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委 이제 보도 지침까지, 아예 정치를 하라

방송심의委 이제 보도 지침까지, 아예 정치를 하라

[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그제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취재 경쟁에 따른 오보(誤報)를 막겠다면서 이른바 '취재·보도 유의 사항'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부 발표대로 방송하라는 요구다. 그러려면 공산국가처럼 관제 방송 하나만 있으면 될 일이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허가제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 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사 처지에선 무서운 갑(甲)이다. 이 '갑'이 회담 보도가 방송 심의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특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대로 방송하지 않으면 좋지 않다'는 경고이자 협박이다. 방송 내용에 대한 사후 심의와 제재가 임무인 방통심의위가 사전 검열을 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에 민주 국가치고 정부 기관이 '정부 발표대로 쓰라'고 언론을 윽박지르는 경우가 한국 말고 또 있나. 이 어이없는 보도 지침을 보며 5공(共) 시대의 언론 탄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 투쟁을 한 정권이라면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발상은 독재 시대와 다를 게 없다.

방통심의위는 심지어 방송 오보 사례로 '드루킹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방송 심의 기관이 아니라 여당 대변인실 같다. 오죽하면 이 정부와 성향이 비슷한 언론 단체까지 나서 "방통심의위가 드루킹 사건을 들먹이며 '연이어 발생한 오보 논란' 운운하며 낙인찍기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을까. 이 정권 들어 방송 허가권을 수단으로 방송을 통제·장악하려는 의도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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