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운용업자 제각각…최저 입찰 업체 선정도 문제”


건국대 건축공학과 안형준 교수 인터뷰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운용업자 제각각

최저 입찰 업체 선정도 문제”


  [윤준호] 고층 건물 건설에 필수적인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의정부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 경위부터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초고층학회 연구원장이자 건국대 건축학부 안형준 교수 전화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형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안형준] 네, 안녕하세요?


10일 의정부서 철거중 타워크레인 넘어져 작업 중이던 건설근로자 3명 사망했다. 출처 중앙일보



관련기사

의정부 건설현장서 타워크레인 전도 3명 사망

http://conpaper.tistory.com/58173

edited by kcontents


[윤준호] 지난 10일이죠. 의정부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던 중이었죠? 

[안형준] 타워크레인은 건설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운반하는 장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은 설치할 때나 설치 후 운반 작업을 할 때나 또 운반 작업이 끝난 후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때 안전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의정부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는 바로 해체 작업 중에 일어난 안전사고입니다. 


[윤준호] 그러면 해체 작업 중에 어떤 부분이 어떻게 문제가 됐던 겁니까? 혹시 원인이 나왔습니까? 

[안형준] 글쎄요.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모든 작업에는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있습니다. 해체할 때는 해체 시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매뉴얼대로 해야 되는데, 아마 졸속하게 해체하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봅니다. 


[윤준호]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시급하게 빨리 하다가 사고가 난 거군요. 그리고 또 이번에 보니까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 설비가 27년 됐다고 합니다. 대부분 타워크레인들이 이렇게 오래된 게 많나요? 

[안형준] 우리나라에는 타워크레인이 상당히 노후화된 것, 특히 중국 타워크레인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타워크레인이 이번에 사고 난 거는 제조한 지 27년 된 건데, 이게 사용 연한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작동한 건지, 정비를 했는지가 문제입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면 몇 년 타고 나서는 반드시 폐차해야 된다는 건 없잖아요. 




[윤준호] 그런 거는 없죠. 

[안형준] 유지 관리를 잘했으면 오래 쓸 수 있는 거고 유지 관리를 못했으면 오래 못 쓰는 건데, 마찬가지로 타워크레인들도 제대로 유지 관리하고 정비가 됐는지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윤준호] 사용 연한은 없고요? 

[안형준] 네, 없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유지 관리가 잘 돼서 27년이 됐어도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관리하고 확인하는 기관이 있습니까? 어디입니까? 

[안형준] 임대업자들은 타워크레인을 제대로 정비해서 임대를 해 줘야 되는데 이게 사용 연한 제한이 없으면 반드시 우리가 타워크레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설치하기 전에 정비하고 점검을 철저히 해야 됩니다. 그러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경제적인 논리로 인해서 등한시됐을 수 있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업자한테 맡겨서 되겠습니까?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없느냐 하는 말씀을 여쭌 겁니다. 

[안형준] 제가 얘기하는 거는, 타워크레인은 개인 소유이지 않습니까?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임대업자가 임대할 때는, 우리가 렌트카를 빌려줄 때도 자기 렌트카에 대한 안전 정비를 철저하게 해서 빌려줘야 되는 거죠. 임대업자는 자기 장비에 대한 철저한 정비를 하고 안전한 장비를 빌려줘야 되는데 이건 그런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윤준호] 그걸 임대업자에게 맡겨서 제대로 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거고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이걸 감시 감독해야 되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곳이 어디인지 해서요.

[안형준] 우리가 사고 나면 정부 탓하고 제도를 탓하는데, 이건 양심입니다. 왜냐하면 임대업자는 제대로 된 타워크레인을 임대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개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정기적으로 현장에 새로 투입됐을 때가 문제거든요. 새로 투입됐을 때 안전 관리 책임자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해서 현장에 투입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되는데 이런 절차가 무시됐을 때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죠. 어떤 건설현장이든 안전 관리 책임자가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 책임자는 거기 작업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체크해야 하지만 작업 기계에 대한 안전도 체크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제대로 작동이 안 됐을 때에는 그 현장에서 사용을 하면 안 되는 거죠.




[윤준호] 올해 들어서만도 타워크레인 사고가 6번 일어났고 12명이 숨졌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자료에 보면, 최근 20년 동안 185명, 거의 200명 가까이가 숨졌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타워크레인 사고는 일어났다 하면 결국은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대형사고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게 방금 말씀하신 대로 업자들이 제대로 양심적으로 운용해야 된다고 하셨지만 업자들에게만 맡겨놔서 안 됐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2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사람들이 숨진 건데, 이게 단순하게 정비 문제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십니까? 

