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30대의 재테크 요령
이재철 버킷재테크연구소 소장
재테크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영원한 숙제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필연적으로 돈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취업부터 은퇴 이후 특정 시점까지는 재테크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한다.
재테크를 하는 데에도 시기별로 요령이 필요하다. ⓒMK스타일
재테크를 하는 데에도 시기별로 요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상인물(남성)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재테크 방법을 기술해 본다.
우선 이 가상인물의 인생 경로에 대해서는 다음처럼 가정했다. 군 복무, 대학 졸업 후 20대 후반에 첫 취업, 30대 초반에 결혼, 30대 초중반에 아이를 갖는 것으로 했다.
이후 회사에서 50대 초중반까지 근무한 뒤 퇴직해서 몇 년간 작은 사업을 하다가 50대 후반에 은퇴한다. 자녀는 30대 초반, 가상인물의 나이로는 6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 20대
☞ 재무 목표 : 자동차 구입자금·결혼자금·전세자금 마련, 학자금 대출 상환
그동안 부모님의 용돈으로 살다가 근로의 대가로 첫 급여를 받아 돈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런 만큼 소중한 내 돈을 저축하고, 알뜰하게 잘 쓰고 싶은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이때부터 부모로부터 재무 독립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재무 독립’이란 부모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급여에 대해 저축, 지출을 설계해 목돈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재테크에서의 가장 큰 미션은 ‘목돈 만들기’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재무목표 도출과 ‘先 저축 後 지출’이다. 많은 서적과 인터넷 등에서는 무조건 지출을 많이 줄이고 저축금액을 70% 이상으로 늘려 잡으라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접근 방식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본인이 달성하고자 하는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둔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월 급여 200만 원인 사람이 축적해놓은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4년 후 1억 만들기’라는 목표를 세운다면 급여를 모두 저축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만약 ‘3년 내 전세자금 4천만 원 마련’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원금 기준으로 매월 약 110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이 경우에 급여가 200만 원이라고 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저축은 110만 원이고, 나머지 90만 원으로 각종 지출을 하면 된다. 저축:지출의 비중은 55%:45%가 된다.
이렇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저축금액을 도출해서 매월 급여일에 자동이체가 되게 한 후 나머지 금액으로 지출을 하는 것이 선저축 후지출 방식이다. 이렇게 해야 본인의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고 계획적인 지출이 가능하다.
사회 초년생 때는 통장 쪼개기도 필수다. 저축•투자통장, 소비통장, 비상금 통장으로 3가지를 가지고 있기를 추천한다. 여기에 급여통장까지 하면 모두 4개의 통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저축 후 모아진 돈의 재저축•재투자도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급여로 매월 목돈 만들기를 위한 저축을 하고, 1년 후 모아진 목돈으로 재저축•재투자를 하면 자산이 불어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른다면 목돈은 주로 안전한 정기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에 넣어서 굴리고, 투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공부를 통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일정 금액은 주식형펀드나 ETF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해보자.
아니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와 같은 초우량주에 시험 삼아 소액 투자해보는 것도 주식과 경제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취업 후 2~3년 정도가 지나면 수익성에 더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춰야 한다.
사회 초년생 때는 소비의 양을 가늠하기 힘들 수 있고, 계획적인 지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보다는 통장 잔고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더 권하고 싶다. 신용카드로 무분별하게 결제했다가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한도가 줄어들 수 있으며, 연말정산 시에도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의 공제 한도가 더 높기에 사회 초년생 때는 체크카드를 권한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있다면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도 필수 아이템으로 준비해 둔다.
