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퀴 도는 데 40분… "아파트 아니라 신도시"

한바퀴 도는 데 40분… "아파트 아니라 신도시"

헬리오시티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를 나오자, 오른편 아파트 단지 입구 안쪽으로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동(棟)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눈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이었다. 단지 외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왼쪽 찻길 건너편으로 가락시장, 소방서, 학교 등 수많은 시설물 그리고 공원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오른쪽은 계속해서 아파트 단지였다. 40여분 만에 다시 원래의 단지 입구로 돌아왔다. 총 2700m를 걸었다. 입구에는 높이 10m 의 거대한 기둥 두 개가 하늘로 뻗어 있었고, 양쪽 기둥이 'HELIO CITY'라는 이름표를 떠받치고 있었다. 이곳은 다음 달 입주하는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다.


1만 가구 내달 입주, 

국내최대 아파트 단지

가락동 '헬리오시티' 가보니




입주 임박한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는 1982년 준공된 6600가구의 가락시영1·2차를 헐고 9510가구(전용면적 39~150㎡) 규모로 재건축한 아파트다. 기존 최대 단지인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7374가구)를 뛰어넘는다. 단지 이름은 '빛의 도시'라는 뜻.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했다. 신웅식 헬리오시티 현장소장은 "입주를 앞두고 공사 점검을 위해 밤에 아파트에 전등을 켜놓자 '가락동에 신도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랬던 아파트가 - 헬리오시티의 전신(前身)인 가락 시영아파트 단지 2011년 12월 모습. 5층짜리 동(棟) 134개

       로 이뤄져 있었다. /주완중 기자


       어마어마한 규모 - 9500여가구가 들어서는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14일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 40여분이 걸린다./동아일보




숫자로 본 헬리오시티

가구당 가족수를 3.5명씩으로 가정했을 때 예상 거주 인구는 3만3300명. 충북 단양군(3만296명)과 전남 곡성군( 2만9995명)보다 훨씬 많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공원의 1.8배이다. 단지 입구에서 끝까지 가는 데만 걸어서 15분이 걸린다. 단지 내 지하주차장 진입 도로가 4차선이다. 지상에는 응급차량만 다닐 수 있다. 조합 측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단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500여가구가 들어서는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14일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이 단지는 청약부터가 '기록적'이었다. 2015년 11월 진행된 일반분양에서는 124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여 명이 신청했다.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서울시내 최다 청약자 수였다. 아파트 공사에는 연인원으로 2015년 12월 착공 이후 180만명이 투입됐다. 이들이 설치한 시설의 규모도 기록적이다. 단지 내 엘리베이터가 209대 설치됐다. 단지 주출입구 인근 5곳에 들어서는 상가 면적(약 5만㎡)을 합치면 축구장 6배가 넘는다. 단지 내에 가락일초·중 통합학교 한 곳과 어린이집 7 곳이 신설된다. 도서관은 6곳, 어린이 놀이터도 18곳, 손님 맞이용 게스트하우스도 17실이 마련됐다. 12만7000여㎡의 정원 공간에는 제주도에서 공수한 만병초·팽나무 등을 포함해 50여 종, 총 1만6000그루 나무를 심었고, 소규모 온실 식물원인 생태학습실도 만들었다. 벤치는 329개가 놓였다.


헬리오시티, 전세시장에 메가톤급 영향

입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지의 '경제효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3.5% 떨어져 강남·서초구 등 강남 3구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헬리오시티 효과로 볼 수 있다"며 "1만 가구는 시장에서 입주 폭탄급"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비슷했다. 2008년 서울 잠실주공 1~4단지, 잠실시영에 약 1만8000여 가구가 동시에 입주했을 당시, 잠실 일대에선 전세 시세가 1억원 가까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벌어진 바 있다.


현재 헬리오시티 전세 가격은 전용 59㎡가 6억원대, 전용 84㎡가 7억원대로, 두 달 전보다 호가가 5000만~1억원쯤 내렸다. "입주 날짜가 다가오면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매수인들의 기대감 때문에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말한다. 하지만 매매 가격은 3년 전 분양가보다 배 이상 뛰었다. 분양 가격이 각각 6억~7억원대, 7억~9억원대였던 전용 59㎡와 84㎡는 최근 14억~15억원대, 15억8000만~18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가구·가전 업체 홍보전 치열

주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난 17~19일 진행된 입주민 사전점검 행사에는 7개 은행이 나와 대출 관련 상담을 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샘은 지난 8~11일 헬리오시티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900평의 행사장에 가전 및 가구, 이사업체 등 40여 개 업체를 모아 입주박람회 행사를 열었다. 


LG전자 베스트샵 등 가전·가구업체들도 주변 지점에서 헬리오시티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입주 특별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가락동 공인중개업소 '가락랜드'의 한 관계자는 "단지에서 가까운 건물에 편의점, 미용실, 학원은 기본이고 치과, 한의원, 요양보호시설, 재활센터까지 자리를 찾아봐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노후 주택, 상가 건물에서 리모델링, 신축 등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로 예정됐던 입주 일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사 날짜를 정해놓은 예비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사업시행계획 변경안 등 준공 승인을 위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조합 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다만 다음 달 1일 조합 총회가 다시 열리고, 조합 측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송파구청 측에 준공인가 전 사용허가(임시사용승인)를 신청한다는 방침이어서 입주 일자가 크게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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