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직업이란?


한국인에게 직업이란?


직업에 대한 지표를 보면 시대와 사회상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에 관한 갖가지 통계들이 쏟아져 나온다.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직업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살펴봤다.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출처 Department of Human Resources


초·중·고 학생의 희망 직업


초·중·고생 선호 직업, 부동의 1위 '선생님'

2016년 12월 20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6년 진로 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학생 2만726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초등학생의 9.6%, 중학생의 13.5%, 고등학생의 12%가 교사를 꼽았다.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 직업


특히 중·고교 학생 사이에서 교사는 10년 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현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학생들이 평소 가장 많이 접하는 직업이라 친숙하기도 하고, 1990년대 외환 위기와 2000년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적 직업으로 꼽히는 경찰과 군인 등도 올해 조사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으로 교사, 운동선수, 의사, 요리사, 경찰, 법조인이 순서대로 꼽혔고, 중학생들은 교사, 경찰, 의사, 운동선수, 군인 순이었다. 고등학생들은 교사, 간호사,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 경찰, 군인 순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순위에는 교사, 의사, 경찰, 법조인, 의사, 간호사 등 안정적인 직업들이 다수 포진했다.




2011년 발표된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를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핀란드·싱가포르를 '교육 3대 강국(强國)'으로 소개하며 "싱가포르는 상위 30% 인력이 교사가 되고, 핀란드는 20%,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고 썼다. 한 나라 교육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전제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축배(祝杯)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엄친아' 출신 교사가 늘면서 교사의 공감(共感)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도 정년 보장과 연금 혜택 등 직업 안정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또한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교권(敎權)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16년 5월 10일 '2015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를 발표하고 2015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가 총 48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교권 침해 179건에 비해 173%, 2014년도(439건)에 비해선 11%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교총은 "교권 침해 사건이 2009년 이후 6년째 증가하고 있으며 연평균 41.8건(12.8%)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교권 침해에 따른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7월 교사 명예퇴직 건수가 60% 가까이 줄어들긴 했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인한 수입 감소 우려가 사그라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권 붕괴와 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이 많다.


연봉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



소득 높은 직업 1·2위는 기업 고위 임원과 도선사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은 기업고위임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연봉은 약 1억 6천만원 선이다. 도선사, 국회의원, 대학교 총장과 학장이 그 뒤를 이었다. 소득이 높은 직업 50위 권에는 전통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으로 여겨지는 전문의들과 경영 ·금융 관련 직종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소득 직종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선사와 항공기 조종사가 10위 권에 자리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반면, 가장 소득이 낮은 직업은 연극 및 뮤지컬 배우였고 그 뒤를 수녀, 가사도우미, 청소원 등이 잇고 있었다. 대부분 문화예술, 종교 계열의 직종이거나 단순 업무가 요구되는 직종이다. 


도선사가 뭐하는 직업?

나무위키 캡처


기업 고위 임원에 이어 연봉 순위 2위를 차지한 도선사의 연봉은 평균 1억 3310만원 선이다. 이른바 ‘바다의 등대지기’라 불리는 도선사는 자동차를 주차하듯이 배를 정박하는 일을 한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면허를 가지고 운하나 강 등의 좁은 항만에서 선박을 원활하게 조종해 항행 또는 접안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은 법상 도선을 받아야 한다. 국적선이고 선장이 한국 사람인 경우 3차례 이상 들어오면 4번째부턴 면제가 가능하지만, 외국 국적선은 무조건 도선사가 안내해야 한다. 인천항에 들어오는 배의 70%는 외국 국적이다. 배는 자동차와 달리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고 도선을 받지 않으면 대형 선박은 직접 접안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봉  7000만원' 항공 조종사

울진비행교육훈련원 제공


조종사는 일단 자격증을 따면 취업률이 70% 이상이고 초봉(初俸)도 항공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7000만원을 웃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하는 '국내 직업 고액 연봉 순위'(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종사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한국항공전문학교 김형군 항공사업단장은 "부기장 자격으로 4000시간 비행을 넘겨 기장으로 승진하면 억대 연봉과 많은 특혜가 따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각광받는다"고 말했다. 


