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 “한국, 생산성 향상·투자 통한 성장 끝났다"


"값싼 일자리로 그나마 2%대 유지”

정혁 서울대 교수·세계은행 공동 연구 결과

2010년 이후 경제성장은 50대 이상 중장년 취업자 증가 덕분

한국경제 성장 방식 1960년대 수준으로 퇴보


   2010년 이후 한국 경제 성장방식이 50년 전인 1960년대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세계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산성 향상과 신규 투자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대신 값싼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노동 투입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경제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제로(0) 성장에 가까울 정도로 정체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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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과 세계은행은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60년부터 2014년까지 경제성장을 자본, 인적자본, 노동투입, 생산성 등 주요 요소별 기여도로 나누는 성장회계(growth account)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 작업보고서(워킹페이퍼·working paper)가 완성됐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상으로 이 정도로 장기간 성장회계 분석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만 분석했었다. 조선비즈는 이 작업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성장회계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특징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이다. 솔로우 성장 모형을 기본으로 자본, 노동 등의 투입량이 어느 정도 성장에 대해 기여했는지 추산한 뒤 나머지 값을 가지고 기술·제도의 혁신과 연관된 총요소생산성(TFP)를 도출한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생산성 성장률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자본 투자도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떠받친 것은 노동투입, 특히 중장년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00년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은 생산성 향상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1인당 총생산(GDP per capita) 성장에서 생산성 향상이 기여한 몫은 38.3~56.4%에 달했다. 특히 2000년대에는 생산성 향상이 전체 경제성장의 5분의 3 가까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자본 투입보다 산업 고도화 등 질적 개선이 고도 성장을 이끌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2010~2014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총생산 증가율은 평균 2.5%였는 데, 요소 별로 나누어 보면 인적자본이 0.9%포인트, 노동참가율이 0.8%포인트으로 가장 기여도가 컸다. 생산성은 0.5%포인트로 2000년대(2.2%포인트)의 4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를 의미하는 자본심화도(자본량을 생산으로 나눈 값)는 0.3%포인트였다. 생산성 향상과 기업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 투입 증가를 통해서 2%대 성장이 겨우 이뤄졌다는 의미다. 경제 구조는 2000년대와 별 차이 없는 상황에서 몸으로 때우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혁 교수는 “2000년대까지 계속됐던 큰 폭의 생산성 증가 속도가, 2010년 이후 급격히 떨어진 게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자본심화도가 낮아지는 것은 기업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생산성 정체와 기업 투자 급감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 및 자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가 정체되는 균제상태(steady-state)에 한국이 진입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대신 노동참가율 증가를 통한 성장은 1990~2000년대 연평균 0.2%포인트에서 2010년 이후 0.8%포인트로 크게 올랐다. 정 교수는 “가계 소득이 낮은 상태에서 50~60대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부업 개념으로 일자리를 찾았다는 의미”라며 “실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있는 ‘질 낮은 고용’ 형태”라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노동참가율 증가는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 취업자수 증가로 풀이된다. 특히 50대 여성이 간병인 등 요양·보호, 보육교사 등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채용된 것과 관계가 깊다.


 

2000년대 이후 노동시장에서 50대 이상 중장년층 취업자 숫자만 증가한다. 이러한 경향은 2010년 이후 

40대 취업자수가 급격히 줄면서 더 심해졌다.


2010년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은 본격적인 경제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가 이뤄진 1970년대 이후 성장 방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거꾸로 1960년대의 성장 방식과 더 닮아있다. 1960년대는 인적자본 개선과 노동참가율 증가를 통해서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 생산성 향상과 기업의 자본 투자가 기여한 정도는 낮았다.


문제는 앞으로 성장 전망이다. 50~60대들이 질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만으로 경제 전체의 산출량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성장률에 발목을 잡게 된다. “생산성 향상과 신규 투자가 더 내려가면 앞으로 0%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고 정 교수는 경고했다. 구조 개혁과 질적 혁신 없이 ‘버티기’로 일관했던 한국 경제가 수년내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선비즈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4/2017041401635.html#csidx4f27da9816c876e845e5a60e3091c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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