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원자력협력 대비할 필요 있어"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소장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남북한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가능성을 들여다봅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앞바다에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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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장면은 지난 12월 한국에서 개봉됐던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사투를 그렸습니다.


대략 405만명의 한국인이 이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얼마 전 한국인 10명 가운데 8명은 영화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화 ‘판도라’ 중)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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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이 최근 19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7%가 이처럼 답했다고 밝혔는데요, 안병옥 소장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안 소장은 서울시의 지역에너지 정책인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의 실행위원장입니다.


(안병옥) 첫째,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전 밀집국가입니다. 즉, 국토 면적에 비해 원전 기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 2013년부터 2014년 사이에 원전 부품 비리 사건이 있었습니다.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는 정확한 부품이 들어가야 하는데 정품이 아니라, 잘못된 부품이 많은 원전시설에 쓰여졌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셋째, 작년에는 경주 일원에서 강도 5.8 규모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고리원전, 월성원전 등의 안전에 대해서, 특히 활성단층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사고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에도 물론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요, 한국에서 행해진 설문조사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실제로 북한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안 소장은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답했습니다.


(안병옥) 대규모 폭발 가능성이 어느 정도다, 이렇게 딱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어났던 사례를 보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 2014년 영변 원자로가 냉각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히 중대한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우에도, 냉각수 공급장치가 문제가 생기면서 원자로 격납용기 내에서 온도가 올라가고 원자로가 녹아 내리는 노심 용융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변 에서 문제가 됐던 원자로는 5메가 와트 급 실험용 원자로입니다. 작은 원자로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그 피해는 후쿠시마 사고나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기서 ‘냉각수’란 공업 용수 가운데 냉각에 이용되는 물을 말합니다. 냉각수는 특히 온도가 낮은 것을 필요로 하지만 그 순도에 대해서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바닷물도 이용됩니다. 냉각수에서도 특히 원자로용 냉각수는 미량의 용해 이온도 방사성을 띠기 때문에 순도에 이를 때까지 정제를 필요로 합니다.


영변 원자력 연구소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평안북도 영변 군에 위치했는데요, 핵연료 생산, 원자로, 핵연료 재처리 공장 등 주요 시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약 2,000명의 인력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2006년, 2009년 북한의 핵 실험에 사용되었던 핵 물질을 생산했고, 2009년부터는 경수로 발전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경수로를 대상으로 해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범위가 어느 정도 미칠 지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보면, 휴전선이나 국경을 넘어서 남쪽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평안도 인근지역이나 원전 사고발생 지점과 가까운 지역의 경우, 피해가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경수로의 규모, 바람의 방향,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남쪽이라든가, 물론 중국 쪽으로 바람이 불 경우, 일부 지역에 방사능의 농도가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조차도 심각한 피해를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 한국 내 전문가들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간단히 행하는 모의실험을 말합니다. 컴퓨터에 실제의 환경과 거의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프로그램을 기억시켜 놓고 자료를 주어 실행시키는 것으로 실제 실험과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 소장은 설령 북한에서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안병옥) 재처리시설의 오염물질과 일반적 원자로의 오염물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재처리시설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를 녹여야 합니다. 녹여서 남은 우라늄을 제거하고 플루토늄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질산을 사용합니다. 질산은 맹독성 물질입니다. 질산뿐만 아니라, 황산과 같은 화학물질도 많이 쓰여지는데, 이를 처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밀폐된 용기에 보통 보관을 하는데요, 그 용기도 스테인리스 강철 용기에 일반적으로 보관합니다. 만약 보관상의 부주의라든가, 또는 용기가 오래돼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을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는 액상 폐기물이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저장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호수나 강에 내다버렸습니다. 그 결과, 그 주위가 굉장히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북한이 액체폐기물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바깥으로 새나왔을 경우 주민들의 건강이라든가 폐기물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통일 이전에도 남북한은 원자력협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안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안병옥) 원자로 시설에 대한 남북간 협력은 쉽지 않습니다. 원자로는 핵무기 시설과 직결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기에 협력이 아주 어렵습니다. 남북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주 짧은 기간에 사고에 대처할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게 됩니다. 전문인력의 경우, 서로 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인력이 사고지점으로 가서 사고를 제어하고 피해를 막는데, 공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양해각서를, 서로 협력을 위한 어떤 합의서를 마련한다든가, 아니면 방사능 오염물질이 유출됐을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분야에서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동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든가 등에는 협력의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자유아시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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