항공사 조종사가 되려면 우선 항공법상 정해진 신체검사 1종을 통과해야 한다. 이 검사는 심장병이나 정신병력 등 각종 주요 질환이 없어야 하고, 시력 1.0 이상 등 통과 조건이 까다롭다. 이후 비행 관련 지식과 실습 교육을 받은 뒤 항공기 조종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이 면허 시험을 대비하려면 항공대 등 조종사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에 입학해 교육을 받거나 대학 졸업 후 울진비행훈련원에 입소해서 소정의 교육 절차를 거치면 된다. 국제조종사교육원 등 민간 조종사 시험 대비 양성 학원도 많이 생겼다. 조종사 면허를 따고 나서 항공사에 들어가더라도 보잉747기 등 해당 비행기 기종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실제 만족도 제일 높은 직업


만족도가 높은 직업 1위는 '큐레이터 문화재 보존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직업인의 직무만족도 실태' 조사에서 '만족도 상위 10대 직업'과 '불만족 상위 10대 직업'을 순위를 매겼다. 2013~2014년에 걸쳐 총 355개 직업의 재직자 1만 2566명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보상, 일자리 수요, 고용 안정, 발전가능성, 근무여건, 직업전문성, 교용평등 등 항목으로 측정했다.


직업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직업은 '큐레이터 및 문화재 보존원'이다. 그 뒤를 아나운서 및 리포터, 실내장식 디자이너, 미술사 및 기타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 항공기 조종사가 잇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를 제외하고 연봉이 높지 않은 직종의 직업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업무 강도가 세지 않으면서 근무환경과 문화가 좋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만족도가 낮은 직업 1위는 '건설 및 광업 단순종사원'이다. 석탄사업 자체가 전망이 밝지 않은 직업이며, 노동강도나 대우 면에서 크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됐다.


사진 :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큐레이터. / 위키피디아 마크 와티유


'미술 전시 기획자'를 뜻하는 큐레이터는 겉으로는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지만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전시 개념이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면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밤샘하기도 일쑤다. 작품 설치를 시작하면 못과 망치를 들고 직접 작품을 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큐레이터 대부분이 석사 이상 고학력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직군보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미술계에서 큐레이터직을 두고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렇기 때문이다.


노동 강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데도 큐레이터직의 직무 만족도가 높은 요인은 뭘까? 이 연구를 진행한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 연구위원은 "전문성이 높고 사회적 평판이 좋으며,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직무 만족도가 높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직무 만족도가 높은데,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닌데도 작가가 20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들은 '환상'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큐레이터는 우리 사회에서 '예술에 대해 높은 전문성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큐레이터의 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사라지지 않는 직업

2016년 초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은 인간의 능력 대부분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미래 일자리 지형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최근 학계와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혁명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우리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소멸되고 20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에 따라 2025년이 되면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국내 전체 근로자(2659만명)를 기준으로 하면 약 1630만명이 AI·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청소원, 주방 보조원, 매표원과 복권 판매원 등 단순 노무직 종사자는 실직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회계사, 항공기 조종사, 투자·신용 분석가 등 전문직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여러 기준을 통해 어떤 직업이 가장 인기있고, 전망이 좋은지 살펴보았다. 앞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질 직업도, 더 발전할 직업도 있다. 또한 그에 따라 돈을 많이 주는 직업과 만족도가 높은 직업의 순위도 바뀔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읽으면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참고자료]

우리나라 직업인의 직무만족도 실태. 2015. 한국직업능력개발원 

4차 산업혁명이 직업세계에 미치는 영향. 2016. 한국고용정보원 

2015 한국의 직업정보. 2015. 한국고용정보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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