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피라미드와 우리의 미래 [허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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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피라미드와 우리의 미래

2017.04.06

인구는 나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국력의 기반입니다. 인구의 규모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는 그 나라의 경제 규모, 시장 규모, 노동력 등을 나타내는 주요 경제변수입니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경작할 수 있는 땅의 크기와 함께 거기에 사는 사람의 수가 국력을 결정했습니다.  

국가나 지역의 인구통계 구현수단으로 인구 피라미드가 있는 데, 이는 연령별, 성별 인구의 분포와 관련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유용한 그림입니다. 첨부한 그림이 한국의 2015년 전체인구 4,971만 명을 성별, 연령별로 나타낸 인구 피라미드입니다. 그림은 40, 50대 인구가 약 33%를 차지하고, 60대 이상과, 30대 미만이 적은 ‘항아리형’ 인구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주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서 정리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변천사도 알 수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흥미로운 특징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우리의 인구 피라미드는 70대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70대 이상 인구가 지금보다 적었지만 남녀 분포가 비슷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여성 고령자 비율이 커지는 성비(性比) 불균형이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남성노인 품절 현상에는 술, 담배, 스트레스의 기여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항아리 밑둥이 좁아지며 불안해 보이는 지금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왜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까지 그토록 산아제한에 매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960년대의 피라미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인구수가 일률적으로 줄어드는 뾰죽한 첨탑 모양이었습니다. 그 당신 이른 봄 양식이 없어서 나무껍질을 벗기고 풀뿌리를 캐어먹는 보릿고개를 겪은 어른들은 한국전쟁 종전이후 빠르게 늘어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먹여 살리나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애기 우는 소리가 끊긴 마을이 늘고 있고, 애를 낳으면 지자체가 많은 보상금을 주고 있습니다. 50년 사이에 세상이 엄청나게 바뀐 거지요. 그럼에도 1980년대 초부터라도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불안한 항아리 모습의 인구 구조가 좀 나아 보였을 것입니다. 인구의 구성이 지나치게 치우치면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의 경우도 고령층 증가/청년층 감소는 연금·건강보험 등 복지 부담이 큰 문제가 됩니다. 수요자가 느는데 경제활동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인력이 줄어드니 사회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출산 순위로 세계 1위를 놓고 우리와 각축하는 이웃 나라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는 한국의 약 5~10년쯤 후의 모습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14세 이하, 15세~64세, 그리고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일본은 각각 12.5: 60.7: 26.8 퍼센트, 그리고 한국은 13.9: 72.9: 13.2 퍼센트입니다. 일본에서 고령화가 더 현격히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구가 한국의 약 2.5배가 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라 불리는 15~64세 인구가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많습니다. 요즘 일본은 경제회복에 청년품귀가 겹치며 대졸자 취업률이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와는 거리가 먼 나라 인도는 전체 인구가 12억 7천만으로 중국을 가까이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한국과 흡사해 10~20년 내에 고령화 문제가 심각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인도는 40대 이하의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젊은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곳입니다. 그런데 인도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남자가 훨씬 많아 성비 불균형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성인뿐만 아니라 영유아 연령대까지 뚜렷합니다. 갠지스 강물이 남아 출산의 영험한 효과가 있는 것이든가, 아니면 남아 선호 현상이 상당히 높은 그곳 세태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인구 구조의 개선은 중장기적인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매우 필요한 과제입니다. 과거 1980년대 초쯤에 평균 생활수준도 꽤 향상되었으니 산아제한 정책을 거두었더라면 지금의 인구 피라미드가 좀 더 안정돼 보였을 겁니다. 아마 당시는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진행되는 기간이어서 주택난이 심해져 그 이전 식량난 걱정처럼 산아제한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정책하는 사람들이 근시안이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정부의 정책이 당장 출산율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해 볼만하다는 긍정적 믿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생활수준이 높아졌으니 혹 일이 잘 못 되어도 길에 나앉거나 병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 안전망을 견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맞는 적당한 일을 찾아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응분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들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약육강식 정글의 먹잇감 마냥 생존을 위해 어릴 때부터 과외 때문에 햇볕 못보고 살며 대기업,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작금의 악습도 달라질 것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 산업혁명에 자칫 엘리트라 자부하지만 도식화된 인력이 먼저 희생될 수 있습니다. 좀 세상이 밝아 보이기 시작하면 출산율도 서서히 오를 것입니다. 한 달쯤 후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긍정의 새싹을 움트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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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개방 경제의 통화, 금융, 거시경제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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