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탈원전은 국가적 손실"


"한국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탈원전은 국가적 손실"

신재생에너지는 보조수단…주에너지로 쓰기엔 한계

한국 원전안전성 세계 최고…우리 국민들만 인정 안한다


우려되는 탈원전 /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 


   "내 나이가 아흔입니다. 60년 넘게 원자력을 연구해 온 학자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원전 건물은 그 어떤 현대 건축물보다도 안전합니다.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데 한국 국민만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


국내 원자력계 최고 원로인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90)은 26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원자력 1세대로서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동안 원자력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이해시키지 못해 현재의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평생 원자력 연구 외길을 걸어온 노(老)학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탈원전 논란은 거짓과 진실의 싸움, 현재와 미래의 싸움"이라고 호소했다. 


이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수 비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왕적'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자력 전문가 입장에서 새 정부의 원전 제로화 정책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제왕적'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며 "남은 인생을 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정권을 잡았다고 자신들의 이상 실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을 더 이상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한국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매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고 있다"며 "산지가 많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원전을 대체할 만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을 도대체 어디에 짓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 이상주의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1980년대 프랑스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지중해를 통해 본국으로 연결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날씨가 좋고,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얘기"라며 "신재생 에너지는 보조 전원은 될 수 있지만 주(主) 전원으로 쓰는 것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신재생 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폭등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다. 


원전 폭발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로 부각된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원전 건물은 그 어떤 현대 건축물보다 안전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국민 우려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 탓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이라며 "원전 건물은 강력한 내진설계가 돼 있어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할 때 오히려 주민들을 원전 건물로 대피시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탈원전으로 인해 40여 년간 쌓아 온 국내 원전 산업 붕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걱정이 많았다. 이 원장은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수출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원전 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미래 먹거리 산업인데 아무 대책 없이 버리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은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산업과 기술 파급력이 큰 산업"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원자력 분야에 앞으로 우수 인재가 오지도 않을뿐더러 기존에 있던 인재들도 모두 해외로 빠져나갈 텐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40년 동안 전기를 생산하고 영구 폐쇄된 고리 1호기 원전의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이 원장이다. 간첩으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원전 용지를 찾아 전국을 헤매었다. 그 결과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경남 양산시 고리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이 원장은 고리 1호기 영구 퇴역식에 초청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고리 1호기가 이대로 영구 폐쇄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고리 1호기의 영구 폐쇄를 '고려장'이라고 표현혔다.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마친 뒤 10년 더 연장돼 40년간 가동하고 폐쇄됐다. 그러나 고리 1호기와 동일 모델인 미국 포인트비치 원전의 경우 두 차례 연장을 통해 80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월성 1호기, 고리 2호기 등이 수명 연장 없이 폐쇄한다는 게 문 대통령 공약인데 정부와 전문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전들을 말 한마디로 그렇게 쉽게 폐쇄하는 게 국가에 이로운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재만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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