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발전 육성 정책, 국내 발전산업 위축 우려


국산화율 낮은 LNG로 전환 

핵심 기자재·유지보수 업체 전무 

LNG가스터빈 하나로 한국서 20조 챙겼다


GE·지멘스·미쓰비시히타치 수혜  

유지보수 합치면 25년간 20조 

외국계 "한국 사업 확대" 표정관리 


대·중기 일자리 늘릴 수 있는 

독보적인 석탄·원자력 기술 외면

산업생태계 유지할 정책 내놔야


  국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립이 늘어날수록 외국 기자재업체들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LNG발전 육성 정책이 국내 발전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GS EPS LNG 복합 화력 발전소. source 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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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네 기를 LNG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터빈 등 핵심 기자재는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국산화율이 높은 석탄화력·원자력발전소와는 상황이 다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1000㎿ 규모 LNG발전소 한 곳을 지으려면 8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이 가운데 55%가량이 기자재 구입 비용이다. 기자재 중 가스터빈이 가장 비싸다. 1000㎿ 기준 가스터빈 구매비용은 1800억원이다. 가스터빈을 돌리는 기간(평균 30년)에 유지·보수하는 비용도 35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가스터빈 원천기술이 있는 기업이 전무하다.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업체도 없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스(MHPS) 등에 전부 의존해야 한다. 1992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LNG발전소가 2만8000㎿(170기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25년간 약 5조원이 가스터빈 구매 비용으로 해외로 유출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지·보수 비용까지 더하면 이 비용은 15조원으로 늘어난다. 


가스터빈 등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설비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은 “가스터빈 원리는 제트엔진과 비슷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며 “선진국이 70년 넘게 축적한 기술이이어서 국내 기업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스터빈을 제외한 배열회수보일러(HRSG)와 스팀터빈 등 나머지 LNG발전 설비도 해외 가스터빈 제조사가 장악하고 있다. HRSG는 터빈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팀터빈은 이 증기의 열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전환해 전기를 만든다. 두산중공업과 한솔신텍 등의 기업이 관련 설비를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비중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GE 지멘스 등이 가스터빈과 HRSG, 스팀터빈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면서 국내 기업은 발 붙일 곳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효과도 화력발전이 높아 

LNG발전소와 달리 석탄화력·원자력발전소 기자재는 대부분 국내산(産)이다. 기술 생산 서비스면에서 모두 국내 기업이 앞서 있다.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 투자한 결과다. 10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려면 약 2조원이 투입된다. 이 돈은 100% 국내 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2조원 가운데 45%는 기자재 비용이고, 55%는 건설비용이다. 기자재 부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은 200여 개이고, 건설부문에 참여하는 기업은 20여 개다. 유지·보수도 국내 기업 차지다. 핵심 기자재인 보일러와 터빈은 과거 일본의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가 장악했지만 2012년 이후 두산중공업이 주요 공급 업체로 등극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석탄화력발전 시장에선 MHPS와 동급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필수적인 전기집진기, 탈황설비 등 환경설비도 KC코트렐과 STX중공업이 100% 공급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 역시 크다. 발전소 건립 시 건설투자 비중이 LNG발전소(45%)보다 높아 고용 효과가 크다. 1000㎿ 규모 건설에 필요한 하청업체 직원 수만 하루에 1500명에 이른다. 1000㎿급 2기의 화력발전소 운용에는 1200명이 필요한 데 비해 같은 규모의 LNG발전소는 15% 수준인 180명에 그친다. 삼척상공회의소는 삼척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 1조4000억원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1200~3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발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세계 5대 강국’으로 꼽힌다. 국산화를 넘어 한국형 모델(APR1400)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기도 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는 두산중공업이 공급하고, 나머지 기기 제작에도 760개 국내 기업이 참여한다.


“산업생태계 고려한 정책을”

정부는 지난 7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엔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발전업계는 정부의 섣부른 발전소 전환이 자칫 국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석탄화력발전소도 환경설비를 통해 LNG발전소 수준에 근접하게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산업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락 연구원은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선 선진국을 좇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LNG 가스터빈 분야는 다르다”며 “국내 기술은 선진국보다 20년 이상 뒤처진 상태”라고 말했다. 가스터빈 구매 후 30년간 이어지는 유지·보수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대로 가면 국내 발전 기자재업체 내 상당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대규/김보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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