈피 

신도시 개발노하우 활용 등 

PMC 사업으로 보폭 넓혀야


   "이제는 웬만한 기술력이나 저가 수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건설사 임원의 얘기다. 한 때 수주시장의 '오아시스라' 불리던 중동이 예전같지 않고 경쟁도 치열해져 공사를 따내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과거 쿠웨이트와 두바이 등의 도심 곳곳에선 국내 건설사들의 로고가 새겨진 공사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엔 중국 업체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액은 2010년 472억달러(한화 약 52조52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45억달러(16조1300억원)까지 약 69% 급감했다. 2010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였으나 지난해 50%까지 축소됐다. 


중동시장이 급변하게 된 결정적인 변수는 유가다. 2016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 급락으로 중동 발주시장이 급격히 축소된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이어지자 기술적 우위에 서있던 국내 대형 건설사들마저 생존 위기에 봉착했다. 


수주 여건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중동 현지에서도 조만간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서서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국제유가 덕분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회복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올해 8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정치적 이슈로 유가가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건설 수주경기는 국제유가를 2년에서 2년반 후행한다. 따라서 올해보단 내년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건설담당 연구원은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내년도 예상 수주액은 올해 대비 135%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유가 회복과 경제 개혁, 재정여건 개선, 석유화학산업 투자 등으로 중동지역 수주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들어 중동수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를 대변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중동수주액은 38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7% 감소했으나 전날 기준으론 86억달러로 감소폭이 18% 수준까지 좁혀졌다. 해외 수주를 담당하는 한 건설사 직원은 "최근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프라 투자나 신도시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과거보다는 많이 나오고 있다"며 "도전하다보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국내 건설사의 지역별 해외수주 비중




그러나 고전적인 수주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도 국제유가 파동이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단순 기술력이나 비용 저감 만으로는 더이상 발주처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 시공법의 인허가 절차도 더 까다로워졌고 감리 측의 공사현장 감독도 더 촘촘해졌다. 중동 현지에서 피부로 경험한 국내 건설 노동자들의 얘기다.


전문가들도 조금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업전략을 짜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해 EPC(설계ㆍ조달ㆍ시공) 프로젝트 방식으로 오일머니를 벌어오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협력사업(PPP)이나 대형 프로젝트관리컨설팅(PMC)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동에 이어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 텃밭으로 자리 잡은 동남아시아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국가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잇따른 투자, 인프라 마련 및 정비가 지속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수주는 올해 현재까지 146억629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억2124만달러) 수치 뿐만 아니라 전년 이 지역 전체 수주액(124억9228만달러) 역시 넘어섰다. 이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의 수주가 이끌었다. 베트남은 올해 6.81%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5.9%), 인도네시아(5.07%)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를 넘어서는 싱가포르 역시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탄탄한 시장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은 필연적으로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마련과 정비, 도시 계획 및 개발 등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신남방정책도 '동남아시아발 건설 훈풍'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승현 국토교통부 쿠웨이트 국토교통관은 "단순히 몇억달러 수주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발전된 형태의 사업은 없을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단순 EPC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따낸 '압둘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의 신도시 개발 노하우를 잘 활용해 사업권을 얻어낸 좋은 사례"라며 "이 같은 PMC 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인프라사업 등으로의 보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ㆍ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아시아경제 ]


#3 아라비아해를 관통하는 '도하의 기적' 


GS건설, '도하링크 프로젝트' 


