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핑갈의 동굴(Fingal’s Cave)과 멘델스존


스코틀랜드의 핑갈의 동굴(Fingal’s Cave)과 

‘음악의 풍경화가’ 멘델스존


   1829년 4월의 일이었다. 


Isle of Staffa and Fingals Cave source Staffa 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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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으로 연주여행을 왔던 펠릭스 멘델스존은 그곳에서 자신의 교향곡을 지휘하여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두고는 한껏 들뜬 기분이 된다. 예전부터 런던은 그런 곳이었다. 유럽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유럽 대륙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 덕분에 대륙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과 성과를 냉정히 분석하고,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 뒤에 우수한 결과물들을 키우고 알리며 소비하였다. 20세기까지 이런 전통은 그대로 이어져서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실력을 키운 수많은 음악가들이 런던의 기획사와 음반사, 매니지먼트를 통해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다.


젊은 멘델스존도 런더너들의 열렬한 환호와 세계적인 메트로 시티 런던의 진취적인 기운에 완전히 도취되었다. 그를 찬양하는 수많은 파티와 사교모임에서 주인공이 되었고, 런던의 신사들이 보여준 날카로운 지성과 국제적인 감각은 멘델스존을 크게 고무시켰다. 


그러나 라이프치히에서 건너온 이 귀공자는 원래가 여행과 모험을 사랑하는 ‘대자연의 남자’였다. 그건 또한 독일인들의 오랜 전통이기도 했다. 자연을 차분히 관찰하고, 장엄한 대자연이 주는 경외감을 예술작품으로 녹여내는 작업은 수 세기 전부터 독일 예술가들이 해왔던 소중한 ‘루틴’이었던 것이다. 


멘델스존은 복잡한 런던을 떠나 곧장 북으로 내달아서는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스코틀랜드의 거칠고 장엄한 자연과 직접 대면한다. 특히 헤브리디스 제도의 한 섬에 있는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을 보고는 크게 감명 받아 이를 단숨에 관현악곡으로 작곡해 남기게 된다.




핑갈의 동굴은 스코틀랜드 그 자체라 말해도 좋다. 절해의 고도와도 같이 쓸쓸히 떨어진 가파른 절벽에 끝없이 거친 파도가 휘몰아 닥치고 그곳에는 깊은 동굴이 하나 숨어져 있는데, 그 속은 마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장엄한 기하학적 모양이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다. ‘경외’(敬畏)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형상이라 할 것이다. 


대자연이 보여주는 이 ‘무의지(無意志)의 의지(意志)’가 독일에서 온 영명한 귀공자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곧 펜을 들어, 독일 음악의 위대한 전통인 엄격한 구조미와 정갈한 화성, 섬세하고 논리적인 오케스트라 운용법을 총동원해 그 자신이 눈과 가슴으로 만난 이 찬란한 감동을 오선지 위에 입체적으로 기록하게 된다. 우리가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부르는, 바로 그 관현악 명곡이다.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존 엘리어트 가디너 경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멘델스존은 ‘음악의 풍경화가’로 불렸다. 그만큼 묘사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에 뛰어났다. 덕분에 여름이 다가올수록 ‘핑갈의 동굴’ 음악에 손이 자주 가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일단 시원하기 때문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이나 혹은 그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일상 속에 갇혀있을 때면 저 멀리 스코틀랜드의 어느 해안가에 위치한, 피안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어느 특별한 동굴에 대한 인상이 우리를 압도한다. 여름철의 피서 음악임과 동시에 우리 삶의 피서와도 같은 아름다운 곡이다. 누가 멘델스존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편한 음악이나 써내려간 도련님이라고 했나. 그는 우리에게 끝없이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심어준 가장 위대한 ‘파이오니어’였다. 


출처 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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