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업계, 4차산업서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배영휘 한국CM협회 회장


“4차산업 시대에는 건설산업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

국내 CM의 규모와 능력 아직 걸음마 수준


  “4차산업 시대에는 건설산업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 CM업계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낙오되지 않을 수 있다.”


배영휘 한국CM협회 회장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유니온빌딩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배영휘 한국CM협회 회장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며 이같이 말했다.


CM(건설사업관리)은 건설사업과 관련해 기획·설계단계부터 발주·시공·유지·관리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건설 산업의 3대축(설계·시공·관리) 중 하나로 발주자가 해야 할 관리업무를 전문가에게 위탁해 효율적으로 사업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건설관리 활동이 바로 CM이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건설 산업을 선진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CM을 본격 도입하게 됐다.


한국CM협회는 CM을 건설시장에 확대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1997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의 설립허가를 받았다. CM 관련 제도와 정책 개발, 해외수출 지원, 홍보활동 등이 주 업무다.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건축사사무소와 컨설팅회사 등 총 147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배 회장에게 CM의 장점을 묻자 “전문 단일조직이 사업의 전 단계를 종합 관리함으로써 발주자가 요구하는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하다”며 “CM을 적용한 사업장에서는 사업비 절감부터 부실시공 방지, 품질확보, 공기단축 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주자와 설계사, 시공사 등 건설사업 참여자 사이에 발생하기 쉬운 이해충돌과 의사소통 부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CM 프로젝트 사업장으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꼽을 수 있다. 1998년 11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약 3년간 200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2002 FIFA 한·일월드컵’을 앞둔 촉박한 사업 기간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까다로운 기준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CM의 장점을 살려 결국 공기를 당초 준공예정일보다 4개월 단축하고 예산 내에서 최상의 품질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대형 건설사업도 CM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공된 사례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진국과 달리, 국내 CM의 규모와 능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해 기준 미국 내 CM시장이 전체 건설시장의 50%에 근접한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규모가 5.8%에 그쳤다.


배 회장은 “국내에 CM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장이 더딘 이유는 칸막이식 업무영역 나누기와 민간시장에서의 감리의 의무화 등 제도적 경직성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세계적인 수준의 CM을 수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CM은 건설 사업에 소요되는 돈과 시간, 품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술 및 전문지식을 총 동원하는 고도의 전문 관리서비스”라면서 “이런 CM의 성격으로 인해 전문가는 설계와 시공에 관한 건설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금융과 회계, 계약, 안전보건,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에서 CM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는 건설기술자들로서 대부분 설계와 시공, 품질 등 기술 분야에만 전문화돼 있어 글로벌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국내 CM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발주자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고, 발주자의 CM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수요 축소로 CM업계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전문인력 양성 및 투자 소홀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 회장은 “미국 등과 같이 CM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CMP(한국기술사회)와 PCM(건설기술교육원) 등의 민간자격을 국가공인자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CM업계 스스로 인재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것과 함께 정부의 관심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협회는 국내 건설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동남아 등의 업체 수준이 국내 대형 업체 못지 않아 진출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배 회장은 “2005년 베트남 호치민 방문 이후 최근 다시 찾아가보니 우리 업체들이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건설 산업이 발전해 있어 크게 놀랐다”면서 “현재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CM업계가 발주자로부터 입찰공고가 나오기만 기다렸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디벨로퍼처럼 개발사업이 가능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배 회장에게 국내 CM의 미래를 물었다. 그는 “국내 인재 육성을 통해 창출되는 양질의 CM 서비스를 해외시장에 수출하는데 CM업계에 미래가 있다”면서 “미래는 만드는 것이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업계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kona@ajunews.com 아주경제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