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래, 웃음폭탄 장착 전직 개그맨…"중동 건설시장도 무장해제"


방송국 공채 개그맨 출신 

한화건설 김준래 대리


  “○△×××, △△□~ 파트너!”


아랍어 한마디를 부탁하고는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알아듣기는커녕 받아적기도 어렵다. 뜻을 물으니 ‘당신의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란 의미란다. 한화건설 해외영업팀의 아랍어 능력자 겸 공식 사내 개그맨 김준래 대리가 마음에서 가장 많이 되뇐 아랍어 문장이다. 

 

김준래 한화건설 해외영업팀 대리/사진=한화건설 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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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방송국 공채 개그맨 출신 회사원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김 대리는 대학시절 친구를 따라나선 방송프로그램 출연이 인연이 돼 공채 개그맨까지 됐다. 호기심 반, 진심 반으로 시작했지만 5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12명을 추려내는 경쟁률 400대1의 공채시험을 단번에 통과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에 선택한 길은 한 건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해외 각국을 누비는 건설사 해외 영업맨이다.

 

“솔직히 개그맨을 계속할까 하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을 도전해보지도 않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용기를 냈죠.”

 

김 대리는 해외, 특히 중동과 인연이 각별하다. 국방무관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학창시절에 12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냈다. 군대도 통역 겸 행정병으로 선발돼 이라크 자이툰부대로 다녀왔다. 자연스레 중동을 비롯한 다른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세계를 상대로 한 직업을 꿈꿨다. 귀국 후 대학 때는 무역, 해외 건설 등 관련 자격증을 하나하나 취득하며 꿈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했다.

 

영업맨으로서의 김 대리는 직업으로서의 개그맨을 포기했을 뿐이지 넘치는 끼와 특유의 친화력은 버리지 않았다. 직장상사 성대모사부터 진한 19금 농담까지 사무실이든 회식장소든 활력이 넘친다. 해외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낯선 동양인이 던지는 아랍어 유머 한마디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는 그만의 비장의 무기다.

 

“수주가격이나 프로젝트 수행 능력도 중요하지만 영업은 결국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웃으면서 마음과 마음이 대화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믿음이 자라날 수 있겠지요. 유럽이나 일본, 중국업체든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장기 경쟁에서 한국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도 신뢰와 믿음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리는 요즘 아랍어 팟캐스트 방송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아랍생활 경험과 성대모사 특기를 살려 한류스타를 비롯한 한국의 소식을 아랍인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다. 한국 건설과 더 나아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화건설을 아랍에 알리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에서 1년 8개월간 근무를 했는데 이미 한국 연예인, 한류 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더라고요. 제 경험을 담아 재미있게 한국 얘기를 풀어내고 덕분에 회사도 알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당시 김 대리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병상에서까지 이라크 관련 서적을 놓지 않는 한 선배의 모습에서 목표한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열정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교훈을 배웠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신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먹었다. 


“노력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 프로젝트라도 김 대리가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런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면 조금은 성공이겠죠.”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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