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주52시간 유예 종료 앞두고 속타는 IT·조선·건설업계..."탄력근로제는 '무용지물'"


비상! 주52시간 유예 종료 앞두고 속타는 IT·조선·건설업계..."탄력근로제는 '무용지물'"


"프로젝트로 수개월 밤새우는데"…1개월 근로시간 한도 넘기면 '불법'


주52시간 유예 종료 앞두고 속타는 IT·조선·건설업계


선택근로제, 무조건 月 209시간

특정기간 일감 몰리는 IT업계…개발자들 출시 전후 집중 근무

"현장선 근로시간 지키기 어려워"


정치권 '탄력근로' 개선한다지만 

週 최대 64시간 넘겨선 안돼


일시적 업무 급증 업종엔 안맞아


'선택근로' 불가피한 IT·조선 등 

"정산 단위기간 6개월로 늘려야"


   정부가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IT·해외건설…선택근로 기업들 "내년 1월이 두렵다"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못해 범법자가 속출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대책이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또 다른 유연근무제도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단위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일감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한계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기업들은 특정 기간에 몰리는 업무를 처리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전체 단위기간 총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특정 기간 추가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이 유연근무의 유형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늘려 근무시간 조정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해외건설, 조선 등 특정 시기 일감이 몰리는 업종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완화만으로는 기업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는 1주일 최대 노동 시간이 64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또 기업이 근무시간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하고 근무 일정을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제조업에 적합한 제도다. 예컨대 여름에 수요가 급증하는 에어컨을 생산하는 공장에 유용하다.


업무가 불규칙적이고 1주일 근로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기도 하는 IT, 해외건설 분야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납기를 기점으로 업무가 몰리는 데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업무 내용이 자주 바뀌는 업종이다. 게임 출시 전후로 업무가 폭증하는 게임회사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위원은 “사전에 업무 일정을 짜기 어렵고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근로자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데 현행대로 하면 위법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산기간 6개월로 늘려야”

해당 업체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근로시간 정산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6개월)만큼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기본 단위기간은 1개월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3개월)보다 단위기간이 짧다. 한 달 노동시간이 209시간(4.3주×52시간)을 넘으면 안 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IT서비스업체인 A사가 지난 3년간 외부 프로젝트 사업(100억원 이상 기준)을 분석한 결과 초과 근로시간이 가장 적었던 사례도 월평균 노동시간이 218.1시간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다음달 주52시간 근로제 단속 유예기간이 만료되면 해당 사업주가 내년부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정부는 신규 인력을 추가 투입하면 된다고 하는데 신입 직원은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며 “비용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인력을 넉넉하게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특히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오작동 등을 확인하는 해상 시운전 업무는 근로자 교체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해외건설 사업에서 발주처 요구를 맞추려면 현행 근로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그동안 탄력적 근무시간제에 묻혀 선택적 근무시간제와 관련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선택적 근무시간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업종을 고려해 이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근로시간 단축 취지 어겨”

노동계에서는 유연근무제 적용 기준 완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늘리면 근로자가 가혹한 조건에서 일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이 8월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7월 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은 정산기간을 3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석 달 중 업무량이 몰리는 5~7주는 집중근로를 하고, 나머지 6~8주는 근로시간을 확 줄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두 의원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아직 상정되지도 못했다.

김주완/임현우 기자 kjwan@hankyung.com 한국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