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성급한 산업부.."기업들 대산단지에 최대 10조원 투자 발표" 논란


산업부도 쇼 경제를 하나?


규정속도 어기고 ‘과속’

기업들, 투자 계획 전혀 잡혀있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정속도를 어기고 ‘과속’을 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중소업체와 상생협력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실천하려다가 빗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산산업단지 전경 출처 한국가스신문


edited by kcontents


산업부는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에쓰오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충청남도, 서산시 등과 충남 서산의 대산 석유화학단지를 첨단화학 특화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해각서에는 중소 고부가 정밀화학업체의 투자도 함께 유치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산업부는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단지 내 석유화학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고, 특화단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면 용수·전력 등 인프라 확충, 환경 문제에도 잘 대응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용역 결과 석유화학 대기업과 정밀화학 중소기업이 대산단지에 최대 10조원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현재 서산단지에 대한 투자 계획이 전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가 대산단지를 첨단화학 단지로 조성하자고 하니 앞으로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 투자 계획을 세우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왔다. "관련 기업도 모르는 ‘10조원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황당한 반응도 보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열린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석유화학협회장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edited by kcontents


대산 석유화학단지는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가 자리 잡고 있고 수도권과도 가깝지만 토지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추가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경우 부지가 ‘ㄷ’자 형태로 여건이 좋지 않아 본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려면 인근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에쓰오일은 이미 지난해 5월 ‘잔사유 고도화, 올레핀다운스트림(RUC & ODC) 프로젝트’ 기공식을 갖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조원대 투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RUC & ODC 프로젝트는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원료로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과 연산 40만5천톤의 폴리프로필렌(PP), 연산 30만톤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올레핀다운스트림 시설을 함께 건설하는 사업이다. 내년까지 RUC & ODC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서산 투자 계획을 세우려면 빨라야 2019년쯤 가능하다. 


한화토탈 역시 서산단지에 추가 투자 계획은 없고,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매년 진행되는 시설 개보수 작업만 잡혀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허수영 롯데케미칼 BU장은 "개발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에쓰오일, 한화토탈 등 관련 업체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알 감디 에쓰오일 CEO는 "앞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대산특화단지 조성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답변만이 오갔을 뿐이다. 하지만 산업부와 충남, 서산시 등은 인프라 개선 지원, 행정 지원 등을 약속하며 관련 기업들을 압박하려는 분위기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런 성과가 더불어 발전하는 혁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대형 업체는 적극적인 국내 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중소업체와 상생협력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