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존 장병 증언 빼고 '왜곡 방송'.. 그러면 천안함 진실 바뀌나요?"


"KBS, 생존 장병 증언 빼고 '왜곡 방송'.. 그러면 천안함 진실 바뀌나요?"

‘추적 60분’ 편파 항의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

“당사자들엔 묻지 않고 음모론만
46용사 희생 비참해져 잠도못자

생존자 유공자 탈락·보상 제외…
명예 찾고 당당한 아빠 되고 싶어”

  “공영방송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고, PD가 야비하다고까지 느껴졌습니다.”

전준영(31·사진)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장은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의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지난 28일 방영)이 진실을 왜곡하고 음모론을 편파적으로 방송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 회장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생존 장병을 출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정작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만 방송에 내보내 화가 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회장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과 관련한 어떤 의혹에 대해서든 우리에게 물어봤다면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왜 방송국에서 연락조차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 회장은 “우리 이야기가 함께 들어갔으면 시청자들이 얼마든지 진위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방송을 보는 내내 46용사가 너무 비참하게 죽은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방송 내용에 격분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46용사의 영정이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 한 시간 넘게 말없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전 회장은 “그렇게라도 하면 전사한 선·후임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았다”며 “4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천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8년 전 천안함 피격에서 살아남았던 전 회장은 특히 “생존 장병들은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했고 5명을 제외하면 국가유공자도 탈락했다”며 “생존 장병에 대한 대우가 바로잡혀서 명예를 찾고 아이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까지도 극성을 부리는 괴담과 음모론에 대해 전 회장은 “(북한의 소행이 아님을) 의심하는 것은 얼마든지 존중하지만,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내가 피부로 느꼈던 상황은 의심할 만한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SNS에 ‘대한민국에 살기 싫다’는 말까지 남길 정도로 상처받았던 전 회장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은 천안함 46용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생존 장병들을 응원한 수많은 네티즌이었다. 전 회장은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우리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감동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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