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리석은 말, "법대로 하자"(1)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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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리석은 말, "법대로 하자"(1)
2018.12.05
억울하더라도 송사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며, 송사 뒤에는 국가와 사회와 이익단체를 원망하는 일만 남습니다.지난달 말 70대 노인이 대법원장 차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같은 날 검찰청장이 눈물을 흘리는 기사를 보며 참 많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종심(從心)을 넘긴 농부가 격한 행동을 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원이 꼼꼼하게 묻고, 세심하게 듣고, 따지고 법 조항대로 판결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큰일입니다.제가 법정에서 경험한 희한한 일입니다. 요점은 의사가 발행한 황당한 상해진단서 때문인데, 환자가 병원에 온 날과 진료 시작일 기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사진1과 2) 의사는 유령을 진료했습니다. 또 환자의 병명이 장출혈, 장마비인데, 증상도 거꾸로이고, 처치도 반대로 했습니다. 장출혈은 아무런 응급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놀라운 것은 그 의사가 ‘임상병리과 전문의’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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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단서에 있는 날짜
2) 진료 기록부 첫 페이지에 있는 날짜
장마비는 말 그대로 장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움직임 소리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장 움직이는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장마비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부스코판)도 주사했습니다. 이 약을 생산한 독일 제약회사와 독일 정부, 일본과 우리 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사용을 일절 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상태가 호전되었다(‘장 움직임과 소리가 줄었다’)고 적었습니다. 진료기록부대로라면, 장 움직임이 더 약해졌으니 반대로 장마비가 더욱더 진행된 것이지요.검・경이 내린 결론은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경찰은 동업자인 이웃 의원의 말을 인용, 더 조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검찰로 넘겼습니다. 검찰도 막무가내로 기소를 했습니다. 법원은 법으로 판결하는 줄로 알았습니다만, 의료 현실과 동떨어지게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저는 위 재판결과를 부정하고 재심을 신청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를 ‘허위진단서 작성 및 법정위증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수사관은 진료개시일 문제와 관련, (사진2와 3) “날짜를 쓰다가 펜이 다 돌아가지 않았다”고 친절하게 설명(대변?)했습니다. 진료기록부의 필적감정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세계 인명사전인 후스후(Who’s who)에도 오른, 서울 모 대학 병원의 소화기내과 교수가 진단서의 병명, 증상, 치료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맞서 관내 지방 대학 병원의 심장내과 전문의 말을 인용했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3) 진료 기록부 을(乙)지에 있는 날짜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습니다. 고등검찰이 재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지청 검사는 다시 무혐의 처분했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고등법원의 부장판사가 기소명령을 내렸습니다. 저는 아주 분명하고, 확실한 사안이라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고, 그 어렵다는 재정신청에 성공한 것입니다.하지만 장애를 또 만났습니다. 기소명령은 내려졌지만, 사건은 다시 무혐의 처분한 바로 그 검찰청으로 내려갔습니다. 공판 검사는 다른 사건과 달리 대충대충입니다. 만약 피의자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동료 검사가 곤욕을 당하는 것이니까요. 법 개정 전에는 기소명령이 내려진 사건을 특별검사가 담당했었습니다.이 재판은 지방법원 지청의 단독심 판사가 맡았습니다. 판사는 저의 공판기록 복사 요청도 불허했습니다. 증인으로 나선 세계적 권위자인 대학병원 교수에 따르면, 피의자 변호인이 법정에 무죄의 증거로 제출한 x레이 사진은 장마비가 아니라 가스가 찬, 단순하게 속이 더부룩한 상태입니다. 혹 떼려다 붙인 결과였습니다. 의사는 또, 장출혈이 실제 없었으므로, 위치를 진술할 때마다 다르게 지목했습니다. 검찰과 법원에서 흔히 말하는 진술의 일관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단독 판사는 이렇게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제가 검찰에게 항소해 달라(검사만 할 수 있음)고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헌재까지 찾아갔었습니다만, 이런 경우 고소인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족입니다만-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피의자의 자매가 한 명은 현직 최고 법관(당시 고등법원 부장판사)이고, 다른 한 명은 한 법무 법인의 변호사인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저는 이때부터 “법대로 하자”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어리석은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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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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