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5.4 지진, 지열발전소가 원인 - 국내 연구논문


"포항 5.4 지진, 지열발전소가 원인 - 국내 연구논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


"물 주입하는 파이프 깊이와 지진 처음 발생한 위치 엇비슷

적은 물로도 대규모 지진 유발"


정부 조사단 "가능성은 있지만 판단하려면 추가 증거 필요"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인근 지열(地熱)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항 지진은 2016년 9월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2위 규모 강진이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7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간 포항 흥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시작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규모 5.4 지진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지진이라는 것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소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에 구멍 두 개를 뚫어 한쪽에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 발생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불과 600m 떨어졌다는 점에서 "지하로 주입한 물이 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하에서 높은 수압이 발생해 주변 지층을 갈라지게 하거나, 이미 형성된 단층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2015년까지 포항 흥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2016년부터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면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네 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이 처음 발생한 위치도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기 위해 땅에 박은 파이프의 깊이와 거의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 지진 발생 5일 전 연구진은 지열발전소 인근에 8대의 간이 지진계를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본진(本震)이 발생하기 9시간~6분 전 사이에 여섯 차례의 전진(前震)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전진이 시작된 진원(震源)의 깊이는 4~6㎞, 본진의 진원은 4.5㎞로 지열발전소 파이프가 박힌 깊이와 엇비슷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지진의 진원 깊이는 10~20㎞이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량과 지진 발생


연구진은 "특히 포항 지진은 그동안 세계에서 일어난 지열발전소 유발 지진과 형태가 달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 규모 3.4였다. 그간 국제학계에서는 지열발전소가 유발하는 지진은 주입된 물의 양에 비례하며, 포항과 같은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려면 1000만t 이상 물을 주입해야 한다고 봤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량은 이보다 훨씬 적은 1만2800t이다. 그런데도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진한 교수는 "포항처럼 이미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단층이라면 적은 양의 물을 주입해도 대규모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와 독일, 영국 연구진도 이날 같은 저널에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위성사진에 나타난 지표면의 변화로 단층 운동을 추정한 결과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이 단층을 흔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지열발전과 포항 지진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연관성을 명확하게 판단하려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인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지난 3월부터 물을 주입한 후 파이프 주변과 단층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을 원격 탐사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7/20180427001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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