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20% 축소가 불러올 성장잠재력 훼손을 우려한다"


[사설] 

  문재인정부 5년간 나라살림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7.1% 늘어난 429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10.6% 늘어난 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은 12.9% 늘어난 146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4%를 웃돌게 된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올해보다 20%나 줄어 17조원대에 그친다. 연구개발(R&D)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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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조는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진다. 5년간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연평균 9.8%씩 늘어 총지출 증가율(5.8%)을 크게 앞지르지만 SOC와 산업 예산은 연평균 7.5%와 1.5%씩 줄어든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는 기본적으로 씀씀이를 경제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리면서 그 돈을 주로 복지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쓸 예정이다. 반면 물적자본 투자는 줄이기로 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해 나라살림의 큰 틀을 바꿔 가려는 것이다. 물론 경제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재정 구조도 개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조로 재정을 꾸려가는 것은 성장잠재력과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2018년 SOC 및 복지 예산 증감 현황

출처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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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랫동안 축적된 SOC 총량을 고려할 때 한계생산성이 낮은 물적 투자보다는 사람에게 집중 투자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국토 면적당 고속도로 연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주요 20개국(G20) 중 1위이며 철도는 6위에 올라 신규 사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SOC에 대한 낡은 관념을 버리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도시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투자는 엄청난 생산성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SOC 중 30년 이상 지나 노후화한 시설만 10%가 넘어 지속적인 고도화 투자가 필요하다. 건설업의 최종수요 10억원당 직간접적 취업유발효과는 13.9명(2014년)으로 운송장비(7.9명)나 전기전자(5.3명)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보더라도 일자리 예산을 짜겠다면서 SOC 투자를 급격히 줄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정부 5년 동안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172조원을 넘는데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자본 투입도 예전 같지 않은데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4%대 초반으로 보고 재정 지출 증가율을 그보다 훨씬 높게 잡고 있는 것부터가 불안하다. 내년부터 의무지출 비율이 50%를 넘어 재정의 경기대응력도 떨어질 것이다. 다음 정부 이후의 재정건전성까지 고려하면서 더 탄탄하게 나라살림을 꾸려가야 할 때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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