쿠웨이트 수주 첫 공사, 6057억원 규모

2014년 12월30일 착공, 올해말 완공


육상부 제외하고 해상교량만 7.72km 


암반 없이 모래로 구성된 지반 난제 

11회 말뚝 재하시험으로 발주처 설득 


다리 개통되면 이동거리 25km 단축 

개발중인 신도시 접근성도 용이해져




GS건설이 쿠웨이트에 시공중인 도하링크 교량의 모습. 2014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서쪽 해안가를 따라 약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시티. 쿠웨이트판 디즈니랜드가 들어선 이곳에선 슈와이크 항을 잇는 해상교량 공사인 '도하링크 프로젝트'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총 연장 12.43km에 달하는 교량은 이미 슐라비캇 만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길이 돼 있었으며 도로 포장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이 사업을 총괄해온 오진만 GS건설 현장소장은 "차선도색과 이정표 등만 붙이면 공사가 완료된다"며 "연내 준공은 무리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하링크 프로젝트는 GS건설이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첫 번째 공사다. 중동에선 카타르 도하 지하철공사에 이은 두번째 인프라 사업이다. 도하(doha)는 아랍어로 '둥근 만(dohat)'을 뜻하는데 쿠웨이트에선 교량이 지나는 슐라비캇 만을 일컫는다. 공교롭게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쿠웨이트 도하 공사를 수주하게 된 것이다. 도하링크는 쿠웨이트 공공 도로사업부(PART)가 발주했으며 공사비는 한화로 약 6057억원 규모다.


차를 타고 다리 입구에 들어서자 평온한 아라비아만 해역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왕복 8차로의 넓고 긴 도하링크가 끝없이 펼쳐졌다.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었음에도 다리는 수평선 너머 지구의 원주를 타고 미끄러지듯 끝 지점이 보이지 않았다. 도하링크는 육상 부문을 제외한 해상부 교량 만으로도 길이가 7.72km에 이른다. 


공사는 2014년 12월30일부터 시작했으며 올해 말 준공이 목표다.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98%였다. 각 공사구간별로 상세히 구분하면 총 3개의 인터체인지(IC), 도하로드(Doha Peninsular Road), 서측 접속교(5220m), 주교량(600m), 동측 접속교(1900m)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량과 교통관리를 위한 빌딩 3개동도 포함된다. 현장에서 공사용 덤프트럭이 오가는 곳은 인터체인지가 유일했으며 다리 위엔 이미 조명과 과속카메라, CCTV 등이 설치돼 있었다. 


 

GS건설이 쿠웨이트에 시공중인 도하링크의 위성사진 모습. 슐라비캇 만을 가로질러 엔터테인먼트시티와 슈와이크 항을 잇는다.(출처:구글지도)




현장에서 만난 GS건설 관계자들은 공사를 진행해오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대체로 국내 사업장과는 확연히 다른 중동 특유의 보수성을 꼽았다. 특히 각종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쿠웨이트 정부 산하 기관의 꼼꼼한 태도로 공사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매 순간이 고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기술력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일을 풀어나갔다. 


사업 초기 직면한 설계현안은 IC관련 사안이었다. 최소 회전 반경을 80m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쿠웨이트 기준을 따를 경우 각 교차로를 확장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GS건설은 이를 본선과 분리된 별도의 부가차로를 설치함으로써 회전반경을 40m로 줄였다. 또 종점부는 육상측에서부터 동시 시공이 가능하도록 공법을 변경해 공기단축까지 이끌어 냈다. 


