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에 쏟아지는 중고 건설장비 '현대건설기계 옥션' 가보니


건설 불황에  쏟아지는 중고 건설장비 '현대건설기계 옥션' 가보니


"14t 중고굴삭기가 1분만에 4800만원 낙찰"


1년 만에 중고장비 1000여대 쏟아져 

낙찰률 70%로 중고차 추월 

신차구매 유도 선순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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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기계 옥션장에서 경매를 돕는 비드캐처가 중고장비 입찰의사를 밝힌 입찰자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현대건설기계  충북 음성공장. 중고 건설장비 경매인 '현대건설기계 옥션' 현장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중고 장비를 구입하려는 이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14t급 중고굴삭기 한 대가 낙찰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경매참가자들이 번호표를 들어 입찰의사를 밝힐 때마다 호가는 50만원씩 올라갔다. 시초가 4500만원인 굴삭기가 순식간에 4800만원에 낙찰됐다. 




현대건설기계 옥션이 도입 1주년을 맞았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중고 건설장비 경매를 시작했다. 첫 회 출품된 중고장비 150대가 대부분 판매되면서 올해부터 연 3회 확대 시행되고 있다. 4회째인 이번 행사를 포함해 지난 1년간 매물로 나온 중고장비만 1000여대. 낙찰률은 약 70%로 중고자동차 경매 평균 낙찰률이 50%인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입찰에 참여한 주형식 지성하이텍 사장은 "다양한 중고장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품질이 괜찮은 장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가 중고장비 옥션에 뛰어든 이유는 중고 건설장비 시장을 활성화해 신차 구매 선순환 구조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장욱현 현대건설기계 한국영업본부 본부장(상무)은 "시장 확대 측면에서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옥션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낙찰국가 역시 해외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베트남(150대), 파키스탄(50여대), 필리핀(20여대) 등 중고장비 수요가 많은 동남아 지역에서 물건을 사간다. 이날 입찰에 참여한 베트남 딜러사 관계자는 "두 번째로 이 옥션 행사를 찾았다"며 "장비의 상태가 연식보다 좋고 낙찰가도 매력적이어서 많은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형딜러들은 한번에 20~30대씩 장비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기계의 아시아 신흥시장(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등) 매출 역시 증가추세다. 2016년 7600만달러, 2017년 1억달러에 이어 올해는 이미 지난해 매출 넘어섰다. 




장 본부장은 "자동차처럼 건설장비도 중고장비 처분을 통해 신차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며 "지난해 현대건설기계가 볼보를 제치고 국내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데 이 제도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분사한 현대건설기계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2016년 26.6%에서 2017년 34.8%로 크게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올해 현대건설기계 옥션을 명실상부한 중고장비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난 1년간 제도는 정착됐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불황의 늪에 빠져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중고장비 옥션이 신차 구매 선순환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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