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부터 준비" 북으로 간 제주 감귤..."北 보내는 건지 몰랐다"


2주전부터 준비" 북으로 간 제주 감귤..."北 보내는 건지 몰랐다"


농부에게 온 의문의 흰 박스

북으로 간 제주 감귤은 '서귀포 산(産)'


200톤이면 10kg 경우 2만 박스


제주산 맛있는 귤은 모두 북한으로?

그럼 남한은 맛없는 귤만?

이제 웃음도 안나온다

(케이콘텐츠편집자주)

  

  남북 비타민 외교의 상징인 제주 감귤이 8년 만에 다시 북한 땅을 넘었다. 1998년 시작돼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후 취해진 정부의 5·24 대북 제재로 중단된 이후 처음이다. 당시 12차례에 걸쳐 4만8328t의 제주 감귤이 북한으로 보내졌다.  


                    평양으로 보내질 제주산 적재를 위한 공군 수송기가 대기하고 있다/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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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감귤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 많아 더 맛있는 귤로 유명

서귀포 지역 농협, 한달 전 의뢰받고 2~3주전부터 감귤 모아

올해 제주 감귤, 달달함과 새콤함이 조화돼 맛있다는 평가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에 북측으로 전달된 귤 200t은 모두 서귀포산이다. 아무 내용도 쓰여 있지 않은 하얀색 10kg 상자 2만개에 각각 나눠 담겼다. 상자에 담긴 귤은 서귀포시 남원읍, 중문동 등 서귀포 전역의 감귤 농장에서 맛있는 귤을 모아 농협 제주 산지유통센터(APC) 에서 크기와 당도를 측정해 선과 작업을 한 상품 중의 상품이다.  


 

                             지난해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한 농가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감귤을 상자에 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서귀포시내 남원농협, 서귀포시농협, 위미농협, 중문농협 등 4곳에서 2~3주전부터 각각 50t씩 지역의 맛있는 귤을 확보했다. 진재봉 중문농협 유통사업소장은 “한 달 전쯤 농협 중앙회로부터 고품질 감귤 50t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감귤이 북한으로 가게 되리라는 것을 안 것은 불과 3~4일 전으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하얀색의 감귤 박스가 도착한 후였다”고 말했다. 


제주도 전역에서 감귤이 생산되지만, 서귀포시에서 키워진 감귤은 귤 중의 귤로 손꼽힌다. 감귤의 맛은 일조량이 좌우하는데 서귀포시의 감귤밭들이 제주시의 밭 대비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많이 있어서다. 특히 한라산 남쪽에 위치한 서귀포시는 연중 약한 바람이 적당히 불어 열매에 상처가 적고 건강한 감귤이 자란다.  

  

이 때문에 매년 감귤철이 되면 타지역에서 생산된 감귤이 서귀포시 감귤 박스에 담겨 ‘서귀포산’으로 둔갑해 유통돼 적발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북으로 간 감귤들은 맛있기로 유명한 서귀포산 감귤 중에서도 선택된 상품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에 북으로 간 감귤 200t은 대부분 12브릭스(Brix)가 넘는 것들이다.  


 

                            지난 10일 오후 북한으로 보내질 제주 감귤을 포장할 하얀색 감귤 박스가 

                            서귀포시 중문농협 APC 센터 선과장에 쌓여있다. [사진 중문농협 APC센터]




크기도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은 49㎜ 이상부터 70㎜ 이하의 것들이 담겼다. 일반적으로 10브릭스를 넘으면 맛있는 감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부터는 감귤의 당도가 10브릭스가 넘으면 크기와 상관없이 상품 출하를 할 수 있게 됐다. 감귤의 당도만큼이나 중요한 게 당산 비(단맛 대비 신맛의 비율)다. 당산비가 높을수록 맛있는 감귤로 친다.  

  

감귤의 수확이 막 시작된 만큼 올해 전체 감귤의 전체적인 당산비는 향후 최종 집계될 예정이지만 올해 감귤이 당산비가 높다는 의견이 생산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당산비가 11.7로 평년(10.4)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생산된 감귤의 평균 당산비는 15.7로 평년보다 51%가 높아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감귤 보내기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각종 모범사례가 됐던 제주 감귤이 남북 평화와 농업교류에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감귤 외에도 제주 흑돼지의 우수성과 맛도 널리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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