암반없이 조밀한 모래로만 구성된 쿠웨이트 지반의 특수성을 고려한 말뚝설계도 난제였다. 쿠웨이트의 지층은 일반 토사와 암반의 중간 특성을 갖는데, 이를 일반토사로 간주하는 중동지역의 보수적인 관행으로 경제성이 높은 현장 타설 말뚝설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GS건설은 각종 지반조사와 11회의 대규모 말뚝 재하시험 등을 통해 말뚝 지지력의 적합성을 증명, 건설사업관리(PMC)와 발주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쿠웨이트 지층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검증, 설계기준과의 검토를 통해 말뚝길이를 최적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굴착 중 공벽 안정성을 강화해 말뚝 공사기간을 줄인 것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지역적 특성으로 양질의 콘크리트를 수급하기 힘든 어려움도 있었다. 쿠웨이트에서 생산되는 모래에 포함된 점토성분은 콘크리트의 품질저하를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채굴된 모래를 세척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쿠웨이트 내 세척시설만으로는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세척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확보의 어려움과 세척장비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이에 GS건설은 약 1년간의 현장배합실험을 통해 혼화제를 개량해 모래 속 점토로 인한 성능저하를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개량된 혼화제와 꼼꼼한 재료관리로 현재까지도 매우 높은 수준의 콘크리트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도 안정적인 콘크리트의 작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정대로라면 GS건설이 4년간 매달려온 도하링크는 올해 말 공사가 끝난다. 바로 인근에 현대건설이 책임지고 있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내년 상반기엔 다리 개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도하링크는 앞으로 쿠웨이트 '실크로드'의 초입으로써 일대 물류인프라 개선과 교통망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소장은 "쿠웨이트시티에서 자하라 지역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상습 정체구간인데 다리 통행이 뚫리면 기존 도로보다 25km를 단축해 이동 시간과 물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쿠웨이트 정부가 개발중인 인근 신도시(Jaber Al Ahmad City)로의 접근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4 "중동·동남아 넘어 미주·아프리카로…기회의 땅 많다" 


  국내 건설업계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 몇년간 건설업계 호황의 배경이 됐던 저금리와 규제 완화는 금리인상과 규제 강화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버티고 있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 시점,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할 곳은 해외다. 그간 쌓은 경험과 보장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강화, 건설업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물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유럽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 저가 수주를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ㆍ동남아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등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재와 시스템, 지원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아시아경제는 중동,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주요 해외 건설 사업장을 현지 취재하고 심화되는 경쟁 속 한국건설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건설 한류'가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맞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새 텃밭'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굵직한 분야 중 하나가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40년까지 94조달러(약 10경448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투자 기회가 큰 지역은 북미ㆍ아프리카 등 한국 건설기업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땅이다. 이들 시장은 현재 한국 건설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중동ㆍ동남아시아 시장보다 인프라 갭(현재의 투자 규모와 미래 필요한 투자 규모의 차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 시장 투자 규모는 2025년 17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3.5~4.5% 성장률을 기록할 인프라 부문이 이 같은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기준 1조8000억달러였던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15년 2조3000억달러로 증가, 연평균 2.9% 상승한 바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와 미국, 공종별로는 도로와 전력이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건설기업의 해외건설수주는 2번의 성장기와 1번의 중흥기를 지나왔다. 1965년 첫 진출 이후 누적 수주는 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965년부터 12~14년 주기로 본 연평균 수주 추이는 60억 달러, 65억 달러, 416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중동과 아시아 시장이 없었다면 누적 수주 8000억달러 달성은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수주 확대와 중동 시장에서의 탄탄한 수주가 연평균 460억달러 시대를 가능하게 한 동력이라는 것이다. 2004~2015년 사이에는 중남미 및 태평양ㆍ북미 시장의 수주 비중도 증가, 시장 다변화 기대감도 서서히 키워갔다.




다만 공종 다각화는 시장 다변화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부각됐다. 산업설비의 수주 비중은 증가하는 반면 건축과 토목 비중은 감소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2016~2018년 지역별 수주 규모는 2011~2015년 평균 수주 규모의 절반 수준이나 산업설비 부문의 수주 부진을 토목과 건축 부문에서의 수주를 통해 만회하는 것은 역부족이란 평가다. 여전히 도급 사업 중심의 해외건설 수주가 주를 이뤘고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 비중은 2006년 10.2%에서 2016년 3.1%로 크게 줄었다. 


결국 시장 다변화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등 신시장의 경우 언어ㆍ문화 차이 등에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새로운 시장과 공종으로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역량 집결과 건설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근간이 돼야 한다"며 "필요 예측 규모와 현재 추세를 반영했을 때 인프라 갭이 큰 미주(전체의 47%)와 아프리카(39%)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아시아경제]

케이콘텐츠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