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회사채 '반쪽' 흥행
"대형사 몰리고, 중견사엔 등돌려"
대림산업은 지난달 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700억원(3년물)과 300억원(5년물)에 대한 회사채 수요 예측을 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3년물에 4730억원, 5년물에 6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대림산업은 3년물과 5년물 발행액을 각각 1460억원과 540억원으로 늘리며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애초 발행 예정 금액보다 540억원 늘었다.
중견 건설사 올해 회사채 만기 현황.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올해 SK건설과 태영건설, 대림산업 등이 잇따라 성공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건설사 회사
채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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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이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올해 건설사 회사채 시장이 냉랭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SK건설과 태영건설,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이 성공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대림산업도 투자 기관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각 회사의 신용등급과 사업구조별로 온도 차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4월 회사채 700억원(2년물)과 300억원(3년물)을 발행하기로 했는데, 수요 예측에서 각각 2.54대1, 2.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결국 SK건설은 회사채 발행액을 늘려 각각 1340억원과 56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태영건설도 올해 초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79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11월 500억원의 회사채를 조달한 현대건설은 수요 예측 경쟁률 1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운영·차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현대산업개발은 수요 예측에서 3800억원이 몰렸다. 현대산업개발은 회사채 발행액을 1650억원으로 늘렸다.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찾는 듯하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신용등급이 탄탄하고, 사업 구조가 튼튼한 일부 건설사 회사채에만 온기가 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의 신용등급은 A+, 현대건설은 AA-, 현대산업개발은 AA, SK건설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은 A-다. 대림산업은 최근 화학시장이 살아나며 유화사업부 실적이 좋고, 현대건설과 SK건설은 해외 사업 위험이 줄어들었다. 현대산업개발과 태영건설은 건설업 외에 유통, 미디어 산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실제로 중견건설사 한양(BBB+)은 5월 차환자금 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 예측을 했지만, 단 한 곳의 기관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의 경우 지난해 7월 200억원짜리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도, 수요 예측에서 기관 투자자가 참여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번에 한양이 발행한 회사채도 결국 주관사인 한국산업은행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175억원과 25억원을 떠안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라, KCC건설, 계룡건설, 서희건설 등이 올해 100억~600억원 정도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보통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회사는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회사채를 갚아야 하지만, 중견건설사 회사채에 기관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평가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최근 A등급 회사채에는 투자자들이 몰리지만, 정작 비우량 등급 건설사 회사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 시장이 획기적으로 살아나 투자 매력이 좋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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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0668.html#csidxf32afe99d64a3d28bcf1ba539964d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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