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가려진 태양광 빛


미세먼지에 가려진 태양광 빛

공공기관들 설치만 하고 방치


먼지 쌓이면 발전 효율 떨어져 

"먼지, 비·바람에 쓸려가지 않나"

청소 등 관리 방법 잘알지 못해

관리 주체·매뉴얼 재정비해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등을 받아 설치하고, 홍보한다. 하지만 설치 후 방치해 태양광발전 설비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특히 미세 먼지가 많은 봄에 심각하다. 먼지가 쌓이면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전(發電) 효율이 떨어진다. 실적을 위한 보급에만 열을 올리고, 실질적인 전기 생산에 도움 되는 사후 관리에는 소홀한 것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관악구청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을 휴지로 닦아 보니 먼지가 까맣게 묻어나왔다. 이처럼 먼지가 쌓이면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김지호 기자



방치된 태양광 설비

지난 30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의 한 문화복지센터 6층 옥상. 가로 10m, 세로 5m의 태양광발전판 2개가 놓여 있었다. 휴지로 판을 쓸어내리니 검은 먼지가 묻어 나왔다. 센터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 청소를 언제 하는지 모른다. 청소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찾은 관악구청 옥상의 태양광 패널도 비슷했다. 구청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패널을 따로 청소하지 않는다. 1년에 2번 하는 청사 외벽 물청소 때 함께 씻는다"고 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관악구청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을 휴지로 닦아 보니 먼지가 까맣게 묻어나왔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태양광발전을 원전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1GW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의 태양광발전 용량(131.7MW)보다 8배 큰 규모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예산 약 202억원을 들여 공공시설 253곳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총 489곳에 설치돼 있다. 앞으로 관련 예산도 늘릴 계획이다. 태양광을 설치하는 민간 업체도 많이 생겨났다. 전국적으로도 태양광발전 설치 업체는 8500여 곳에 달한다.


태양광 패널에 먼지와 이물질이 쌓여 있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대부분 "먼지가 비나 바람에 쓸려 가 특별히 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태양광발전 효율은 판에 빛이 얼마나 도달하느냐가 결정한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공기 중에 먼지가 많아도 태양광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먼지가 쌓이면 효율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급에만 열 올리고, 관리 주체 없고

태양광발전 설비 보급에는 경쟁적으로 나서지만, 사후 관리를 위한 매뉴얼과 조직은 제대로 없다. 태양광발전은 설치 업체와 관리 업체가 따로 있다. 업계 특성상 설치 업체들은 설치 확대에 집중하고,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태양광 설비 관리업체 관계자는 "설치 업체들이 사후 관리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해 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공공기관 중 보급한 태양광발전 설비를 관리할 주체와 매뉴얼이 없는 곳이 많다. 현재 서울시는 태양광 사업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짜는 등 보급 사업만 총괄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은 각 구청이나 사업소 등이 맡고 있다. 구청 안에서도 태양광이 설치된 공공시설을 어떤 부서에서 담당하느냐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다르다. 서울 관악구는 공공시설 28곳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의 관리를 12개 부서에서 나누어 맡고 있다. 체육센터는 문화체육과, 어린이집은 가정복지과, 청소년독서실(구에서 설치한 독서실)은 노인청소년과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청소 등 관리에 대한 지침이 없어 부서별로 각각 운영 중이다. 담당 부서에서도 태양광 시설은 수많은 시설 중 하나여서 관리가 소홀한 편이라 한다. 그러다보니 청소를 하는 곳과 아예 하지 않는 곳들이 있다. 구청 관계자는 "유지·관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부서의 사령탑이 없다 보니 고장 나거나 청소가 필요할 때 대응이 늦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4/2018040400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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