부모님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이 없거나 보장이 미미하다면 적어도 월 2~3만 원 정도의 실손 보험은 꼭 들어두자. 보장성보험은 월 급여의 5% 이내가 적당하다. 물론 든든한 보장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면 비율을 더 높여도 된다. 이 나이 대에는 아직 부모님이 근로•사업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 연말정산 때 공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위한 연금저축의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자금 대출이 있다면 가급적 돈을 모아 1년마다 중도 일부 상환할 것을 추천한다. 투자에 능하다면 굴리면서 대출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다가 2~3년 후 갚을 수도 있겠지만, 20대의 경우 투자 경험이 많지 않기에 대출은 최대한 빨리 갚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 1회씩 자신의 재무현황 표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은 돈의 규모, 대출 잔금 규모, 각 상품의 수익률, 급여와 지출 변동 등을 체크해보고, 월 납입금이 연체된 상품이 없는지도 체크해본다. 이렇게 해야 다음 연도의 재테크에 대해 동기부여가 생기고,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사진설명[표] 연말정산 세액공제•소득공제 상품들 (근로소득자용). ⓒMK스타일
# 30대
☞ 재무 목표 : 결혼자금•전세자금•주택 구입자금•자녀교육자금•노후자금 마련, 대출 상환(주로 주택 담보대출)
20대 때 모은 돈을 바탕으로 재무목표를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시기이다. 또한 20대의 다양한 시도를 더 구체화하고 응용할 수 있는 시기이다. 30대의 가장 큰 특징은 결혼 후 맞벌이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찬스가 주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자녀 출산 후 외벌이가 돼 자산 증식이 더디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따라서 결혼 후 출산 전까지 저축량을 늘려 자산 증식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만약 전세•주택 담보대출이 있다면 매년 목돈을 모아 부분 중도 상환을 해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더라도 부분 상환을 하는 것이 재테크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때는 저축 여력이 보통 월 급여의 60% 이상으로 올라가던 것이 출산 후 외벌이가 되면 보통은 50% 이하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대출 원리금까지 낸다면 저축 여력은 더욱 떨어진다.
가능하다면 맞벌이 때 매년 정기적으로 ‘재무 긴축 훈련’을 해보자. 특정한 달을 선정해 평소 지출액의 70~80% 정도만 쓰는 것이다. 소비를 대폭 줄여보면 정말 필요한 지출이 무엇인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 첫해에는 연 1~2회만 하다가 매년 1회씩 늘려 연 3회까지 해보자. 단,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 모임이 많은 12월과 같이 돈 쓸 일이 많은 기간은 제외하는 것이 좋다. 이는 외벌이(또는 휴직 •실업) 전환 이후 소득 감소의 어려움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훈련이다.
외벌이로 전환하게 되면 매월 납입하던 상품의 납입에 대해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각 상품에 있는 납입 중지 기능을 활용해보자. 적립식 펀드는 자유적립식으로 했다면 월 납입의 중지, 또는 납입액의 감소가 가능하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보통은 60개월 이상 납입했다면 최대 36개월간 납입중지를 할 수 있다.
만약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면 납입 유연성이 뛰어난 연금저축펀드로 '연금계좌 이전'을 고려해보자. 이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금저축보험에 있는 환급금을 연금저축펀드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에는 납입이 자유로워서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납입을 중지해도 되고, 월 납입액을 줄여도 된다. 출산 및 육아로 인해 수년간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주부에게는 연금계좌 이전을 적극 권한다. 안정성에 초점에 맞춰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면 연금저축펀드로 옮긴 후 국내외의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로 펀드 구성을 가져가면 된다.
30대 때는 투자에 대해 서서히 눈이 떠지는 시기이다. 재테크 초년생이던 20대에는 주로 안전한 저축 위주로 하다가 30대부터 쌈짓돈으로 국내 주식, 해외 주식, ETF, ELS, 사모펀드 등에 조금씩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재테크의 재미를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자녀 출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자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자녀교육 자금은 장기 플랜이 필요하며, 언제든지 학원비를 꺼내 쓸 수 있게끔 유동성 있는 상품들에 매월 저축하기를 권한다. 추천 상품으로는 비과세 해외펀드(해외 주식투자 전용펀드), 국내 배당주펀드, 어린이 변액 보험 등이다.
혹자는 어린이펀드를 추천하지만 어린이 펀드는 특별한 혜택도 없을 뿐더러 수익률도 저조한 편이기에 일반 펀드 중에서 과거 운용 실적이 좋고 향후에도 전망이 밝은 펀드를 추천한다.
특히 자유적립식 펀드는 납입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외벌이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추천 상품 모두 부분 환매, 중도 인출을 통해 유동자금(교육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20대 때 연금저축 가입을 못했다면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가입해두자. 인생을 길게 보고 미리 노후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연금보험은 부부가 각각 1개씩은 들어두는 게 좋다. 또 아프거나 다쳐서 병원 갈 일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 출산 전 태아보험 가입은 필수이며, 가족이 생기면 보장의 폭을 20대에 비해 조금 늘릴 필요가 있다.
[MK스타일] 글 : 이재철 (버킷재테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