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단체들이 진짜 주의해야 할 것들"


환경운동단체들이 진짜 주의해야 할 것들


안종주

(사)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환경보건 칼럼니스트, 보건학 박사

"환경단체는 살림이 어려워도 부도덕한 돈 거부해야"


   환경운동단체들은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춥고 배고프다. 특히 대한민국 환경운동단체들은 더욱 그렇다. 환경을 지키고 살리는 운동이라는 좋은 뜻을 위해 턱하니 기부금을 내놓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나 정부 부처는 환경운동단체에 대해서 유형무형의 핍박과 겁박만 했지 재정이든, 사기든 아무것도 도움이 되는 일은 주지 않고 있다.


출처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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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든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 돈이다. 자원봉사나 자원봉사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우리 환경운동단체의 전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건비나 운영비, 사무실 유지비, 활동비 등이 제법 들어간다. 그래서 조직을 꾸려가는 책임자는 그 이름이 사무총장이 되었건, 사무국장이 되었건 이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가장 큰 짐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환경운동단체 책임자들은 아무리 의지가 굳세다 하더라도 돈의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환경에 별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반환경적인 사업을 하거나 언행을 서슴지 않는 기업이나 기업가, 사업자 등의 돈까지 회비나 기부금으로 받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어느 지역 환경운동단체에 회원으로 등록해 회비를 내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석면 해체제거 등 석면 관련 일을 하는 업자들이다. 이들이 회비까지 내며 환경운동단체 회원 노릇을 하는 것이야 대한민국에서 금지하는 것이 아니어서 뭐라 할 수는 없다. 평소에는 환경문제의 ‘환’자도 꺼내지 않던 사람들이 왜 굳이 환경운동단체 회원으로 등록했는지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어느 석면업자의 석면추방시민단체 회원 사칭 사건

 그 이유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사건(보기에 따라서는 사건이랄 것까지는 없고 일종의 해프닝 수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사건이라고 하겠음)이 최근 벌어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석면추방운동을 벌이는 엔지오(NGO)인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반코, BANKO) 활동가 한 명이 지난해 말 서울시내 한 뉴타운개발지구 철거 현장에서 벌어지는 석면 해체제거작업 현장에 시민감시단의 일원으로 현지조사를 나갔다. 그가 반코에서 일하는 활동가라고 말하며 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맡은 회사 책임자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뜸 “우리 회사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회원사”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반코에는 개인기업 회원사라는 것이 없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고 말한 뒤 사무실에 돌아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반코의 책임자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왜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이름을 팔고 다니느냐고. 그러자 그는 “미안하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회원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을 실수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회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곧 바로 반코 책임자는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회원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석면 해체제거 일을 하는 것과 환경단체 회원이라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 환경단체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경고성 충고를 했다고 한다.


 그 업자가 자신이 반코의 회원이라고 말한 것에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반코 회원단체에 환경운동연합과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에 자신의 회사가 회비를 내고 있던 그는 반코 회원이라고 당당하게 사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와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을 혼동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도 회원단체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반코는 수백만 명을 회원으로 거느린 대한민국의 엄청난, 막강 엔지오로 거듭나게 된다. 반코의 자문위원인 나로서도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사업주들이 환경단체 회원이 되려는 진짜 이유는-방패막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방패막이가 필요하다. 혹시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기고 하고, 불법이나 탈법을 저지르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해주거나 도움이 될, ‘비빌 언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줄을 대려고 기를 쓴다. 그것은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가 될 수도 있고 협회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권력층일 수도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정권 실세 등에게 접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 석면 해체제거 현장에서는 온갖 불법들이 횡행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대폭 개정해 지난해 8월부터 석면을 안전하게 해체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불법 하도급과 불법 공사가 판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석면 해체제거업체(심지어는 일부 조사분석업체까지)가 작업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 성격을 지닌 협회 가입 또는 환경운동단체 가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환경운동단체라면 이런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만약 석면 해체제거(조사분석 포함) 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회원 등록을 하겠다고 한다면 정중히 사절하는 것이 마땅하다. 설령 단체의 재정이 어렵다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업자라고 해서 환경운동에 동참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사람(회사)에 따라서는 순수하게 열심히 활동할 수도 있으며 조건 없이 기부금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나 사건, 경험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이나 업자의 대부분은 그리 순수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필자가 그래도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는 석면 관련 분야에 한한 것이다. 그 분야를 확대하면 이와 유사한 일, 아니 이보다 더한 일도 많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특정 환경운동단체나 특정 회사, 특정 업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하나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환경운동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환경단체는 살림이 어려워도 부도덕한 돈 거부해야

흔히들 사자는 굶주려도 결코 풀을 뜯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운동단체는 배가 고파도 더러운 돈이나 부도덕한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회비가 됐건, 기부금이 됐건 말이다. 환경운동단체는 도덕성이 생명이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 유명 환경운동단체 책임자가 여대생을 호텔에서 성폭행하려던 것이 사건으로 번져 사회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많은 순수한 사람들의 얼굴에 먹칠을 넘어서 똥칠을 한 사건이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돈과 권력, 여자 따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입을 상처는 환경단체가 됐건, 환경활동가가 됐건 간에 다른 업자나 기업가가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입을 상처보다 훨씬 크고 깊다.


 기업이든, 조직이든, 단체든 책임자는 그 규모를 더 키우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이 지나치면 도덕성을 내팽개치는 것은 물론 탈법과 불법까지 일삼는다. 우리는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다른 곳에서는 그런 일을 하더라도 적어도 환경운동단체와 같은 시민단체(엔지오)에서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책임자가 있다면 갈아치우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조직 확대나 조직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이나 업자까지 받아들이겠다면 차라리 단체를 해체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부터 소비자단체든, 환경단체든, 또 다른 시민단체든 모든 엔지오들은 조직점검을 벌이자. 회원이나 회원사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팔아 방패막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그런 회원은 즉각 탈퇴시키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주위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사람이나 업자는 당장 회원에서 빼자. 이것이 엔지오들이 길게 호흡을 가져갈 수 있는 참된 길임에 틀림없다.

출처 http://www.envitop.co.kr/11chumdan/2/cal.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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