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업계, 노조 가입 범위는 어디까지?


엔지니어링 업계, 노조 가입 범위는 어디까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직위는 어디까지일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범위를 놓고 엔지니어링 업계의 노동조합들과  사측이 충돌하고 있다.

 

가입 범위가 탄압 수단으로

노조 가입 범위 놓고 사측과 노동조합 충돌

민노총 현대엔지니어링 지부, 쟁의행위 찬판투표 실시


20일 민주노총 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쟁의행위 찬판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측이 단체협약 조건으로 대리 이하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더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어서 쟁의행위 돌입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건설엔지니어링 연대회의 지부장들이 11월 19일 유신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도 노조원의 범위를 놓고 사측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삼안 노조는 조합원의 범위를 호봉제가 적용되는 이사대우까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사원부터 부장까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영엔지니어링 지부의 경우 단협을 통해 노조원의 범위를 사원부터 부장까지로 정했다.


노동관련 법에는 노조원의 범위는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의 범위에 관해서는 사용자가 관여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노조입장에서는 사용자 편에 있는 임원 등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단협에서 조합원의 범위를 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조합원의 범위를 놓고 노동조합과 사측이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4호 가목의 해석 때문이다. 이 조항의 내용은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만을 놓고 보면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사용자측 인사가 편이 노동조합에 들어와 조합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장 정도면 '회사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자'가 맞는지 이사 정도는 되어야 회사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지는 회사의 규모나 해당 회사의 직급체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사측에서 이 조항의 해석을 놓고 노동조합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목적은 달리 있어 보인다. 사측은 노조 가입 대상을 줄여서 노조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 낮은 직위까지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로 보려하고 반대로 노조측은 노조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높은 직위까지 가입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판례들이 나와 있다. 단순히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당사자가 어떤 업무를 하는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989.11.4, 88 노조 6924 판결에서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는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과 같은 근로조건의 결정·실시에 관하여 지휘·명령 내지 감독을 할 수 있는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사업주에 의하여 주어진 자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노동부 행정해석 노조01254-665에서도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형식적인 직급명칭이나 지위보다는 구체적인 직무실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의 관여정도 등을 감안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 했다. 



 

노동부가 내린 이 해석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범위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 해석에서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자'라 함은 이사회의 구성원, 지배인, 인사 및 회계책임자, 비서와 노동관계에 관한 기밀을 담당하는 자를 말한다"고 해석했다.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어느정도 직위가 되어야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자'가 될까? 

 

자료제공: 전국건설기노동조합. 그래픽: 이석종기자


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업계의 이사, 상무 이런 직급은 그냥 직급의 명칭뿐이지 등기 이사도 아니며 권한을 가지지도 않았다"면서 "건설기업노조의 엔지니어링 회사 지부들의 직급 분포를 조사한 결과 이사대우 이상이 전체 인원의 41%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엔지니어링 업종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회사 내부의 직위체계가 아닌 발주처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직급을 높이는 것이 관행이 되어있다"면서 "과장은 그냥 명칭일 뿐 어떤 과의 장이 아니고 부장도 그냥 부장이지 부의 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안의 지부장은 이사대우의 직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측은 이사대우는 노조원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전임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측은 노종조합 활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안 지부는 위원장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사측은 항고했고 12월 초 고등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엔지니어링 지부들의 모임인 건설엔지니어링 연대회의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조합 전임자를 임원으로 인사발령 내서 조합원 지휘를 박탈하거나 조합원 범위를 낮은 직위로 제한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연대회의는 이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조합원 및 직원들을 상대로 조합원 범위에 대한 교육 및 피케팅을 통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종 기자 ( dolljong@gmail.com ) 기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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