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무능력자의 4가지 특징

 

권성희 금융부장


   나는 ‘투자’나 ‘재테크’에 대해선 입을 다물어야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근로소득 외에는 돈을 벌어본 일이 없다. 투자 성공기는커녕 행운의 뽑기 같은 행사에서 당첨된 것도 초등학교 때 출판사 이벤트에 응모했다 작은 국어사전 하나 받은게 다다.


출처 Tech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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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월급으로 살아온 내게 요즘은 크나큰 시련의 시기다. 회사에서 내 자리는 증권부와 부동산부 사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왼편에선 “오늘도 코스피가 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네” 하고 오른편에선 “6.19 부동산대책을 비웃듯 집값이 계속 오르네” 한다. 약간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외엔 주식 자산이라곤 없는데다 집도 팔아버린 나는 매일 양쪽에서 들려오는 자산가격 상승 소식에 끓어오르는 속을 다스리느라 하루하루가 수양의 연속이다.


‘대세상승이라는데 지금이라도 살까’란 생각이 들다 ‘아냐, 내가 사면 그 때가 꼭지야’하는 생각이 번갈아가며 떠오르며 번민의 시간을 보내다 ‘나는 왜 투자를 못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맞닥뜨렸다. 나 말고도 주위엔 “나는 열심히 몸으로 때워 월급 받아 살아야지 다른 걸로는 돈이 생긴 적이 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투자가 안 되는 사람들인데 이들에겐 4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 손해 보는 것을 못 참는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주식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워런 버핏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투자원칙을 2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이 원칙을 곧이곧대로 믿고 막연하게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투자할 수 없다. 손해란 개념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대상을 어디까지 넓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손해인데 1년 후엔 이익이 날 수도 있고 주식에선 손해인데 부동산에선 이익이 날 수도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투자한 종목에서 모두 이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0개 종목에 투자하면 두 배 오르는 종목도 있고 손해 보지 않는 수준의 종목도 있고 반토막 나는 종목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해 놓은 기간 내에 10개 종목 전체를 합산해 좋은 이익을 내는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란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손익이 확정되지 않지만 평가상 손해와 이익을 오갈 수 있다. 평가손이 났을 때 두려워 못 참는다면 투자를 할 수 없다.


2. 과거를 못 잊는다

지난 4월에 전세 재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계속 전세 살지 말고 다른 곳에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요. 안 그러면 가격이 올라 집을 못 사”라고 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2년 전 전세 계약할 때 이 동네 집값이 얼만지 아는데 어떻게 사’라고 생각했다. 2년 전에 비해 지금 가격이 너무 올라 아까워서라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2년 전에 전세를 얻으려 부동산 중개소를 찾았을 때도 차라리 집을 사라는 권유를 들었지만 '좀 떨어지면 사야지' 했다. 그 때부터 내가 사는 아파트는 4억원이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250만원을 넘어서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계속하는 가운데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이었는데…”라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증권사에서 유망 종목을 추천하면 대개 주가 먼저 찾아보고 상승세면 “이미 많이 오른거 같은데 지금 사도 될까” 의심한다. 과거 가격을 못 잊으면 절대로 지갑을 열 수 없다. 지금 가격과 미래 가치만 봐야 한다. 




3. 너무 신중하다

귀가 얇아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너무 신중한 사람은 아예 투자를 못한다. 리스크를 꼼꼼하게 점검하다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는 탓이다. 너무 신중한 사람은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상황이 좀더 좋아지거나 가격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아예 리스크를 회피한다.


4. 신경 쓰는 것을 싫어한다

미국의 투자 격언 중에 “자기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투자할 때는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임대하면 매월 편하게 월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도 남의 돈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 사는 사람이 임대료 지급을 반복해서 미루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수시로 뭐가 고장 났다며 수리를 요청하면 일일이 들어줘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주식 투자도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부터 여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 아니다. 일단 매수했다 해도 언제 팔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엄청나게 품이 드는 일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가격이 오르며 호황인데 주식도 부동산도 없어 박탈감이 심하다면 먼저 자신이 투자가 어려운 성향의 사람은 아닌지. 투자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면 투자에 장애가 되는 성향을 극복할 의지는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투자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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