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잘 고치는데 관리할 사람은 없는 국토부


법은 잘 고치는데 관리할 사람은 없는 국토부


검토만 3개월 '늑장 지하영향평가'…건설업계 '분통'

올해 1월 도입 '지하안전법' 건설업계 볼멘소리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업무처리량 맞게 담당 공무원 늘렸어야

시간은 더 길어지고 새로운 비용도 늘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정부가 기왕 착공 전 인허가 절차를 하나 더 추가할 거면 늘어날 업무처리량에 맞게 담당 공무원을 늘렸어야 했다. 인원 부족으로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은 더 길어지고 새로운 비용도 늘었다. 이건 정부 책임 아닌가?"


건설공사에 따른 지반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1월 도입된 '지하안전법'에 대한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착공 전 규제가 늘어난 셈인데, 정작 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해 공사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절차적 문제로 인력충원까지 1~2년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구로구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에 따라, 10m 이상 굴착이 필요한 공사의 인허가 과정에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가 추가됐다.


이 제도는 건축으로 인한 지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는 건축 승인 120일 전 지질·지반현황 및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 지반 안전성 등 세 가지 항목을 점검해야 한다.


점검 순서는 건축 시행사가 지하안전영향평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후 그 결과(평가서)를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이하 관리청)에서 검토받아 다시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건축승인을 받는 구조다.


문제는 평가서 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청 인력이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시행사가 건축 승인을 받기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관련 법상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장 50일 내로 관리청은 평가서 검토 결과를 시행사에 회신토록 돼 있으나, 문서 보완과정을 거치다보면 착공 승인까지 평균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문서 보완하랴, 내용 보완하랴, 두 세번 돌아가다 보면 극단적으로는 1년도 갈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는 3개월 정도 걸린다"며 "실제 현장에도 나가야 하고 업무량은 많은데 직원이 부족해 업무로드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사를 수행해야할 시행사들은 새로운 규제에도 정부가 인력을 증원하지 않아 사업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실상 정부의 늑장 대처로 인해 본래 계획했던 공사 일정이 미뤄져 금융·인건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하안전영향평가의 평가항목 및 방법.

(자료=국토부)




시행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수행하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전문기관에서는 관리청이 법정 기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평가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회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한 전문기관 관계자는 "번호표 뽑은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문서를 보완하라는 평가서 검토 결과가 온 경우가 다수 있었다"며 "일단 한번 회신만 하면 처리기한(법정 기일)이 초기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증원소요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7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공사장 인근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 처리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행정안전부에 인력 증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쌓여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2년은 지켜보며 증원 소요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전국 지방관리청에 따르면, 지방관리청별 한 달 평균 평가서 접수량과 처리인력은 △서울 70건·6명 △원주 6건·2명 △대전 5건·3명 △부산 10명·4명 △익산 3건·2명으로 집계됐다.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 [신아일보]

http://www.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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