[안형준]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원도급자인 건설 회사에서 직접 타워크레인 기사를 들이고 신호수 또 장비를 관리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대부분 현장에 경제적인 이유로 타워크레인 임대업자로부터 장비를 빌려와서, 또 타워크레인 기사도 원도급자의 소속이 아닌 사람으로, 신호수도 제대로 신호를 할 수 없는, 특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중국 근로자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져서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초적으로 안전사고는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됐을 때 일어나는 거거든요. 지금이라도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윤준호] 그런데 방금 말씀해 주신 부분 중에, 타워크레인 기사와 신호수를 중국에서 데려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안형준] 중국 신호수가 많다는 거죠. 


[윤준호] 중국 신호수가 많다.

[안형준] 왜냐하면 타워크레인은 의사소통이 돼야 되거든요. 


[윤준호] 그러면 오히려 의사소통이 잘 되겠습니까? 

[안형준] 그러니까요. 원활하지 않으니까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죠.


타워크레인 신호수 출처 Daum 블로그

edited by kcontents


[윤준호] 그렇다면 중국 신호수를 많이 데려다 쓰는 이유는 임금 문제입니까? 

[안형준] 값싼 노동력 때문에 그렇죠.


[윤준호] 우리나라 사람들도 관련 기술자들이 있는데도요? 

[안형준] 있지만 그걸 안 하죠. 기피하죠. 왜냐하면 신호수라는 건 고급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죠. 이를테면 중국 신호수들은 그것도 만족하기 때문에 현장에 사실 많이 투입돼 있습니다. 특히 타워크레인 신호수는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한 거거든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요즘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또 하나, 이번에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돼 있잖아요. 설치 해체하는 것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자하고 다른 업자들이 한다면서요? 

[안형준] 그러니까요. 설치할 때 업자 다르고 해체할 때 업자 다릅니다. 실제 공사 중에 진행하는 업자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장비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전달해야 되는데 해체할 때 아무 정보 없이 그냥 해체해서 다른 현장에 투입하려고 급히 서두르다 보면 이런 사고가 나는 거죠. 




[윤준호] 한마디로 이건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점, 정말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서 어떻게 해야 될지 하는 그런 부분인데요. 앞서 제가 이걸 감시 감독하는 관청의 부서나 지자체가 없냐고 말씀드렸는데, 일단 정부가 지난 5월에도 남양주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계기로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번에도 그 현장을 가 본 사람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죠? 그렇다면 정부에서 지난 5월 대책은 어떤 대책이었어요? 

[안형준] 정부에서 나온 대책은, 보통 사고가 났다 하면 고용노동부만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에 있는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거고요. 그다음에 국토교통부는 건설 장비라든지 건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기 때문에 한 부처의 책임보다는 건설 관련 고용노동부라든지 국토교통부라든지 환경부라든지 자기가 속한 모든 것을 합쳐서 안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되는 겁니다. 사람이 다쳤으면 고용노동부, 건설 기계가 문제 있으면 국토교통부, 환경에 문제가 있으면 환경부, 이렇게 하지 말고 건설 분야에 관련된 모든 부처들이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합니다. 뭐 할 때는 공사를 중지한다, 뭐 할 때는 처벌한다, 벌금 문다, 이런 거 가지고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윤준호] 결국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고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결국은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 같은데요. 비용 문제나 임금 문제요. 결국 그러한 부분이, 경제적인 요인이 있는 부분이 정부가 과연 강하게 처벌하거나 벌금을 강하게 물리거나 하지 않고 과연 현장에서 수용되고 개선될까요? 

[안형준]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건설 공사 입찰 제도가 최저 입찰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업자 선정하는 데도... 


[윤준호] 지금 이것도 최저가 입찰이죠? 

[안형준] 네. 최저가 입찰이기 때문에 최저가 입찰을 낸 업체가 선정되면 그 업체는 또 이윤을 남겨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설치하고 졸속한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쓰고 신호수를 쓰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죠. 저는 제도가 문제라면 바로 최저 입찰제는 건설 현장에서 없애야 된다고 봅니다. 최저 입찰제를 하면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아셔야 된다는 거죠. 


[윤준호] 교수님, 마지막으로 이런 사고, 정말 수십 년 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사고, 다시 말해서 이건 인재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요. 이걸 막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꼭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안형준] 지금이라도 건설 현장에 안전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와 환경이 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육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파악해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벌금을 문다든지 공사 중지를 시킨다든지 하는 처벌 위주란 말이죠. 처벌 위주보다는 기술 위주. 왜냐하면 안전을 지키려면 어떤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는지를 연구해야 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제도가, 예를 들면 최저 입찰제를 없애야 한다는 등 그런 제도에서 야기되는 사고들을 예견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제도를 가만히 놔둔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다면 안전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윤준호] 다시 말해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안형준] 맞습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형준]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한국초고층학회 연구원장 건국대 건축공학과 안형준 교수였습니다.

KBS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