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


한종훈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 소장

   지난 10월 정부가 ‘엔지니어링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3D 기반의 가상훈련 플랜트 구축, 실습 위주의 전문적인 교육 강화, 해외 유명 교과과정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주력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한종훈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 소장


실제로 우리나라 조선업체는 부실 수주와 대규모 적자, 해외 플랜트 신규 발주 감소와 매출 하락 등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상세설계나 생산설계에는 강하지만 개념설계·기본설계·기초설계(FEED)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은 취약하다는 점을 늘 지적한다. 엔지니어링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과학기술과 지식을 접목해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지식집약 산업이다. 부가가치율이 65.3%에 달해 제조업(21.1%)보다 3배 이상 높다. 반면 기본설계 등 고부가가치 역량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점유율은 2.4%에 그쳐 미국(31.5%), 캐나다(12.6%), 네덜란드(9.9%), 영국(7.4%) 등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미흡한 것은 실무형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대학마저 단순 이론, 학점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매출이 전체 산업 매출액의 25%를 차지하는 영국은 실습·체험 위주의 교육으로 기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낸다. 영국의 임피리얼칼리지는 교육용 파일럿플랜트까지 갖춰 미국 학생들도 찾아올 정도다.  

한국 역시 실습 위주의 전문적인 교육으로 전체적인 공학교육 체계가 바뀐다면 고급 우수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상당한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 유명 교육기관에 교육과정을 위탁할 정도로 실무형 고급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지만 현재까지는 소수 인원에게만 혜택이 한정됐다. 실제로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가 2015년부터 기업 현업과 연계한 실습 위주의 교육인 ‘글로벌 엔지니어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1차에 800여명이었던 수강생이 4차 교육에는 4,000여명으로 증가하는 등 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엔지니어링 분야에만 국한된 실무 위주의 교육 모델을 중장기적으로 제조·서비스 등 국내 전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사회 전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종훈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 소장
서울경제, 박진용 기자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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