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 "일의 25%만 가치 창출 … 불필요한 업무 줄여야"


호리키리 도시오(堀切俊雄)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 한경BP 초청 특별강연


《도요타의 원가》 출간 기념 

직장인 대상 두차례 특별강연 


"원가를 제일 중요시 해"

"원가 절감 95%는 제품 기획단계 각 직원이 원가절감 주체 돼야"

“도요타에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일을 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호리키리 도시오(堀切俊雄) 일본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사진)은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도요타의 원가 기획, 총체적 코스트 다운’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리키리 회장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야근해도 부가가치를 못 내면 경비만 발생시킨 꼴”이라며 “원가를 낮추기 위해선 하루 업무에서 부가가치가 없는 일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호리키리 도시오(堀切俊雄)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


1966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생산 공정 설계, 설비 계획 분야 전문가다. 도요타 해외 공장의 공정 설계를 도맡았고, 도요타생산방식(TPS)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2002년 설립된 도요타엔지니어링을 맡고 나선 일본뿐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제조 공정 개선을 돕고 있다. 도요타의 원가 절감 비법을 담은 책 《도요타의 원가》 한국어판(한국경제신문)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한경BP는 직장인들의 참가 요청으로 이날 두 차례에 걸쳐 특별강연을 열었다. 


호리키리 회장에 따르면 기업에 부가가치란 “소비자가 기쁜 마음으로 상품을 사주고, 그 결과로 회사에 돈이 들어오고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신규 고객을 개척하고, 영업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일 등이다. 그는 “공장에선 보통 하루 업무의 4분의 1, 사무직에선 10%만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했다. 


도요타엔지니어링 


http://toyota-engineering.co.j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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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요타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가운데 부가가치를 낸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스스로 구분해 적어내도록 했다. 이런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호리키리 회장은 “처음 도입했을 때 직원들이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발도 많았다”며 “하지만 결국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개선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리키리 회장은 “도요타에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원가 절감에 나선다”고 했다. 이른바 ‘원가 기획’이다. 그는 “원가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며 “원가 절감 95%는 여기에서 나오며, 생산 단계에서 줄이는 것은 5%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명 항공기 제조업체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회사 설계 담당 임원이 “우리는 설계 단계에선 원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엔지니어가 자유롭게 항공기를 설계한다는 뜻이었겠지만 몇 년 뒤 양산 단계에서 원가를 줄이지 못해 상당한 적자가 났다고 한다.


도요타가 원가를 제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익은 원가에서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호리키리 회장은 “이익은 판매가격에서 원가를 뺀 것”이라며 “그런데 판매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 한 업체가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이익은 원가를 줄이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원가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부품의 70%를 외주로 공급받는다. 그는 “협력사에서 원가 견적서를 받지만 이게 진짜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도요타는 원가가 불분명한 부품은 초기에 자체 제작해 구조, 공정, 원가를 파악한 뒤 외주 처리한다”고 소개했다.

 

호리키리 회장은 “원가 절감은 회사 경영진뿐 아니라 사무직, 생산현장의 조·반장까지 전사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하는 존재”라며 “원가 절감이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점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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