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구정책 5년… 서민주거 악화 주범
구역해제된 곳에는 빌라·원룸만 우후죽순
쥐꼬리 매몰비용에 위원장 자해 소동 불러
저층 주거지 관리 방안도 해법 없어 ‘표류’
서울시 등 정치권이 여전히 후속 대책 없는 정비구역 해제 정책에 매달리면서 서민주거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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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해제된 곳에는 별도의 규제장치를 두지 않아 빌라·원룸이 속속 들어차게 했고, 쥐꼬리 매몰비용 제도는 급기야 재개발 추진위원장이 박원순 시장 앞에서 자해하는 사태까지 촉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시 등 정치권은 또 다시 출구정책 유지에 앞장서면서 서민주거지 붕괴의 악순환 고리를 지속시키고 있다.
먼저 서울시의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개최해 더불어민주당 이윤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민동의에 따른 구역해제 조례 규정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 요청을 할 경우 주민의견 조사에 착수해, 사업찬성자가 50% 미만이면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규정이다.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당초 이 의원이 내년 3월 24일까지 연장하려 했던 규정을 석 달 단축시켜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으로 바꿔 본회의에 올린 후 의결했다.
구청의 실적쌓기식 정비구역 해제 행정도 서민주거지 악화를 재촉하는 주범이다. 구역해제 신청은 쉽게 하고, 사업찬성은 어렵게 함으로써 구역해제 숫자를 늘리기 위한 편파행정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업찬성은 60일 이내에 하라며 종료 시한 엄수를 강요하는 반면, 구역해제 서류는 무기한 접수를 받는 무대포식 출구정책이 현재까지 중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역해제된 곳에 대한 시의 대책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시 출구정책의 최대 약점이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시는 시청 강당에서 저층주거지 관리방안 모색을 위해 ‘저층주거지 미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으나 공리공론 수준의 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저층주거지를 계획적으로 관리하겠다, 저층주거지에 획기적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식의 제안이 거론됐지만, 정작 중요한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못했다.
참석 패널들은 재원조달 방안없이 이번 관리방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몇몇 시범지구에 적용하다가 재원부족으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2012년 도입된 출구정책의 기본 원칙은 2014년까지 2년만 진행하고 종료시키는 시한부 정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장되면서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출구정책 시행이 5년 동안 지속된 만큼 현재 시점에서 서울시는 출구정책의 공식 종료를 선언하고, 출구정책의 공과를 정확히 평가해 활성화 측면에 방점을 둔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조 기자 kim@houzine.com 하우징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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