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경제] 한국 최대시장, 중국 내수도 꺾인다


[무너지는 한국경제] 

한국 최대시장, 중국 내수도 꺾인다


FT "올해 車 판매, 28년만에 감소"… 통신·화장품도 소비 둔화

중산층은 성장 한계, 美中은 무역전쟁… 한국기업에 최대 악재


   중국 소비 시장이 싸늘하게 식으며 우리 기업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시장이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34.4%로, 미국·유럽연합(EU)·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을 통한 대미(對美) 중간재 우회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중국 내수라는 또 다른 수익원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South China Morning Post



Global slowdown begins to look more troublesome

https://www.ft.com/content/dd485650-dcf3-11e8-9f04-38d397e666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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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줄었다"고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9월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6만2962대에 그쳤다. 사드 보복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작년 9월과 비교해 14.4%가 적다. 중국 내 5개 현대차 공장 가동률은 60%가 안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의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장 침체라는 더 큰 장애물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뿐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통신 제품 판매 증가율은 작년 9월엔 13%를 웃돌았지만, 올해 9월엔 -0.5%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작년 상반기까지 10%를 웃돌던 화장품 판매 증가율은 지난 9월 3%대로 떨어졌다.




중국의 내수 침체는 우리 기업에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GDP는 0.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의 도시 고소득층과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면서 중국 전체 경제의 성장세도 꺾이고 있다"며 "한국의 성장 엔진 중 하나가 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3분기 기업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출 전망을 당초 3885억위안(약 63조원)에서 3750억~3830억위안으로 낮췄다. 알리바바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고 이들의 늘어난 수입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더 질 좋은 음식들에 소비되면서 중국 경제의 상승을 이끌어왔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자 제품 등 대형 품목 판매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인 중국 경제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내수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는 계속 나오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9.3%로 전년 동기에 비해선 1.1%포인트 감소했다. 투자은행 UBS는 지난해 9.1%였던 중국의 실질 소비 증가율은 올해 7.5%로 떨어진 후 내년에는 7.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 중국 베이징 시내 베이징올림픽파크 근처의 한 수퍼마켓. 지난해 7월 200여 평 규모로 지어진 새 수퍼마켓이었지만, 손님이 없어 손님 한 명에 직원 한 명이 붙어서 쇼핑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 매장 직원은 "저녁 시간이지만 장 보러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 시장의 침체는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 기업에는 직격탄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에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중국 매출이 폭발하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중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데다, 중국 소비가 지지부진하면서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 찾은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수퍼마켓. 고급 아파트가 모여 있는 베이징올림픽공원 인근에 지난해 7월 200여 평 규모로 문을 열었지만, 방문객마다 직원이 붙어서 쇼핑을 안내할 만큼 한산했다. 매장 직원은“문을 연 작년보다 고객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동휘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난 7월 폐점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다. 오뚜기는 지난 2월 중국 법인을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와 마몽드의 중국 매출이 1~3% 줄어들면서, 일부 매장을 닫기로 했다. 중국한국상회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7개 업종 2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3분기 경영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현지 수요 부진'이라는 대답이 21.1%로 가장 많았다.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는 "내수를 끌고온 중국 중산층의 성장이 점차 한계점에 이르렀고, 이들은 자동차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내수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 부진은 중국 제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에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무역 전쟁으로 중국 내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중국 중산층의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자동차 구매세를 인하하는 등 소비 진작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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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동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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