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밀어붙이는 한국, 탈원전 수정 국민투표하는 대만


탈원전 밀어붙이는 한국, 탈원전 수정 국민투표하는 대만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탈원전 반대 운동 거세


   대만이 이달 24일 탈원전 정책의 폐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2016년 집권한 민진당에 의해 수립된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의사를 묻는 것이다. 당초에는 국민투표 요구가 거절돼 단식투쟁과 법원제소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청원 의사를 존중해 국민투표를 수용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Taiwanese to have say on nuclear phase-out policy

http://www.world-nuclear-news.org/Articles/Taiwanese-to-have-say-on-nuclear-phase-out-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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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4기의 원전을 운전중이며 2기는 올해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룽멘 원전은 1999년 건설을 시작했으나 극심한 반(反)원전 시위와 정치적 갈등으로 2014년 준공을 목전에 두고 건설을 중단했다. 룽멘1호기는 시운전까지 마친 상태지만 밀봉 보존중이다. 대만은 2025년까지 탈원전을 전업법(電業法)으로 못박고 있다. 올해 영구정지한 친산 원전도 운전허가 연장을 신청했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철회됐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원자력발전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같은 시기인 1978년에 원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외국 기술로 지었다. 98%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섬 나라이기에 전력을 수입할 수도 없다. 국토가 작아 재생에너지가 쉽지 않고, 지진이 잦아 원전의 안전성도 중요하다. 1999년 대만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은 무려 2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을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대만 궈셍 발전소는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직선거리로 22km가 떨어져 있다. 부산광역시와 고리 원전의 거리보다 짧다.


그렇다면 안전이나 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열악한 대만이 왜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목표로 하는 국민투표까지 왔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만 역시 2025년까지 20%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비중은 지난해 8%로 2016년(12%)에서 급격히 낮아졌다.


원자력의 빈자리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화력발전이 대신했다. 화력발전 점유율은 2016년 82%에서 지난해 86%로 증가했다. LNG 발전의 증가가 눈에 띄는데, 지난해 발전용 LNG 수입은 2016년보다 9.9% 증가했다. 대만은 세계 5위 LNG 수입국인데, 지난해 8월 15일 LNG 발전소 정지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났다. 룽멘 원전 건설 중단, 가동원전 장기보수 등으로 전력예비율이 낮아진 것이 원인이다. 670만 가정이 정전 피해를 봤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탈원전이 60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지는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한다. 탈원전이 전력수급과 산업에 주는 영향이 급격하지 않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0년에 걸친 탈원전이라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너무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2029년까지 폐쇄되는 원전은 10기다. 2026년부터 4년간은 매년 원전 2기(연평균 1.7GW)가 사라진다. 2023년 신고리6호기를 끝으로 신규로 건설되는 원전은 없다. 성장하지 않는 산업은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원전 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들도 일감이 떨어지고 있어 출구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잃어버린 산업 인프라를 다시 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원전 기술 선진국이었던 영국의 사례로 알 수 있다.


Pro-nuclear activists outside the CEC on 10 October 2018 (Image: Nuclear Myth-Busters)

(대만의 친핵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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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의 효과는 장기적이다. 


현 정부의 결정은 차기 정부 또는 그 후에 나타난다. 단기적인 정책도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하는데 60년에 걸친 장기적인 정책이라면 더더욱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국민투표가 어렵다면 공론조사라도 실시해야 한다. 고작 5년 계획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놓고도 공론화를 추진했는데 60년 정책을 두고 공론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의 의의는 크다. 정부의 설명처럼 탈원전 정책이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국민의 의사를 묻고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필자 약력: 정동욱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석사

-미국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처장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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