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단 4곳만 올해 신규채용 계획 확정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계획 수립·확정 과정 비정상적 지체


   한국 경제를 이끄는 30대 그룹 중 단 4곳만이 올해 신규 채용·투자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2월 하순이면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주재 회의를 거쳐 확정이 끝났을 시점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계획 수립·확정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지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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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계 전체의 채용·투자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큰 10대 그룹 상황은 더 심각하다. 10대 그룹 중 올해 채용·투자 계획을 확정한 곳은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단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곳 중 명시적으로 올해 채용·투자 계획을 밝힌 곳은 SK그룹이 유일하다. 


19일 매일경제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채용과 투자 계획을 둘 다 확정한 곳은 현대차그룹(재계 서열 2위), SK그룹(3위), 에쓰오일(22위), 코오롱(30위) 단 4곳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만명을 신입·경력직으로 뽑고 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8200명을 채용하고 사상 최대인 1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50명을 뽑고 2조5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 코오롱도 지난해 수준에서 채용·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26개 그룹은 채용 계획이나 투자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2곳은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밝힐 수 없다고 답했고, 18곳은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실무적으로는 여러 방안을 만들었지만 톱 레벨에서 결정이 늦춰지고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다 특검 수사까지 연장될 경우 1분기 안에 계획이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채용과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삼성그룹은 해마다 3월 실시했던 그룹 공채 계획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다음달 공채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 계획 역시 리더십 부재로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채용·투자 계획을 세울 때 동종 업계와 재계 동향을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라며 "지금은 재계 동향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 채용·투자 계획을 주도적으로 취합해 발표해 왔지만 삼성·SK·LG그룹 탈퇴로 해체 위기에 직면해 사실상 기능이 올스톱된 상태다. 


또 다른 10대 그룹 임원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올해 몇 명을 뽑겠다'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겠느냐"며 "반기업정서가 고용·투자 한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올해에는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30대 그룹 중 상당수가 채용·투자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 국회의 상법개정안 논의 등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이 경영계획 확정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은 "대통령 탄핵인지, 재벌 탄핵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인데 기업들이 어떻게 고용과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상법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여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써야 할 수도 있어 투자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공격에 대비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부 유보를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도 채용·투자 한파를 일으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2015년 말 6만2000명이던 직영 인력을 희망퇴직 등으로 2018년 4만2000명까지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신규 수주가 여의치 않으면 내년이면 3사 모두 일감이 바닥날 수 있어 신규 채용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7일 40년 역사를 뒤로하고 파산했다. 


지난해 초 전경련 조사에 30대 그룹은 12만6394명을 뽑고 122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불확실성 증대와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보다 모두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상반기 대졸 공채 일정이 아직도 대부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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