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미세먼지도 심각..."365일 대비해야"


북한발 미세먼지도 심각..."365일 대비해야"


산림에 감시카메라 설치하는 北

미세먼지 근원지에서는 언제나 진행 중

바람의 방향이 미세먼지 유입 여부 결정


  2일 오후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m³당 65㎍으로, ‘보통’ 상태를 기록했다. 환경부의 예보에는 ‘한때 나쁨’으로 표시됐다. 한때 나쁨은 나쁨(81~150㎍/m³) 상태가 6시간 미만인 상태를 의미한다. 

  

서울보다 대기 상태가 안 좋은 곳은 경북(119㎍/m³), 대구(109㎍/m³), 강원(95㎍/m³) 등이었다. 


강원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2일 오전 춘천시내 일대가 뿌연 

대기질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는 바람의 방향 때문이다. 해외 실시간 기상정보 사이트(earth.nullschool.net)에 따르면 이날 한반도에는 남풍이 불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차단됐다. 경북과 강원권에 발생한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이 아닌 포항ㆍ울산 일대의 공업지대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4월2일 해외사이트(earth.nullschool.net)에 표시된 한반도 주변의 미세먼지 

상태와 풍향. 남풍이 불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차단됐지만, 한국과 

북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북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동영상 캡처]


같은 지도에는 북한 평양과 동해안 일대에서 남풍을 타고 북쪽으로 흘러가는 미세먼지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도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지 중 하나라는 뜻이다. 

  

“미세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한국의 미세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2일 한반도 주변에는 남풍이 불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차단됐다. 반면 국내와 북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북쪽으로 유입되고 있다. 붉은 원은 미세먼지 발생 지역, 화살표는 풍향. [해외 사이트 캡처]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대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말에는 국내 또는 북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상당하다는 전제가 깔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북한발 미세먼지 발생의 실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공개되지 않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북한에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서 나무를 땔감으로 쓰거나, 질이 낮은 석탄을 주요 연료로 쓰면서 미세먼지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정확한 통계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상황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北 “산림 복구 전투에 총동원”

  



북한의 노동신문은 2일 자 3면에 ‘산림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2일자 3면에 '산림녹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 김정은은 “산림복구전투 성과를 더욱 확대하면서 이미 조성된 산림에 대한 보호 관리를 잘하라”며 “환경 보호 사업을 과학적으로 책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 보호를 위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김정은은 이어 “중요한 것은 나무를 몇 대 심었는가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대를 살렸는가 하는 데 있다”며 “나무의 사름률(생존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리설주 2일 북한의 식수절(식목일)에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아 원아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2017.3.3. 노동신문


이는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 상황과 관련이 있다. 북한은 현재 세계에서 3번째로 산림 황폐가 심각한 국가로 분류된다. 국토의 74%인 9만1600㎢가 산림이지만, 이 중 31%인 2만8400㎢가 산림벌채와 개간 등으로 황폐화된 상태다.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994년 ‘고난의 행군’을 기점으로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 나무는 땔감으로 쓰였고, 산림은 뙈기 밭으로 변했다.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과거 75%가 산림으로 덮여 있던 혜산의 황폐화 상황. [국립산림과학원]


과거 산림으로 덮여 있던 양강도 혜산의 위성 사진은 그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버럭탄을 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노동신문 4면에는 ‘버럭탄을 리용(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버럭(버력)은 광석이나 석탄을 캘 때 나오는 광물 성분이 섞이지 않은 잡돌을 의미한다.   

  

노동신문은 2일자 4면 기사에서 '버럭탄'의 땔감 사용을 홍보한 기사를 실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저품질

의 연료가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는 탄광에서 나온 잡돌을 가정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저열탄, 초무연탄을 가지고 땔감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간곡한 유훈이었다”고 적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미세먼지' 항목이 별도로 없다. 

미세먼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이트를 눌러도 '오류' 메시지가 

떴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세먼지 관련 예보는 기상청이 

아닌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가 한다"고 밝혔다. [화면 처]


김정은은 2012년 담화에서 “일부 경제일꾼들은 제철, 제강소와 제련소, 화력발전소, 화학 공장을 비롯하여 유해가스와 먼지가 많이 나는 공장, 기업소들에서 유해가스와 먼지를 없애자면 기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이 많고 자금이 많이 든다고 하면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인민성이 없는 표현”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는 북한에서 질이 낮은 연료를 사용하면서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말이다. 

  

일본기상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미세먼지 현황과 48시간 이후의 예측치를 그래픽

으로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중국, 몽골 등과 논의를 하고 있지만, 북한이 제외될 경우 한계가 있다”며 “북한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산림녹화 등을 시작으로 대기 문제에 대한 남북 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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