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시장 늘어나는데… 한국 경쟁력 유지 쉽지 않아"


"세계 원전시장 늘어나는데… 한국 경쟁력 유지 쉽지 않아"


맥우드 OECD 원자력기구 총장


"세계 정상급 기술 가지고 있지만 

탈원전에 더이상 수출 어려울 것"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본지 인터뷰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서 보여줬듯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탈원전 이후에는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한국은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수준과 인프라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1957년 설립된 OECD NEA는 원전 분야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기구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33국이 가입해 있다. 2014년부터 OECD NEA를 이끄는 맥우드 사무총장은 미국인이며, 2010년부터 4년간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 위원을 지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고유 기술로 만들어 2016년 말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간 APR1400 원자로를 언급하며 "작고 안전하고 조용한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탈원전하게 되면서 원전 전문가 그룹과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경쟁력 있게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서플라이 체인이란 원전 건설 및 운영 시 국내외 제휴 업체들과 기술적 동맹체를 구성해 하나의 공급망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원전 사업을 많이 맡을수록 기술 축적과 가격에서 서플라이 체인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지만, 탈원전하면 반대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게 맥우드<사진>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원전의 미래에 대해 맥우드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계속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전은 어떤 기후·날씨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각광받을 것"이라며 "특히 이산화탄소(CO²) 배출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커질수록 (공기 중 유해 물질 배출이 적은) 원전 건설을 늘리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인도를 비롯해 중동, 남미, 동유럽 등에서 원전 건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서구 선진국 역시 원전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맥우드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영국과 핀란드가 원전 확대에 적극적이고, 북미에서도 미국과 캐나다가 꾸준히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탈원전을 하고 있는 독일에 대해 맥우드 사무총장은 "독일은 이웃 국가들과 전기를 수출하고 수입하는 인프라를 잘 갖춘 나라로, (전기 수출입이 어려운) 한국과는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인접 국가들과 송전선을 연결해 둔 독일은 유사시에도 전력 수급에 지장이 생기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한국인들의 걱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쓰나미로 바닷물이 (원전으로) 밀고 들어온 자연재해"라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전문가들은 지진, 해일 등 어떤 자연재해도 방어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고, 이후 원전은 더욱 안전해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한동안 원전에 불신을 표시하다가 안전성을 신뢰하는 쪽으로 다시 돌아왔듯, 한국인들도 한국이 원전을 안전하게 다룰 줄 아는 나라라는 것을 다시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불로뉴―비앙쿠르(프랑스)=손진석 특파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